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귀농·귀촌의 이유 찾기
농촌으로 이주하는 귀농·귀촌 가구가 4만4천 가구를 넘어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농림축산식품부와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귀농·귀촌 가구는 4만4천586가구로 집계됐다.종전의 최대였던
전년의 3만2천424가구보다 37.5% 늘어난 규모다.
사람들은 왜 농촌에 가서 살겠다고 하는 것일까? 그 배경에는 고용 불안,도심의 환경오염,지속되는 물가 상승,
건강추구 등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귀농·귀촌은 무엇보다도 살아가는 삶의 방식의 전환에 있다.
농촌 살이라는 것은 진정으로 흙과 자연에 마음의 뿌리를 내리고 스스로 삶의 궤적을 주체적으로 그리며 살아가는
삶의 방식 중의 하나인 것이다.
생존경쟁이 치열하게 벌어지는 도시를 흔히 ‘정글’에 비유한다. 이 정글에서 살아남기 위해 동시에 여러 가지 일을 할 수 있는 능력, ‘멀티태스킹’이 중요한 인간의 덕목으로 떠오르고 있다.멀티태스킹은 밀림의 동물들 사이에서도 광범위하게 발견되는 습성이다.야생에서의 생존을 위해 필수적인 능력이 멀티태스킹인 것이다.
먹이를 사냥하는 동물은 먹이를 먹는 동시에 다른 경쟁자로부터 자신의 먹이를 지켜야하며, 자신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경계를 늦추지 않아야하며, 동시에 새끼들도 감시하고, 또 짝짓기 상대도 시야에서 놓치지 않아야 한다.그런 까닭에 동물들은 다양한 활동에 주의를 분산시키지 않으면 안되고 깊은 사색을 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사색없는 분주함은 어떤 것도 생산하지 못하고 이미 존재하는 것을 다람쥐 젯바퀴 돌 듯 재생하고 가속화할 뿐이다.
성과주의 사회에 매몰되어 앞만 보고 달려가던 그들이 지쳐 쉬어가는 때가 오는 것이다.그리고 마침내 그들은 깨닫는다.승진도 빨리해 보고, 돈도 벌어 봤지만 결국 사회가 만들어놓은 다람쥐 쳇바퀴 같은 프레임에 갇혀 끊임없이 그 속을 공회전하고 있었음을.
그래서 이제 그 다람쥐 쳇바퀴에서 나와 스스로 자립적인,생산적인 삶을 살고 싶은데 그 중의 한 방법으로 귀농·귀촌을 선택하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이 방식은 물질적 빈곤과 육체적 고단함을 감수해야 한다. 왜냐하면 오래전부터 우리 농업·농촌이 그러한 구조의 틀 속에 있기 때문이다. 물질적 빈곤함은 소득의 감소에서 온다.소득의 감소에서 오는 물질적 빈곤은 풍요의 탐욕을 버리고 소비를 줄여야만 해결할 수 있다.육체적 고단함은 이런 전환의 과정에서 엔도르핀이 솟아 나오므로 이겨낼 수 있다.‘과연 나는 이러한 삶의 전환에 가슴 뛰게 동의하는가?’ 귀농·귀촌 준비는 이러한 질문에 ‘그렇다’라고 대답하고 나서부터 해야하는 것이다.
그래서 귀농·귀촌은 ‘내가 왜 농촌에 가서 살겠다’고 하는 것인지 이유 찾기가 우선이다.
이정수 농협경주환경농업교육원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