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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2월 06일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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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범죄와의 전쟁 ① 보이스피싱- 피해자 인터뷰

“1%대 저금리 유혹에…영혼까지 털렸다”

  • 기사입력 : 2022-04-17 21:2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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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완전히 홀렸어요. 그 끔찍한 전화를 처음 받은 건 3월 8일이었어요….”

    창원에 사는 50대 여성 A씨는 최근 6000만원이 넘는 보이스피싱 범죄 피해를 당한 뒤 자신과 같은 피해자가 더 늘어나지 않도록 본지와의 인터뷰에 나서 당한 수법을 털어놨다.

    첫 전화가 걸려 온 날, 하필 A씨가 코로나19에 걸려 직장도 못 가고 몸이 아파 누워 있는 날이었다.

    “고객님. 1% 후반대 저금리 대출이 가능하세요.” 귀찮은 전화가 걸려와 처음엔 평소대로 “아 필요 없어요. 안 해도 돼요”하고 끊었다. 그런데 이내 다시 전화가 걸려 왔다.

    “1% 후반대 금리가 좋지 않으세요? 우리는 신용보증기금에서 △△은행으로 위탁받아서 하거든요.”

    이날따라 A씨는 뭐에 혹했는지 “대상자 선정을 어떻게 하느냐”고 물어 “신용이 좋은 사람들에게 연락이 간다”는 답을 들었다.

    창원 50대 여성 6000여만원 피해
    “은행 사칭·해킹 앱에 속아 대출
    카드론·현금서비스 받아 다 털려
    계속 좋은 조건 내세우며 유혹
    전화 대출상담 아예 믿지 마세요”

    A씨는 상대방이 안내해주는 문자를 받아 링크를 누르고 앱을 설치해 일단 한번 대출신청서를 넣어봤다. 이후 상대방이 안내해주는 번호로 전화를 걸어 대출 관련 상담을 했다.

    알려주는 번호로 전화를 걸었더니, 휴대전화 화면에 △△은행 서울의 한 지점으로 정보가 표시됐고, 해당 지점에선 대리와 과장 등이 번갈아 전화를 받았다. 이때 A씨는 의심을 지우고 기존에 있던 대출을 저금리로 한번 갈아타 보려고 마음을 먹었다.

    그러나 그 모든 것이 가짜였다. A씨가 설치한 앱은 은행 앱처럼 생겼지만 알고 보니 해킹 앱이었다. A씨는 실제 은행에서 사용하는 번호로 전화를 걸었지만 보이스피싱 조직에서 ‘가로채기’를 해 전화를 받은 것이었다. 이를 알리 없는 A씨를 상대로 범행은 일사천리였다.

    “사용하는 카드가 있으면 1%대 중반까지 되겠는데요? 만약 1%대 중반까지 하면 대출이 1억~1억3000만원까지도 가능하겠네요.”

    “고객님. 아, 정말 아쉬워서 어쩌죠. 신용점수가 조금 모자라는데, 대출을 받아 상환하는 식으로 신용점수 올려볼게요. 저도 대출 잘해서 진급도 해야 하니 한번 진행해볼게요. 대출 받으시고요, 카드 보내주시면 저희가 인출을 해서 갚는 식으로 진행할게요.”

    A씨는 1800만원 카드론 대출을 받은 뒤 퀵 기사를 통해 체크카드를 보내줬다. 이틀 새 통장에선 1200만원이 빠져나갔다. 이때 그는 직접 카드사에 전화를 걸어 대출금이 갚아지는지 여부를 확인했다. 그런데 이때도 조직원은 이미 깔아둔 해킹 앱을 통해 A씨가 카드사에 거는 전화를 가로채 대출금이 갚아진 것처럼 속였다.

    상대방은 자신들이 베푸는 것처럼 속이고, 점점 더 좋은 조건으로 유혹하고, 곧 일이 마무리된다는 희망을 주며, 점점 깊은 수렁으로 빠져들게 만들었다. 금융감독원 사칭 등 한통속의 전화들도 동원돼 A씨의 정신을 빼놨다.

    “점수가 조금 모자라서 저희가 우선 고객님 통장에 1000만원을 정기예금으로 넣어뒀어요. 1.02% 초저금리로 1억5000만원까지 해드릴게요. 다른 카드를 하나 더 만들어서 한 번만 더 대출 내고 갚을게요.” A씨는 두 번째 체크카드를 만들며 3980만원을 추가 대출하고, 이마저도 부족해 현금 서비스도 여러 차례 받았다. 그럼에도 상대는 “이걸 어쩌죠. 하필 금융감독원에서 편법 대출을 알아차리는 바람에 보증보험료를 내야 하는데, 3000만원만 더 구해 달라”라며 요구했다.

    이때 A씨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고 했다. A씨가 당한 보이스피싱 피해액은 총 6167만원. 카드론에 현금서비스까지 받은 돈을 모두 탈탈 털린 뒤였다.

    A씨는 경찰에 신고해 두 번째 체크카드를 받아 현금을 인출한 30대의 현금인출책 2명이 검거됐지만, 피해액은 이미 대포통장 등 범죄 조직에 넘겨져 추적이 불가했다.

    경찰 조사 결과, A씨의 통장은 다른 보이스피싱 피해자의 돈도 입금되는 등 대포통장으로 악용되고 있었다.

    결국 A씨가 찾을 수 있는 돈은 없었다. 그나마 현금 인출책 알바를 하던 이들이 잡혀 민사소송을 통한 일부 피해 회복만 기대해야 한다.

    문제는 이런 수법에 A씨만 속아 넘어가는 것이 아니라 도내 각지에서 유사 피해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는 점이다.

    경남에선 몇 년 새 해킹 앱을 이용한 보이스피싱 범죄가 기승을 부리면서 김해에서 금융감독원 직원을 사칭한 전화에 속아 인출책에 수천만원을 건넨 40대 남성 피해자가 있었고, 진주에서도 대출상환을 위해 계좌번호를 받아 돈을 송금했다가 사기를 당한 40대 여성 피해자가 있었다.

    최근 보이스피싱 범죄는 금융기관 사칭이나 수사기관 사칭뿐만 아니라 가족 행세, 납치 협박 등 온갖 수법들이 판을 치고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A씨는 “평소 지인들의 보이스피싱 범죄를 두 번이나 막아줄 정도로 저는 안 당할 줄 알았다”라며 “범죄가 진화하고 지능적으로 접근을 하기 때문에 정신을 바짝 차리지 않으면 꼼짝없이 당한다. 전화로 하는 것은 아예 믿으면 안 된다”고 전했다.


    김재경 기자 jkkim@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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