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가 있는 공간 (39) 통영 봄날의 책방책과 문화, 쉼이 있는 ‘따뜻한 동네책방’동장군을 녹인 봄은 생명력을 품고 있어 더욱 반갑다. 하얀 서릿발의 마른 가지에서 움튼 꽃망울은 맑고 경이롭기까지 하다. 겨울의 찬 공기가 내려앉은 통영의 봉숫골에서 한발 앞서 봄의 활기찬 생명력을 지닌 ‘봄날의 책방’을 다녀왔다.
최근 SNS에서 통영의 명소를 검색하면 ‘#통영의 책방’이 꽤 많이 나온다. 알록달록한 인테리어와 문화예술이 스며있는 북큐레이션이 눈길을 끌어서다.
통영시 봉평동에...정민주 기자 2019-12-05 21:35:52
이야기가 있는 공간 (38) 마산 창동 독립서점 '산·책'산책하듯 즐기는 문화놀이터독립영화, 독립출판, 독립서점 등 최근 문화계에서 ‘독립’이라는 단어를 쉽게 볼 수 있다. ‘독립’이라는 접두사가 붙으면 대중성보다는 희소성이, 주류보다는 비주류의 느낌이 든다. 이런 편협한 생각을 깨준 우리지역 독립서점 ‘산·책’을 다녀왔다. 보편타당한 가치로 책을 온전히 즐길 수 있는 공간에는 재미있는 이야기들이 그득했다. 독립서점은 기존의 출판 또는 유통방식에서 벗어나 운영되고 있는 작은 규모의 서점으로, 다양한 주제를 지닌 독립출판물을 다루는 곳을 일컫는다. 소규모 출판·유통 방식으로 꾸려가는 독립서점...정민주 기자 2019-10-03 21:10:19
이야기가 있는 공간 (37) 진주 죽향찻잔에 담긴 ‘삶의 향’ 음미하다
‘2001년 다시 진주로 돌아와 첫봄을 만난 곳, 삶의 척박함으로 꽃이 피는 줄도 모르고 거룩한 봄을 잃어버릴 뻔했던 그해 2월 끝자락 어느 날, 죽향에서 만난 청매화 꽃은 내 삶의 긴 잠식을 깨워주는 기적 같은 풍경이었다. 움츠리고 있던 나의 감성은 진통제를 섭취한 것처럼 다시 살아났고, 슬픔은 녹아서 봄물결과 함께 유려하게 흘러주었던 깊은 기억의 그곳 그 사람, 그 차….’ 서양화가 정진혜 작가가 쓴 글의 한 구절이다. 거룩한 봄을 잃어버릴 뻔했던 화가의 긴 잠을 깨워주었던 그곳, 죽향(竹香).
...김유경 기자 2019-09-05 20:29:30
이야기가 있는 공간 (36) 창원 양덕성당거친 붉은 벽돌 틈새, 우리네 40년 삶과 애환 스민 곳
지난 1978년 지어져 노동자들과 주민들의 안식처 역할을 해온 창원시 마산회원구 ‘양덕성당’.
어떤 건물이든 발자취를 좇아가다 보면 그 시대 사람들의 삶의 모습이 생생하게 눈에 들어온다. 짓게 된 배경에서부터 건축 과정에서 생긴 에피소드, 사용하는 이들의 이야기까지 모두 건축물에 스며들기 때문이다.
좋은 건축물을 논할 때 빼놓을 수 ...정민주 기자 2019-08-08 21:34:04
이야기가 있는 공간 (35) 창원 성산패총창원의 번영·추억 간직한 ‘도심 속 오아시스’너무 가까이 있어서, 너무 잘 알고 있어서, 그래서 잊고 있었던 그곳. 사람들은 늘 스쳐 지나갔지만, 그곳은 45년 동안 늘 그 자리에 있었다.
창원에서 국민학교 소풍의 추억으로 남아 있는 창원 성산패총은 창원공단 속에서 1970년대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었다. 1974년 11월 2일 국가문화재인 사적 제240호로 지정된 이후 실제로 바뀐 것이 없다. 왠지 소중함이 더 느껴지는 대목이다. 혹자는 성산패총을 첨단기계산업공단 가운데 있는 ‘오아시스’라 불렀다.
...김호철 기자 2019-06-20 20:59:03
이야기가 있는 공간 (34) 김해 달빛책방지친 맘 위로해 줄 신통한 책 처방전 내드립니다
2016년 ‘82년생 김지영’이 세상에 나와 큰 반향을 일으켰다. 국내에서 100만부 넘게 팔렸고, 일본·중국·대만 등에서도 화제의 책이 됐다. 이 책이 큰 인기를 얻은 이유는 많은 이들의 공감을 샀기 때문이다. 책이 나온 지 3년이 됐다. 딸이자 아내, 며느리, 엄마로 버거운 삶을 살던 ‘김지영’씨의 삶은 좀 나아졌을까.
김해시 불암동 ‘달빛책방’.
아직 우리나라 여성 상당수가 결혼과 임신, 출산하는 과정에서 이전에 하던 일을 지속하지 못하고 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2018년 전국 출산력 및 가족...정민주 기자 2019-05-16 22:00:00
이야기가 있는 공간 (33) 진해 여좌동 문화공간 ‘모퉁이’빈 집 창고 ‘모퉁이’에 문화햇살 스며들다
연분홍의 벚꽃이 피고난 자리에 초록이 물들었다. 여좌천로를 따라 이어진 개천에는 피라미들이 노닐고 봄마중 나선 꽃들은 경쟁이라도 하듯 저마다의 자태를 뽐내고 있다.
주황색 지붕에 짙은 보라색 대문, 담벼락에는 나비가 살며시 날아와 앉았고, 다른 한편에는 물고기들이 춤을 춘다. 마당 앞 창고 옥상의 대형 파란 물탱크가 눈길을 끈다.
따뜻한 햇살이 비치는 마을 어귀에 들어선 문화공간 ‘모퉁이’의 풍경이다.
진해 여좌동 마을주민들이 지난해 10월 말께 문을 연 문화공간 ‘모퉁이’.
...이준희 기자 2019-04-18 22:00:00
이야기가 있는 공간 (32) 고성 수로요·보천도예창조학교세상에 하나뿐인 도자 빚으며 세상과 소통하다
우리나라는 고대부터 그릇을 빚는 기술이 뛰어났다. 그 기원은 4000여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북방에서 집단 이동한 토착민부터 시작돼 삼국시대에는 토기가 생활화됐다. 경남 곳곳에서도 그 무렵의 토기와 파편이 발견된다. 이때부터 일반 생활용기뿐만 아니라 기와 등에 문양을 넣어 제작하며 발달했는데 고려시대엔 토기에서 자기로 진일보해 세계적으로 소문난 ‘고려청자’를 탄생시켰다.
그러고 보면 ‘빚는다’는 동사는 꽤 다양한 쓰임이 있다. 흙으로 독을 빚고, 찹쌀로 술을 빚고, 심상으로 시를 빚는다와 같이 활용할 ...정민주 기자 2019-03-14 22:00:00
이야기가 있는 공간 (31) 남해바래길 작은미술관몸 돌보던 보건소, 마음 보듬는 미술관 되다
미술관 가는 길이 참 아름답다. 햇살에 반짝이는 남해 겨울바다의 은빛 물결은 보는 이의 가슴을 설레게 하고, 웅장한 위용의 남해대교와 꼬불꼬불 이어진 산길은 정겨움을 더한다. 소박한 마을 풍경과 이어진 돌담길은 아련한 추억을 더듬게 하고 푸르름을 더하는 남해 별미 시금치와 마늘은 한 겨울의 맹추위에도 아랑곳없이 초록을 내뿜는다.
‘이런 멋진 풍경이라면 나도 화가가 될 수 있을 것 같다!’는 혼잣말을 되뇌며 찾은 남해군 남면 평산리 ‘바래길 작은미술관’.
남해바래길 작은미술관 내부 모습. ...이준희 기자 2019-01-18 07:00:00
이야기가 있는 공간 (30) 마산 꽃네수예점한 땀 한 땀 바느질로 50년 세월 뜨고 엮은 곳
12월이 되자 어김없이 날씨예보에 ‘한파’ ‘칼바람’ ‘최저기온’ ‘첫눈’이 등장하더니 제법 겨울다운 날씨가 이어진다. 싸늘해진 공기가 닿지 않는 가장 안전한 이불 속에서 느릿느릿 꾸물거리는 시간이 늘었다. 최대한 여유 부릴 수 있을 만큼 늦장 부리다 겨우 외출에 나서면 맵싸한 바람에 절로 옷을 단단히 여미고 추스르게 된다. 겨울이야말로 새삼 한 겹 덧입은 옷의 고마움을 느끼는 계절이다.
창원시 마산합포구 꽃네수예점 김순점(왼쪽) 대표가 수예점을 찾은 손님들과 이야기를 하고 있다./김승권 기자/ ...정민주 기자 2018-12-20 22:00:00
이야기가 있는 공간 (29) 사천 1호 ‘리 미술관’문화 불모지서 지역민 예술 꿈 키우는 ‘교육의 장’
사천시 사천읍 옛 사천읍사무소로 이전한 ‘리 미술관’.
▲용현면에 문을 연 사천 1호 ‘리 미술관’
만추(晩秋)의 풍요로움이 보는 이의 가슴을 설레게 한다. 추수를 끝낸 가을 들녘은 호젓함이 감돌고, 저수지와 어우러진 파란 가을 하늘과 노랗게 물든 단풍잎은 한 폭의 그림을 연상케 한다.
가을의 여유로움이 느껴지는 시골길을 따라 찾은 곳은 2015년 7월 개관해 다양한 전시와 교육 등으로 3년 동안 지역민들에게 사랑을 받은 사천의 1호 미술관 ‘리’가 있었던 사천시 용현면 신촌리.
햇살에 반짝...이준희 기자 2018-11-16 07:00:00
이야기가 있는 공간 (28) 하동 매암차박물관근현대사 아픔 닦고 전통 차문화를 덖다
팔도강산이 울긋불긋 단풍옷을 입는 이 계절에도 하동은 여전히 싱그럽다. 천년 세월을 지켜온 차나무들로 골짜기마다 빼곡하게 초록 물결이 일렁이고 있어서다.
우리나라 차 시배지인 하동은 지리산의 맑은 공기와 섬진강의 깨끗한 물을 품은 지리적 특성상 차나무가 잘 자라는 자연환경을 갖추고 있다. 그 덕에 1200년 전 신라 흥덕왕 때 중국에서 가져와 심은 차 씨앗들이 뿌리를 내려 지금까지 그 명맥을 잇고 있다. 지리산에 기댄 마을과 사찰 곳곳에 다원이 자리하고 있는데, 하동지역에만 300개가 넘는 다원에서 차를 ...정민주 기자 2018-10-18 22:00:00
이야기가 있는 공간 (27) 밀양 수산국수바람에 춤추는 최고집 면발 … 3대째 이어온 고유의 그맛
우윳빛의 하얀 면발이 바람에 흔들리며 춤을 춘다. 브람스의 자장가 선율처럼 선풍기 바람소리에 맞춰 흔들거리는 국수 면발은 마치 봄을 깨운 수양버들 가지처럼 하늘거린다. 꼬챙이에 걸려 일렬로 곱게 늘어선 모습은 하얀 실타래가 실패에 감긴 것처럼 단정하고 단아하다. 햇살이 좋은 초가을 날씨에는 4~5일 후면 맛좋은 수산국수로 새롭게 태어나 우리의 입을 즐겁게 할 것이다.
밀양시 하남읍 ‘수산국수’. 70년 가까이 전통 옛날 국수의 맛을 고집하는 최씨 일가가 3대째 가업을 잇고 있는 삶의 터전이다.
...이준희 기자 2018-09-21 07:00:00
이야기가 있는 공간 (26) 진해 김씨박물관·소사주막시간이 멈춘 ‘근대사의 보물창고’한걸음 내딛는 순간 시간여행을 온 듯한 착각에 빠진다. 낡아서 칠이 벗겨진 간판이 어린 시절 옛날 동네의 기억을 불러온다. ‘부산라듸오’ 간판 아래 희뿌연 유리창 너머에는 각진 구형 라디오들이, 샛노란 ‘藝術寫眞館(예술사진관)’ 간판 아래는 빛바랜 사진과 오래된 카메라들이 옹기종기 진열돼 있다. 길모퉁이를 돌면 ‘김씨박물관’이라는 독특한 공간을 만난다.
창원시 진해구 소사동 ‘김씨박물관’ 전경. /성승건 기자/
진해 소사마을 입구에 있는 김씨박물관은 오래된 가정집을 개조한 개인박물관이다. 새빨간 우체통이...김세정 기자 2018-06-21 22:00:00
이야기가 있는 공간 (25) 동네서점 ‘진주문고’회원10만명 보유… 지역을 위한, 지역민에 의한 30여년 ‘문화 보급소’책은 방대하고 정교한 지식창고이자 풍요로운 마음의 안식을 주는 매체다. 책을 읽으면 생각하는 힘을 길러주고 다름의 가치를 배울 수 있다. 거창한 이유를 차치하고도 책은 읽는 즐거움 하나로 동서고금의 사랑을 받아왔다. 그러나 책과 책방의 입지는 예전만 못하다. 멀리서도 한눈에 보일 만큼 큰 글씨로 ‘책’이라고 써있던 책방은 작정하고 찾지 않아도 동네마다 만날 수 있는 흔한 가게였다. 그 영광을 뒤로하고 책방은 스마트폰과 인터넷 쇼핑의 디지털 습격 탓에 그 수가 현저히 줄었고, 책 역시 영화, TV 등 ‘영상의 시대’에...정민주 기자 2018-05-31 22: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