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   유튜브  |   facebook  |   newsstand  |   지면보기   |  
2024년 04월 27일 (토)
전체메뉴

‘STX조선 폭발’ 해경 조사… "원청 책임 커"

원청, 원가절감 위해 일반유리 설치
적은 외부압력에도 쉽게 깨져
방폭등 4개 모두 방폭기능 없었다

  • 기사입력 : 2017-09-05 22:00:00
  •   

  • 지난달 20일 노동자 4명의 목숨을 앗아 갔던 STX조선해양 폭발사고 당시, 사고가 난 선박 탱크 안의 방폭등 4개가 모두 방폭 기능이 없었을 뿐 아니라 환기시설도 규정의 절반에 그쳤던 것으로 드러났다.

    해경 수사본부는 5일 오전 11시 창원해양경찰서 5층 회의실에서 브리핑을 열고, 폭발사고가 발생한 RO(잔유) 보관 탱크 내에 설치됐던 4개의 방폭등 모두 제대로 된 기능을 하지 못한 것을 자체 조사를 통해 확인했다고 밝혔다.

    메인이미지
    자료사진= STX조선해양 건조 선박 폭발사고와 관련해 합동감식반원이 사고 현장에서 감식을 실시하고 있다. 사진은 사고 현장 내에서 발견된 방폭등./창원해양경찰서/



    수사본부에 따르면, STX조선해양은 제조업체인 A사에서 방폭등 완제품을 납품받아 전기공사 하도급업체인 B사를 통해 탱크 안에 설치했다. 방폭등은 빛을 내는 전구와 이를 보호하는 유리로 구성돼 있고, 전구가 가연성 가스와 반응해 폭발하지 않도록 패킹을 통해 기밀성을 유지해야 하며, 전문 교육을 받은 업체가 이를 설치·수리하게 돼 있다. 한 번 설치된 방폭등은 방폭 기능을 상실하지 않는 한 지속적으로 사용할 수 있지만, 탱크 내 방폭등은 스프레이 도장 작업으로 인해 전구를 감싸는 유리에 페인트가 묻어 조도가 떨어졌고, 이에 따라 원청인 STX조선해양은 개당 18만~19만원인 방폭등 완제품 대신 중간납품업체 C사로부터 유리만 납품받아 전문 교육을 받지 않은 B사를 통해 방폭등을 교체했다. 이 과정에서 방폭등의 패킹 작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또 방폭 기능이 있는 유리는 30KG의 외부 압력에도 견딜 수 있지만, RO 탱크에서 사용된 방폭등은 20KG의 압력을 가했을 때 일반 유리처럼 깨진 것으로 확인됐다. 사고 당시 RO 보관 탱크 내부에서 깨진 채 발견된 방폭등을 포함한 2개의 방폭등은 2007년 이전에, 나머지 2개는 2014년에 제조됐다.

    해경 수사본부는 “방폭 기능이 있는 유리는 일반유리 원가의 2배로 원청에서 원가 절감을 위해 위험성을 알면서도 방폭 기능이 없는 일반유리 설치를 B사에 지시했다”고 밝혔다.

    해경은 폭발 당시 RO 탱크 내부에 설치돼 있던 환기시설도 매뉴얼에서 권장하는 용량의 절반밖에 설치하지 않은 사실도 확인했다. STX조선해양이 ‘산업안전보건 기준에 관한 규칙’에 따라 작성한 작업 표준서에는 원활한 작업을 위해 배기관 4개, 흡기관 2개를 설치할 것을 권장하고 있지만 이의 절반에 해당하는 배기관 2개, 흡기관 1개만 설치돼 있었다고 해경은 밝혔다. 해경은 전문가와 사고 당시 작업자들이 사용했던 페인트 제조회사 관계자를 불러 작업 시간대의 도료 사용량을 환산해 적정 배기량을 측정한 결과, 전체적으로 배기량이 부족했고 원활환 환기가 되지 않아 유기화합물이 고농도로 조성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이 환기 시설은 하청업체가 아닌 STX조선해양에서 직접 설치했고, 적정 배기량이 확보되지 않은 사실을 원청이 인지하고 있었다고 해경은 밝혔다.

    해경은 협력업체에 대한 수사를 통해 이미 입건한 9명 이외에 사문서위조 혐의로 2명을 추가 입건해 조사하고 있다. 입건된 안모씨는 협력업체 경리사원으로 지인 최모씨와 함께 사고 발생 직후인 지난달 20일 오후부터 21일 오전 사이 RO 탱크 작업자를 포함한 협력업체 소속 도장 작업자 37명의 근로계약서를 허위로 작성한 혐의를 받고 있다. 해경 수사본부는 “안씨가 고용노동부에서 점검을 나온다고 하니 그간 작성하지 않았던 근로계약서를 급조했고, 이 과정에서 지인 최씨에게 도움을 청했다“고 밝혔다.

    또 해경은 자재 구매내역과 이메일을 통한 의견 교환 등을 살펴보기 위해 STX조선해양 공사관계자 79명의 사내 이메일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한 결과, 사고 이후 증거를 인멸하려는 정황을 일부 포착했고 관련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박기원 기자 pkw@knnews.co.kr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 관련기사
  • 박기원 기자의 다른기사 검색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