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연습장 40대 여성 납치·살해 피의자 3명 중 경찰에 먼저 붙잡힌 심모씨가 29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으러 창원지법 소년법정으로 들어서고 있다./전강용 기자/
골프연습장 40대 여성 납치·살해 사건 수사가 진행되면서 사전에 치밀하게 계획한 범죄였다는 정황이 속속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오히려 이들의 치밀함이 경찰에 덜미를 잡히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
구속된 심모(29·이하 심씨)씨, 또 공개수배된 심천우(31)씨, 강정임(36·여)씨는 지난 24일 창원의 한 골프연습장 주차장에서 운동을 하고 귀가하는 40대 여성을 자신들이 타고 온 차량으로 납치해 카드를 빼앗고 살해한 뒤 시신을 유기했다. 이들은 범행장소를 사전 물색했을 뿐 아니라, 위조 번호판을 사용하고 여장을 준비하는 등의 정황이 속속 확인되면서 치밀하게 준비된 범죄로 밝혀지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치밀함이 자신들의 도주 경로가 경찰 수사망에 포착되면서 검거 및 공개수배됐다.
이들은 가짜 번호판을 그냥 사용하지 않았다. CCTV가 적게 설치된 국도를 다닐 때는 훔치거나 위조한 가짜 번호판을 사용했고, CCTV가 많은 고속도로를 이용할 때는 차량을 등록할 때 받은 진짜 번호판을 부착했다.
납치범들의 치밀함이 덜미가 잡힌 건 광주에서다. 25일 광주 남구청 근처에서 가짜 번호판을 부착한 범행용 SUV차량에서 강씨가 내려 돈을 인출하고 떠났다. 이 사이 이들은 CCTV 사각지대에서 진짜 번호판으로 바꿨다. 앞서 이 차량의 선바이저 모양 등 특이한 점을 기억하고 있던 경찰관이 동일한 차량이 다른 번호판을 단 것을 수상히 여겨 확인에 나선 결과 심천우씨 어머니 명의 차량인 점을 알게 됐다.
26일 오후 이들이 진짜 번호판을 달고 함안으로 들어오는 모습이 CCTV에 포착됐고, 곧이어 경찰이 차량을 추적하기 시작했다. 경찰에 쫓기던 이들은 27일 오전 1시 30분께 차량을 버리고 야산으로 도주했고, 3명 중 심씨는 한참 뒤 산에서 내려왔다가 경찰에 붙잡혔다. 나머지 2명은 야산으로 달아난 이후 아직까지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이들이 범행을 저지른 경남지역으로 왜 다시 돌아왔는지에 대해서는 현재까지 확실히 밝혀지지 않았다. 광주에서 함안까지 수배된 심천우씨가 SUV차량을 운전했기 때문에 구속된 심씨는 구체적인 이동 계획은 모른다고 경찰에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공개수배된 심천우씨와 강정임씨를 검거해야 사건의 전말이 드러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공개수배 중인 심천우씨와 여자친구 강정임씨는 수년간 도내 모 골프장에서 같이 일해온 사이로 알려졌다. 안대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