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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2월 06일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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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범죄와의 전쟁 ⑪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후유증

영상 떠돌까 두려운 피해자들… 몇십년 지나도 악몽은 진행형
최은하 해바라기센터 부소장 인터뷰

  • 기사입력 : 2022-07-21 21:3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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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온라인 특성상 사건 종결 안 돼
    일반 성범죄보다 피해자 불안 커

    장난섞인 ‘몰카’ 단어 지양하고
    ‘불법 촬영’ 심각성 널리 알려야

    두려움·죄책감 심한 아동 피해자
    2차 피해 없도록 부모 역할 중요


    “디지털성범죄 피해자들은 사건 이후가 끝이 아니에요. 몇 년이 지나도 내 사진이, 내 영상이 떠돌까 봐 그게 그렇게 두렵고 불안하다고 얘기하죠.”

    악몽은 집요하고 지독하다. 최은하 경남해바라기센터 부소장은 최근 급상승하고 있는 디지털성범죄의 심각성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최은하 경남해바라기센터 부소장.
    최은하 경남해바라기센터 부소장.

    ◇깊은 후유증 남기는 디지털성범죄= 해바라기센터는 피해자들을 대상으로 심리 상담, 의료, 수사·법률 자문 등을 지원하고 있다. 주로 가정폭력, 성매매, 성폭력에 이르기까지 폭력으로 고통 받는 피해자들을 위해 24시간을 대기한다. 경남해바라기센터 또한 경남의 피해자들을 대상으로 지원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최은하 부소장은 센터의 이름에 ‘해바라기’가 붙기 이전부터 활동해온 베테랑이다. 긴 시간 성범죄의 형태가 사회 변화에 따라 가지각색으로 변화해가는 것을 목격했다. 그리고 이제는 디지털성범죄가 일반적인 성범죄보다 더 큰 비중을 차지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성범죄 피해자와 마찬가지로 디지털성범죄 피해자도 오랜 시간 악몽을 꾼다. 주로 온라인을 이용하는 디지털성범죄 특성에 따라 피해자들에게 ‘사건 종결’이란 없다. 끊임없는 유포의 굴레 안에서 피해자들은 몇 년 혹은 몇십년이 지나도 불안에서 헤어 나오지 못한다.

    “‘선생님, 제 영상이 다 지워지겠죠?’ 그렇게 물으면 그저 ‘기관들이 최대한 힘 써 줄 거다’ 답해줄 수밖에 없죠. 물론, 다 지워질 거라고 말해주고 위로해주고 싶지만 정말로 온라인이라는 것이 통제되어 있는 게 아니니까요… 그럴 때마다 안타깝고 마음이 아픕니다.”

    이런 디지털성범죄의 심각성과 피해자의 깊은 후유증을 아는 최 부소장은 불법촬영을 ‘몰카(몰래카메라)’라고 표현하는 것도 지양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는 “티브이 프로그램을 통해 ‘몰카’라는 단어가 장난스럽게 에피소드를 만들어내는 이미지가 부각돼 있어 자칫 가벼운 범죄로 느껴질 수도 있다”며 “디지털성범죄의 심각성을 대중이 깨닫기 위해 ‘몰카’같은 가벼운 표현은 쓰지 말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죄책감 안고 가는 아동들…치료는 부모에게 달려있다= 피해자들에게 깊은 후유증을 안겨주는 디지털성범죄는 갈수록 피해 연령층이 낮아지고 있다. 이것이 최근 최 부소장의 고민거리다. SNS와 채팅 앱 등을 통해 아동에게 접근한 범죄자들은 대부분 친근함을 매개로 지속적인 ‘그루밍(길들이기)’을 통해 아동들을 착취해 나간다. 최 부소장은 이들 아동 피해자들이 겪는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다’고 설명한다.

    “아동의 경우 후유증이 더 심하죠. 두려움뿐만 아니라 죄책감도 크게 느껴요. ‘내가 그 사람과 대화했기 때문에 피해를 입었고 부모님에게도 상처를 줬다’ 그렇게 생각하게 되는 거예요.” 그렇기 때문에 아동이 피해를 당했을 때 부모의 대처가 가장 중요하다. 피해 사실에 대해 조금이라도 비난하게 되면 피해 아동은 설 곳이 없어진다. 부모가 아동을 품어주고 2차 피해를 입지 않게 지켜주고 치료를 적극적으로 도와줄수록 아동은 빠르게 회복할 수 있다. 그러나 많은 경우, 그렇지 않았다.

    “심하게 야단을 맞거나 어떤 경우에는 매질까지 받은 이후 센터로 오는 아이들이 있어요. 그러니까 이미 피해를 입고 큰 상처를 받은 상황에서 두 번, 세 번 더 상처를 받아서 오는 거죠. 그 아이의 마음을 다시 치유하는데 많은 인력과 많은 시간이 듭니다. 그렇게 해도 완전히 치유하기란 쉽지 않죠.”

    최 부소장은 다시금 부모의 관심과 사랑을 강조했다. 범죄 피해가 커지지 않도록 막을 수 있는 것도 부모의 관심이다. 어느 날부터 아이의 표정이 어둡거나 방에 문을 잠그고 화장실에 들어가 있는 시간이 많아진다면, 그것은 어떤 징후다. “야단치거나 화내지 말고 부드럽게 얘기해주세요. 어떤 고민이 있다면 부모님에게 얘기하자. 우리는 너를 사랑하고 무조건 너의 편이다. 아이들이 마음을 열고 자신의 고통을 쏟아낼 수 있게 도와준다면 범죄는 더 이상 커지지 않을 것이고 아이의 치유는 더 빠를 겁니다.”

    글·사진= 어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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