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자유학기제’를 바라보며
‘자유학기제’가 법제화되며 내년부터 모든 중학교로 확대된다고 한다.
자유학기제는 중학교 교육과정 중 한 학기를 종이에 쓰는 지필시험에 대한 부담 없이 수업 운영을 토론, 실습, 현장 체험 등 학생 참여형으로 바꾸는 제도다. 자유학기제는 유럽 국가의 중고등학교에선 꽤 오래전부터 다양하고 구체적인 방법으로 실행되어온 교육 제도이다.
그 중 대표적인 나라는 아일랜드이고, 현지에서는 ‘전환학기제’(Transition Year,TY)라고 칭한다.3년간 중학교 과정을 마치고 2년간의 고교과정으로 올라가기 전, 원하는 학생에 한해 1년간 시험에서 해방돼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도록 한 것. 1974년 처음 도입된 이래 시행착오를 거치며 발전해왔고, 1994년부터 아일랜드 정부의 본격적인 재정 지원이 시작되면서 참여율이 급증했다. 2000년 이후 현재는 전국 학생 중 80%가 전환학기제를 지낼 만큼 보편화되어 있고, 이미 많은 학부모와 학생이 만족할 만한 결과를 얻었다고 한다.
자유학기제 실행 초기단계인 우리나라의 경우 여러 가지 기대와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라 할 수 있다.
한 학기동안 학생들이 공부와 시험 부담에서 벗어나 학생 스스로가 미래를 탐색하고 진로를 설계할 수 있도록 한다는 자유학기제의 도입 취지는 누구나 공감할 것이다. 점수 몇 점 더 받기 위해 혈안이 된 교실에서 벗어난다는 데 얼마나 설레이는 일이며 어떤 학생이나 학부모가 반대하겠는가? 서울대 한 연구팀이 자유학기제 시행학교 19곳과 일반학교 7곳의 학생을 비교 분석한 결과, 진로 성숙도와 학업 효율감, 학교생활 적응도 측면에서 자유학기제 시행학교
가 더 좋은 평가가 나왔다는 발표도 있었다.
하지만 우려의 목소리도 상존하고 있다. 이전과는 다른 교육과정을 편성해야 하는 상황에서 교육 수요를 감당할 수 있을지에 대한 걱정이다. 사전 인프라 구축 미흡, 프로그램 구성의 어려움, 진로체험활동에 편중된 프로그램 운영 등이 지적되고 있다. 최악의 경우, 막대한 예산과 시간을 들이고도 학생에게 ‘자유학기제=노는 시간’으로 전락할 위험도 예견된다. 또한 자유학기제 시행 시기가 대부분 1학년 2학기라서 진로를 고민하기에 이른 시기라는 지적도 있다.
무엇보다 가장 문제되는 것은 어차피 고등학교는 영재학교에서부터 특목고와 같이 서열화되어 있는데 한 학기동안 길거리를 방황하다 돌아올 수 있는 여유가 없다는 것이다. 벌써 학부모들 중에는 자유학기제는 자유 사교육기간이라는 말이 공공연하게 흘러나오고 있다. 결국 고교 평준화와 대학 서열화라는 근본 문제부터 해결하지 않으면 자유학기제는 실패하고 말 것이라는 이야기다.
이제 걸음마를 막 시작한 자유학기제, 여러 가지 시행착오는 각오해야만 할 것이다. 문제는 그 시행착오의 시간을 최대한 줄이는 것이다. 교육 제도의 변화와 정착을 위해서는 교육당국, 학생, 교사, 학부모 사이에 이해와 공감대가 먼저 형성되어야 한다. 적극적인 소통을 통해 공감대 형성의 계기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부모와 사회의 적극적인 참여와 달라진 시각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또한 너무 조급해하지 말고 자유학기제가 그 진가를 발휘할 수 있도록 정착을 위한 시간을 내어주고 또 기다려주는 것이 필요하다 할 것이다.
이정수 농협경주환경농업교육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