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와 떠나는 경남산책 (100·끝) 박서영 시인이 찾은 남해 금산수많은 바위들 속에서 나는 보았네상사암기암괴석들 보리암 보리암전(前)삼층석탑 해수관음보살상 우리는 바위에 관한 아름다운 이야기들을 가지게 되었다. 남해 금산, 38경을 품고 있는 산을 하루 종일 헤맸다. 금산은 사랑에 대한 안내서이며 인생에 관한 안내서이기도 하다. 파고들수록 아름답고 신비한 전설과 사연이 숨어 있다. 나는 금산의 27경인 상사암에서 가장 오래 머물렀다. 이 바위가 품고 있는 이야기는 이렇다. 조선조 숙종 시절에 전라남도 돌산지역의 사람이 남해에 기거하여 살았는데, 이웃에 사는 아름다운 과부에게 반하여 상사병에 걸려 사경을 ...이슬기 기자 2014-06-10 11:00:00
작가와 떠나는 경남산책 (99) 김참 시인이 찾은 밀양 호박소와 얼음골 사과밭오랜 세월이 빚은 속 깊은 절구호박소얼음골 사과밭 맑고 한가로운 금요일 오후, 밀양팔경의 하나라는 호박소를 찾아가는 길. 김해에서 양산으로 가는 고속도로를 따라 가다가 낙동강을 만난다. 낙동강 푸른 물과 여름 산이 어울린 풍경은 경이롭다. 길 오른편으로 흐르는 낙동강의 푸른 물에 발을 담그고 한나절 앉아 있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갈 길은 멀다. 김해에서 양산을 거쳐 밀양으로 가는 길은 몇 개의 터널을 지나야 한다. 터널 입구와 출구 부근에서 느닷없이 만나게 되는 여름 산, 멀리서 산의 풍경을 그린 동양의 산수화와 달리 가까이서 보는 ...이슬기 기자 2014-06-03 11:00:00
작가와 떠나는 경남산책 (98) 김승강 시인이 찾은 밀양밀양 없는 ‘밀양’이 가르쳐주지 않았던가
밀양남부교회
밀양역
영남루
밀양철교 ‘밀양’에는 밀양이 없다. 붕어빵에 붕어가 없듯이 ‘밀양’에는 밀양이 없다.밀양에는 영남루가 있다. 영남루는 밀양의 대표적인 자랑거리로 밀양시내의 중심에 자리하고 있다. 맑은 밀양강에 비친 영남루의 야경은 보는 이의 탄성을 자아내게 한다. 진주 촉석루, 평양의 부벽루와 함께 우리나라 3대 누각 중 하나로 손꼽힌다. 밀양에는 표충사가 있다. 밀양 재약산 기슭에 자리한 표충사는 철따라 변하는 경관으로 연중 내내 관광객의 발길을 이끈다. 표충사는 보물 제467호 ...이슬기 기자 2014-05-27 11:00:00
작가와 떠나는 경남산책 (97) 박서영 시인이 찾은 밀양 명례성지이제 울지마… 소박하고 따뜻한 일상의 위로밀양시 하남읍 명례리에 있는 명례성당. 명례성당 내부 신석복 생가터에 조성된 명례언덕 국수공장에서 국수를 말리고 있는 모습 봄 끝물이다. 이렇게 슬프고 다정하고 따뜻한 느낌의 위로는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이제 울지 마라. 이제 그만 심장에 웅크리고 앉아 우는 여자를 끄집어내라. 그 여자를 보내주어라. 누군가 속삭여주는 것 같다. 바람의 언어로. 강물의 언어로. 저 보리밭과 아카시아의 언어로 누가 내게 말하고 있다. 그러나 이 따뜻한 위로의 말도 잠시일 뿐이니, 더 고독하게 한 단어의 비밀을 캐고 들어가 자기 자신...2014-05-20 11:00:00
작가와 떠나는 경남산책 (96) 김참 시인이 찾은 삼천포 죽림동 문화마을내 詩의 뿌리가 된 고향 풍경문화마을과 와룡산마을로 들어가는 개울 옆의 집 마을 입구의 정자와 나무 삼천포 바닷가의 석양 삼천포시 죽림동 문화마을, 지금은 사천시로 통합된 내 고향. 내가 태어나 열 살 때까지 살던 곳. 외할아버지와 두 분의 외할머니와 외삼촌들이 살던 마을. 얼마 전 외할아버지 돌아가셨다는 연락을 받고 삼천포에 갔다. 외할아버지는 백수를 하시고도 삼 년을 더 살다 가셨다. 이모들과 어머니, 외삼촌들과 외숙모들, 외사촌 누이들이 빈소를 지키고 있었다. 외할아버지께 인사를 드리고 빈소 옆에서 와룡산을 하염없이 바라보았다.돌...이슬기 기자 2014-05-13 11:00:00
작가와 떠나는 경남산책 (95) 김승강 시인이 찾은 성주사 가는 길고통을 나눠가질 수 없다는 절망감을 조금이라도 덜 수 있는 곳, 절이었다
세월호 실종자의 무사귀환을 비는 현수막
성주사 가는 길에 걸려 있는 연등
사람들의 염원을 모은 돌탑
성주사 대웅전
주차장으로 내려가는 길
산에는 꽃 피네
꽃이 피네
갈 봄 여름 없이
꽃이 피네
산에
산에
피는 꽃은
저만치 혼자서 피어 있네
-김소월의 중에서
‘꽃사태’의 계절은 갔다.
소설가 김훈이 어느 해 4월 전군가도(전주~군산 도로)를 자전거로 달리다가 꽃잎 떨어지는 벚나무 둥치 밑에 자전거를 세워놓고 자신의 몸속에서 자신도 모르게 열리는...이슬기 기자 2014-04-29 11:00:00
작가와 떠나는 경남산책 (94) 박서영 시인이 찾은 합천 월광사지두 개의 석탑에 남아있는 달빛의 기억월광사지 삼층석탑 새로 지은 월광사 대웅전 월광사 아래채 월광사지 앞에 흐르는 가야천 월광사 별채 마루에 앉아 벚꽃 날리는 거 본다. 봄날이 떠나고 있음을 가장 절실하게 보여주고, 누가 떠나버리고 없다는 것을 가장 아프게 보여주는 것 같다. 마루의 풍경을 훑어본다. 미술학원에 있을 법한 줄리앙 석고상 바로 옆에는 ‘오늘은 아무도 만날 수 없어요’라는 글이 적혀 있다. 110V가 내장된 오래된 라디오와 벽에는 스피커가 두 대 청승스레 매달려 있다. 그리고 슬리퍼와 담배꽁초가 쌓인 재떨이. 이 누추하고도 아름다운 풍경...이슬기 기자 2014-04-22 11:00:00
작가와 떠나는 경남산책 (93) 김참 시인이 찾은 대청계곡과 장유사봄산에 빨려든 계곡과 절집 하나
김해 장유폭포와 물레방아
장유사에서 본 장유신도시 김해에 살면서 한 번도 가보지 못한 곳이 대청계곡이다. 대청계곡은 장척계곡과 함께 사람들이 많이 찾는 장유의 명소 가운데 하나다. 여름이면 더위를 식히기 위해, 물놀이를 하기 위해 사람들이 많이 몰려오는 대청계곡. 대청계곡이 있는 위치를 알리는 표지판을 따라 계곡 입구에 도착했다. 봄을 맞은 대청계곡 주변은 꽃이 피고 나무에 새잎이 돋아나 숲이 울창하다.길옆 공터에 차를 세워두고 계곡을 따라 걸어본다. 불모산(佛母山)에서부터 흘러왔을 물이 바위가 ...정오복 기자 2014-04-15 11:00:00
작가와 떠나는 경남산책 (92) 김승강 시인이 찾은 마산 산복도로산비탈 골목 사이로 추억의 시간여행무학로에서 바라본 합포만. 월영동 집들의 지붕. 가로등이 선 골목길. 골목길에 놓인 화분들. 마산무학로 마산제일여고 아래 산복도로 문화동 연애다리 벚꽃 통술거리. 벚꽃과 자전거 나는 그 집 지붕의 갸륵함에 대해서노래할 수 있을까불임으로 엉킨 햇빛의 무게를견디는, 때로는 고요 속에 눈과 코를 만들어아래로 내려보내서는 서러운 허공중들도감싸안는그 집 지붕의 갸륵함에 대하여클레멘타인을 부르던 시간들을 아코디언처럼고스란히 들이마셨다가계절이 지칠 때꽃 피는 육신으로 다시 허밍하는그 집 지붕의 단란한 처마들-장...이슬기 기자 2014-04-08 11:00:00
작가와 떠나는 경남산책 (91) 박서영 시인이 찾은 밀양 위양지왔구나, 깃털 같은 봄위양못에 드리워진 나무들 위양못의 풍경 위양못 안에 있는 완재정 삼은정 퇴로고가마을 한옥 탐방로 퇴로고가마을 이병수 가옥 봄이 오면 ‘프라하의 봄’이 떠오른다. 1968년의 ‘프라하의 봄’은 매우 짧고 강렬한 체코의 자유 민주화운동을 말한다. 영화는 80년대 후반 개봉되었고, 원작은 밀란 쿤데라의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이다. ‘나는 삶이 무거운데 당신은 너무 가볍군요’라는 대사가 생각난다. 20대 초반 마산의 극장에서 ‘프라하의 봄’을 보았다. ‘프라하의 봄’은 내가 최초로 본 청소년관람불가 영화였다. 밀양 위양못...이슬기 기자 2014-04-01 11:00:00
작가와 떠나는 경남산책 (90) 김참 시인이 찾은 진해 바닷가‘연분홍 봄’ 피기 전에 만난 ‘파란색 봄’진해 해변의 소나무들 바닷가 옆을 지나가는 화물열차 조선소 풍경 진해의 바다와 산진해바다에 떠 있는 배들방파제에서 낚시하는 사람들토요일 정오 무렵 진해를 향해 출발한다. 봄의 진해는 벚꽃축제로 유명하다. 하지만 군항제로 사람들이 붐빌 시기를 피해 조금 일찍 가본다. 벚꽃이 피었는지는 모르겠으나 이번에는 벚꽃을 보러 가는 것이 아니다. 진해의 봄 바다를 보러 간다. 바다 구경을 한 지가 너무 오래된 것 같다. 내가 사는 곳과 가장 가까운 바다가 진해에 있다. 바다로 향해 가는 길은 언제나 설렘을 동반한다.딱히 목...이종훈 기자 2014-03-25 11:00:00
작가와 떠나는 경남산책 (89) 김승강 시인이 찾은 산청 차황저기, 저 산모퉁이 돌아 산길 따라가면두무재 조망대에서 내려다본 상법마을. 법평리 신촌마을. 상법마을에서 올려다본 감암산 정상. 예전에 있던 황매산영화주제공원 바로 앞에 있는 한 식당. 눈이 내린다.어제는 대학기숙사 화단의 목련이 핀 것을 보았다 그제는 변호사집 매화가 개화한 것을 보지 않았던가. 오늘은 여기 눈이 내린다. 봄은 오긴 오고 있는가. 눈송이가 작다. 바람이 분다. 눈발이 흩날린다. 쌓이기는 글렀다. 그래도 이게 어딘가. 지난겨울 그렇게 기다렸던 눈이 아닌가. 먼 지방에서는 눈 속에 마을이 갇혔다. 도시 기능이 마비될 지경이었다. 먼 나라 ...이종훈 기자 2014-03-18 11:00:00- 작가와 떠나는 경남산책 (88) 박서영 시인이 찾은 거제 서이말 등대눈 감으면 펼쳐지는 막막한 밤바다서이말 등대 가는 길 거제시 일운면 지세포리에 있는 서이말 등대 예구마을 돌담길 서이말 등대에서 보이는 섬들 예구마을 천주교 예구공소 와현모래숲해변 등대 앞 천주교 순례지 표시거제도 서이말 등대 앞에 쭈그리고 앉아 생각한다. 흰 등대가 봉인된 편지 같다. 바다에 점점이 떠있는 섬과 붉은 동백을 우표...이슬기 기자 2014-03-11 11:00:00
작가와 떠나는 경남산책 (86) 김승강 시인이 찾은 진해아, 눈물겹도록 아름다운 ‘순수’의 도시관사 골목탑산에서 내려다본 중원로터리일년계단과 모노레일문화공간 흑백북원로터리 이충무공 동상옆길로 돌아갈까 하다가무심코 네 뒤를 밟고 말았다무릎까지 오는 치마를 받쳐 입고연뿌리 같은 종아리를 드러낸 채아무도 없는 골목길을걷고 있는 너는네 발목이 이쁜 걸 아니,적산가옥 늙은 백목련담 밖으로 흰 꽃잎 툭툭 떨굴 때모르는 네 발목이 너무 슬퍼서네 뒤를 밟으며나는 또 울었다- 김승강의 ‘미행’얼마 전에 진해의 ‘문화공간:흑백’이 포함되어 있는 건물이 근대문화유산으로 공식 지정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무척 반가웠다...이종훈 기자 2014-02-25 11:00:00- 작가와 떠나는 경남산책 (85) 박서영 시인이 찾은 삼천포 대방진 굴항꼭꼭 숨겨둔 ‘비밀의 귓바퀴’대방진 굴항마을의 수호신 굴항 느티나무 굴항을 끼고 있는 대방마을 굴항 산책로 담배 문 손등으로 비가 시린데 말이지갯가로 시집 간 딸아이 웅크린 등에도 이 찬비 떨어지겠고 말이지쉐타 팔짱 너머, 널어놓은 가재미 도다리나 멀거니 내다보겠지- 김사인 ‘三千浦’ 중에서비가 쏟아지는 날 삼천포에 가고 싶었다. 처...2014-02-18 11: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