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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도리
김병기       조회 : 2309  2014.05.15 21:26:54

사람의 도리

 

쉬는 날 친구 공장에 갔다가 싸이렌 소리를 들었다. 이 시간에 어디서 울리는 소리인가 놀라 창문을 열어보니 친구 형이 운영하는 옆 공장으로 119구급차가 출동해 즉시 달려가게 되었다. 공장 내부에는 벌써 많은 사람들이 운집해 발을 구르고 있었고, 출동한 소방관들의 다급한 외침도 들렸다. 어떻게 된 영문인지 몰라도 비닐을 뽑아내는 거대한 기계 속에 한 남자가 들어가 있었고 주위 사람들은 우왕좌왕 어찌 할 바를 모르고 있는 가운데, 친구가 고함을 쳤다. 자형, 왜 그곳에 들어갔느냐고.

 

잠시 후 근처 병원에서 달려온 의사도 있었지만 기계 속으로 빨려 들어간 자형의 양다리를 꺼내지 못해 결과적으로 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그렇게 이승을 하직하고 우리 곁을 떠나가는 것을 지켜보았다. 자형은 친구에게 이 다리만 조금 빼면 되는데하며 잘못 들어갔음을 애써 미안해하다 급기야 의식을 잃는 것을 안타깝게 바라보면서 철 구조물로 된 기계를 해체할 장비도 방법도 없어 몇 시간을 그렇게 허비하였지만 귀중한 생명을 구하지 못한 것이다.

 

우리 주변에는 각종 재난 발생 시 대처해야 하라 비상매뉴얼이 나름대로 만들어져 있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사안에 대한 100%의 활용은 어렵다고 한다. 만든 것도 사람이고 활용하는 것도 사람인지라 각종 재난에 100% 맞게 매뉴얼을 만들 수도 없고 또 이를 활용하는 것도 무리일 것이다. 그렇지만 최소한의 대비책은 필요한 데 무엇보다 현장에서 적극적인 대처에 대한 마음가짐일 것이다. 평소 기계 내부로 원료가 들어갈 때 사람이 빨려 들어갈 위험이 있음을 알았다면 원료 외 다른 물체(사람 등)가 빨려 들어가지 않도록 차단막을 설치한다든지 아니면 접근금지 위험 표지판 설치와 안전교육을 통해 미리 대비했어야 옳다.

 

우린 무슨 일이 터진 뒤에야 뒷북만 치는 행태를 무수히 보아온 지라 이제는 익숙해져 1920년대 미국의 보험사 직원인 하인리히를 잊고 있다. 위험을 알리는 “129300의 법칙. 세월호 참사이후 연이어 발생하는 크고 작은 안전사고에 대한 우려가 도를 넘고 있는 것 같다. 그 동안 보리 고개를 넘기 위해 성과위주로만 달려오다 보니 우리 사회는 한탕주의로 나만 잘 살면 된다는 심보에 남을 위한 배려가 부족했던 것이 사실이다. 나부터 이런 잘못을 고치는 의미로 오늘부터 길을 가다가 금이 간 이웃집 담 벽을 보고 그냥 갈 것이 아니라 다시보아 주인에게 위험을 알려주도록 하여야겠다.

 

요즘 이 시대 어른이 실종되었다 한다. 두렵다. 어린 시절 할머니의 잔기침 소리만 들어도 뭔가 편안해진 느낌이었는데 해맑은 눈동자로 할미할비를 부르며 아장아장 걷는 겨우 말을 배우기 시작한 세 살배기 외손녀 앞에 혹시라도 나도 실종된 어른이 될까 두렵지만, 심호흡을 하면서 하늘을 우러러 부끄럽지 않은 이 시대의 자랑스러운 어른이 될 것을 감히 다짐해 본다. 하여 먼 훗날 그런 아픔도 있었지만 잊지 않고 교훈 삼아 우린 당당히 헤치고 나온 사람의 도리를 다한 어른이었음을 무덤으로 들어가면서도 말할 수 있었으면 한다.

 

김해중부경찰서 유치관리팀장, 김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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