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예담] (38·끝) 황덕식 작곡가와 가곡 섬진강흐르는 물길따라 굽이굽이 흐르는 추억들굽이굽이 휘어진 섬진강이 그리워 길을 나섰습니다. 어머니의 품같이 유유히 흐르는 섬진강물은 언제나 우리에게 따뜻한 정(情)을 나누어 주지요.섬진강의 곱디고운 모래와 아름드리 소나무, 뚝방길은 어릴 적 추억들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습니다.유순한 듯 도도한 섬진강, 산과 산이 첩첩하고 물과 물이 하나 되는 섬진강, 강가에 서면 소리 없이 유유자적하며 흐르다 물굽이를 만들며 그 위용을 뽐내기도 합니다. 야트막한 산과 들, 마을마을을 휘몰아 흐르며 많은 이야기를 간직한 섬진강은 돌고 돌아 남해 바다까지 이릅니다.뚝...이준희 기자 2016-12-15 22:00:00
[길예담] (37) 윤회성 서양화가와 마창대교해질녘 도시의 쓸쓸함이 차곡차곡 쌓인 기억 속 풍경익숙한 장소에는 기억이 있다. 늘 오며 가며 보는 풍경 속에는 지난 기억들이 두텁게 쌓여 있다. 설령 다른 사람에게는 너무나 흔해서 눈길조차 안 가는 장소일지라도 자신에게는 특별한 곳이 된다. 어떤 장소든 그런 특별한 기억이 묻어 있기 마련이다. 대학 때 자취하던 곳은 학교의 서문 주변이었다. 좁은 골목길을 따라 수많은 원룸, 하숙집, 식당, 편의점이 다닥다닥 모여 있어 마치 개미굴 같았다. 자취방으로 가던 좁은 골목길을 떠올리면 한 겹 두 겹 쌓인 다양한 기억이 머릿속을 채운다. 자주 가던 분식집의 주먹밥 맛, 친절...김세정 기자 2016-12-02 07:00:00
[길예담] (36) 서일옥 시조시인과 걸어본 창녕 부곡 학포수변생태공원길강물 따라 걸으며 엄마와의 추억에 닿는 길삶은 헤어짐과 만남의 연속이다. 아직 설익은 내 삶도 그러했다. 어제와 이별한 오늘은 다가올 내일을 반기기 위해 익숙해지기 마련이었고, 삶의 반이었던 그 사람과의 이별로 텅 빈 마음은 다른 이로 채워지곤 했다. 그런데 아무리 생채기 내기를 단련하고 이별을 자주 겪는다 한들, 먹먹해지고 감당이 안 되는 이별이 있다. 바로 가족과의 헤어짐이다. 그중에서도 가장 떠올리기 힘든 게 엄마와의 헤어짐일 것이다. 부르기만 해도 가슴이 애달픈 엄마와의 헤어짐은 대체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 걸까. 언제나 곁에 있을 것만 같은 엄...정민주 기자 2016-11-17 22:00:00
[길예담] (35) 이근택 작곡가의 가곡 ‘그리운 가포리’기억의 한 페이지로 남은 아름다운 바다, 가포한 권의 시집을 꺼내 들었습니다. 책 속에는 사라진 마산 가포 앞바다를 그리워하며 안타까워하는 사연들이 담겨져 있었습니다.유람선 물살 짓는 해변의 창 너머로/ 그 겨울 목로찻집 연인들 떠나갔네빈 노트에 그려보는 외로운 하얀 산장/황혼빛 물든 햇살 돝섬에 내려앉네산등을 넘어가며 설레던 소풍길/푸르던 소나무 반겨주던 가포리/저 바다 흰모래들 모두 다 사라지고/ 그리운 이야기를 저 둑이 머금었네<이처기의 ‘그리운 가포리’>
작곡가 이근택(창원대 음악대학 명예교수)씨가 작곡가 김성재씨와 함께 매립된 가포...이준희 기자 2016-11-03 22:00:00
[길예담] (34) 전영근 서양화가와 통영 강구안·남망산평생을 바라본 통영 풍경은 평생의 작품 모티프삶에서 어떤 변화를 가져오는 나이가 있다. 대개 앞자리가 바뀌는 때가 그렇다. 내가 겪은 세월이 새삼 크게 다가오니 마음가짐도 변하는 것일 게다. 공자도 나이에서 앞자리가 바뀔 때마다 삶이 변했다고 하니 나이가 꼭 숫자에 불과한 것만은 아닌 것 같다.60은 어떨까. 공자는 예순의 나이를 두고 ‘귀가 순해지는 나이’라고 했다. 그의 경우 “사사로운 감정에 얽매이지 않고 모든 말을 객관적으로 듣고 이해할 수 있었다”고 했지만 보통 사람이 예순이 됐다고 이런 경지에 오르는 경우는 거의 없다. 다만 많은 것을 받아들이고 또 ...김세정 기자 2016-10-20 22:00:00
[길예담] (33) 박경리 작가 소설 토지의 무대 ‘악양들판’비극의 역사 감싸안은 풍요와 생명의 들판
하동군 악양면 한산사에서 최영욱 평사리 문학관 관장과 정민주 기자가 평사리 들녘과 섬진강을 바라보고 있다./김승권 기자/
가을들판이 딸네 집보다 낫다는 말이 있다. 딸네 집 인심이 여간 후하지 않고서야 익어가는 들판만 못하다는 뜻인데, 가을들판의 넉넉함을 빗댄 표현이다. 하동읍에서 차를 타고 10분쯤 내달리면 악양면 평사리에 닿는다. 지리산의 비호 아래 섬진강과 만난 260만㎡(83만평) 넓은 터전이 눈앞에 펼쳐진다. 풍요로운 평사리 들판에 가을빛이 그윽하다. 오곡이 알알이 들어찬 땅을 보고 있자니 내 것도 아...정민주 기자 2016-10-07 07:00:00
[길예담] (32) 진해만의 아름다움 표현한 작곡가 최진우의 동요 ‘바다꽃’희망이 샘솟는 바다, 꿈이 있는 바다 진해만
진해만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진해루에서 작곡가 최진우씨가 생각에 잠겨 있다.
하나, 둘, 셋…. 잔잔한 바다 위. 숭어들이 물 밖으로 힘껏 날아오르며 춤을 춘다. 떼로 몰려 다니는 숭어들의 춤사위에 갈매기들이 이리저리 날개를 휘저으며 먹잇감을 노린다. 그럴 때마다 바닷물은 심하게 요동 친다. 뭍에서는 긴 낚싯대를 펼친 낚시꾼이 훌치기로 이 녀석들을 노린다. 벌써 살림망에는 10여 마리의 숭어가 숨을 깔딱이고 있다.잔잔한 진해루(창원시 진해구 중원동로) 앞바다에서 갈매기와 숭어떼가 벌이는 한바탕 소동에 ...이준희 기자 2016-09-23 07:00:00
[길예담] (31) 김상문 한국화가의 창원 주남저수지걸음걸음 따스하고 넉넉한 고향 주남의 품쉼표가 필요할 때 습관처럼 찾게 되는 곳. 창원 시내에서 차로 20분 남짓이면 도착하는 거리. 풍경을 감상하기도, 산책하기도, 커피를 한잔 마시기도 더없이 좋은 익숙하고 편한 장소. 창원 주남저수지다. 주남저수지를 화폭에 담는 김상문 작가는 이곳의 옛 모습을 기억하고 있는 사람이다. 지금처럼 저수지를 따라 데크가 깔리고 생태문화관이 세워지고 길목 곳곳에 카페가 들어서기 전 주남저수지의 원형이 그의 머릿속에 남아 있다.
김상문 경남미술협회장이 창원시 의창구 동판저수지 풍경을 바라보고 있다./김승권 기자/ ...김세정 기자 2016-09-12 22:00:00
[길예담] (30) 박서영 시인의 통영 비진도이 고독한 섬 절벽 끝에 슬픈 시가 매달려 있었다박서영 시인의 시 조각을 떼어보면 심미적이면서도 감각적이다. 친숙하면서도 낯설고, 고요하면서도 역동적이다. 글에는 지은이가 묻어난다더니, 박 시인 역시 그렇다. 편안하지만 날카롭다. 그래서 늘 진부하지 않고 명쾌하다. 박 시인은 바다와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다. 고성에서 나고 자랐고, 시의 세계로 인도해준 시는 최승호의 ‘북어’란다. 바다 생명체인 ‘성게’와 ‘꽃게’라는 시도 발표했다.
박서영(왼쪽) 시인이 정민주 기자와 통영 비진도 산호길을 걷고 있다./성승건 기자/ 박 시인과 통영 바다를 찾았다. 곱고 영롱...정민주 기자 2016-07-14 22:00:00
[길예담] (29) 작곡가 김영진의 ‘팡파르 용마산’어릴 적 뛰어놀던 용마산, 추억은 곡이 되었다아왜나무 향이 코끝을 간지럽히는 6월의 어느 날, 용마산(龍馬山) 가는 길은 참으로 무더웠습니다. 넓은 언덕길의 우거진 숲과 나뭇잎 사이로 비치는 따가운 햇살은 오랜만에 찾은 나를 호통이라도 치듯 강한 햇살로 인사합니다. 나지막한 산등성이는 지금은 발길조차 허용하지 않는 울창한 숲으로 변해 발 들여놓기를 거부합니다. “어릴 적 용마산은 우리들 놀이터였습니다. 산길이 있었지만 산중턱을 가로질러 나무 사이를 이리저리 휘젓고 다녔습니다. 산이 뒷마당이었고, 마산만이 보이는 바다가 앞마당이었습니다. 새총을 만들어 ...이준희 기자 2016-06-30 22:00:00
[길예담] (28) 조경옥 서양화가와 걷는 김해 화포천생동과 소멸의 무한반복… 화가가 들려주는 길 위의 사계
조경옥 화가가 김해시 한림면 화포천 습지 생태공원에서 김세정 기자와 왕버들이 군락을 이룬 탐방로를 따라 걷고 있다./김승권 기자/
사방은 온통 초록빛이다. 직선으로 길게 뻗은 산책로를 따라 옆으로 몸을 늘어뜨린 풀과 이파리 무성한 나무가 이어진다. 산책로 뒤로 보이는 하천은 평온하다. 바람이 불자 흙빛이 섞인, 약간은 탁한 푸른색 물결이 살짝 일렁인다. 인적도 드물다. 평일 낮 시간이라 그랬을까. 산책로를 왕복할 동안 마주친 사람은 딱 1명. 이따금씩 멀리서 경운기 소리가 들려온다.
처음 가본...김세정 기자 2016-06-16 22:00:00
[길예담] (27) ‘계림시회’ 문인들의 추억 따라 걷는 안민고개30년 文友, 함께 걷는 문학의 길 함께 넘는 인생고개너무 오래된 만남 -정이경산마루에서 만났다는 그들을 보려고회치산(會峙山)이거나 해치산을 찾고 있었다 음력 8월 17일께그때 얼싸안고 흘렸을 눈물은 얼마나 뜨거웠을까 보퉁이에서 나온 떡은 또 얼마나 목 메였을까(하략)안민고개 -김혜연 보이니 꽃의 폭설발이 빠져 진저리치는 알몸 몽유병여자거침없이 바람 달게 핥고 있는 봄(하략)시루봉 -김일태누가 하늘을 높이 키우고 있는지 와서 보라가슴을 드러내 놓은 채장복 불모 장엄한 허리를 베고 누워하늘에 젖 물리고 있는 산이 있다(하략)안민고개 -이달균꽃 지는 날이면 안민고...정민주 기자 2016-06-02 22:00:00
[길예담] (26) 김경현 한국화가와 걸어본 창녕 남지읍 개비리길장에 간 우리 엄마 돌아오는 그 길, 바라보다엄마….마음속으로 이 두 글자를 되내어 나지막하게 불러본다. 그 그리운 품, 살냄새가 떠올라 눈시울이 붉어진다. 당신의 깊고 넓은 사랑을 늘 불효로 되갚기 일쑤였다. 세월이 한참 흘러야 겨우 한 가닥 알게 된다. 당신에게 얼마나 불효를 저지르며 살아가고 있는지 말이다. 한 소년이 있었다. 그 소년의 엄마는 밤낮으로 일해도 늘 부족하기만 한 살림살이 탓에 몸져 누울 만큼 아파도 아픈 내색 한 번 제대로 하지 못하고, 행여나 자식들이 걱정할까봐 이불을 끌어안고 울음을 삼켰다. 시장에 가면 고운 옷이며 신발이 눈에 들어...도영진 기자 2016-05-19 22:00:00
[길예담] (25) 작곡가 김성재씨의 관현악곡 ‘마산만의 바닷바람’과 마산바다바람·파도·갈매기가 들려주는 마산만의 노랫소리삶의 한 언저리에서 어릴 적 추억을 더듬으며 길을 떠납니다.추억은 추억으로만 남겨져 있을 뿐 새로운 것들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지만 아련한 추억은 옛것을 기억하고 있습니다.그 아련함에 아마도 그 기억을 고스란히 기억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잔잔한 바람, 따스한 바람이 해안을 따라 불어옵니다. 창공으로 높이 날아오른 갈매기가 바라본 마산만의 풍경은 눈부시게 아름답습니다. 힘겨운 여공들의 삶, 그리고 해안로를 따라 이어진 바람개비는 새로운 희망을 노래합니다’. - 가녀린 감성으로 마산만의 아름다운 풍경을 곡에...이준희 기자 2016-04-14 22:00:00
[길예담] (24) ‘창동허새비’ 이선관 시인 따라 걷는 마산 창동평생 거닐던 그곳, 이웃과 시대의 고뇌가 묻어있네그를 만나기 전 두꺼운 시 전집으로 만났다. 이 사람이 하늘로 떠난 지 꼭 10년이 되던 해인 2015년, 작고 10주년을 기념하며 시전집이 나왔다. 이선관시인추모모임이 나서 불휘미디어에서 낸 책이다. 경남대학교 배대화 교수, 우무석 시인 등이 힘써 만들었다. 이 책은 한평생 쓴 시를 그러모을 가치가 있는 사람이라는 뜻이라고 읽혔다. 한 장 한 장 넘기면서 깨달았다. 왜 사람들이 그의 시를 모아 낼 생각을 했는지. 그는 자신의 감정뿐 아니라 사회에 대한 목소리를 내는 시인이었다.고 이선관 시인의 이야기다. 그는 태어날 때 ...이슬기 기자 2016-03-17 22: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