보따리상들의 중국산 농산물 반입으로 인해 국내 농가 피해가 심각하다. 보따리상들은 여행자 휴대품 면세제도의 취지를 악용해 값싼 중국산 농산물을 반입해 불법 판매하고 있다. 농림축산검역본부에 따르면 보따리상의 농산물 반입 물량은 2010년부터 2013년까지 4년 동안 평균 2만2735t, 일부 품목의 경우에는 국내 생산량의 30%에 달한다. 이로 인해 국내 농산물 시장 교란과 가격하락을 부채질하고, 여행자 휴대품으로 반입되는 농산물의 경우 안전성 검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국민건강에 심각한 위험요인이 되고 있다.
현행 ‘여행자 및 승무원 휴대품 통관에 관한 고시’ 제3-6조는 농림축수산물 및 한약재 등의 면세통관 범위를 품목당 5㎏, 총중량 50㎏, 전체 해외취득가격 10만원 이내로 규정하고 있다.보따리상들이 반입한 포대를 뜯어보면 5㎏씩 정확히 포장된 비닐이 품목별로 총 10개가 들어있어 규정의 품목당 중량과 총 중량을 지키고 있다.
하지만 고시명에서도 볼 수 있듯 ‘여행자와 승무원’에게만 한정된 것이다. 이틀, 삼일 간격으로 출입하는 이들이 여행 중 자가소비를 목적으로 한번에 50kg씩 반입한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보따리상이 여행자가 아니라고 한다면, 관세법 제96조와 제241조에 의해 휴대품에 대한 세관신고를 거쳐 관세를 부과해야 하며 이를 지키지 않을 경우 밀수출입죄가 성립된다. 즉 보따리상이 반입하는 농산물은 모두 밀수품에 해당되는 것이다.
그리고 현재 관세청이 고시한 품목별 5㎏ 면세한도는 대부분 각 품목의 1인당 연간 소비량을 초과한다. 휴대품 면세제도의 취지를 고려할 때 한도가 과도하게 설정돼 있는 것이다. 보따리상의 단골품목을 예로 들어보면 2013년 기준 우리나라 국민 한사람이 연간 소비하는 참깨 소비량은 1.8㎏, 고추는 3.8㎏, 꿀 0.66㎏, 고사리 0.17㎏, 더덕 0.18㎏ 등으로 면세통관 범위인 5㎏에 훨씬 못 미친다.
보따리상에 대한 정부의 철저한 단속은 국내 농산물의 존립 기반을 위한 일인 만큼 근본적인 해결책을 위해서는 반입물량 축소 등을 담은 법률안 개정을 서둘러야 한다. 지난 16일 정부 각 유관기관들이 모여 효율적 단속 방안 등을 협의한 것은 환영할만하나, 근본적인 보따리 농산물 불법반입 차단을 위해 관세법 개정안이 조속히 처리되어야 할 것이다.
임관규 <농협경주환경농업교육원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