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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2월 06일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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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범죄와의 전쟁 ⑨ 디지털성범죄-피해사례 재구성

단짝인 줄 알았던 ‘SNS 친구’가… 순식간에 괴물로 변했다

  • 기사입력 : 2022-06-26 21:3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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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동성친구·친절한 어른 행세하며
    오픈채팅·메신저 등으로 접근
    호감 얻어 빠르게 친해진 뒤
    신체 사진·음란 동영상 요구
    거부시 신상공개 볼모로 협박
    피해 아동 정신적 고통 커
    보호자 꾸준한 관심·대화 필요

    성범죄는 피해자의 육체와 영혼에 가하는 폭행이다. 성범죄 유형은 갈수록 다양해져 가상의 공간인 온라인까지 침범하기 시작했다. 특정인의 성영상물을 촬영·유포하고, 허락 없이 타인의 신체를 촬영하고 또 합성하는 행위 등 모두가 디지털성범죄다. 이중 아동성착취물은 낮은 연령대를 대상으로 해 가장 악질적인 범죄로 꼽힌다. 아동성착취물이란 모바일 메신저, SNS 등을 통해 아동에게 접근한 후 그루밍과 가스라이팅, 협박을 가해 아동의 성적인 사진과 영상을 받아내는 범죄다.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하나의 놀이문화로 향유하고 있는 14세 미만의 아동들이 주로 피해 대상이며 갈수록 연령대가 낮아지고 있다. 이 디지털성범죄가 어떻게 이뤄지는지, 경남지방경찰청 여성범죄특별수사팀이 다룬 사례를 각색해 가상 피해자의 끔찍했던 날들을 재구성한다.


    #1. “영혼의 단짝이라고 생각했어요. 얼굴은 보지 못했어도 그만큼 잘 맞는 친구가 없었거든요….”

    김모(12)양은 한 남성아이돌 그룹을 좋아했다. 김양은 온라인에서 그녀와 같은 아이돌을 좋아하는 가상의 친구들과 이른바 ‘덕질’(어떤 분야를 열성적으로 좋아해 그와 관련된 것에 파고드는 일)을 해왔다. 어느 날 김양의 SNS 계정에 낯선 ‘A씨’가 말을 걸었다. 자신도 그 아이돌을 좋아한다는 메시지였다. 좋아하는 공통사가 맞자 들뜬 김양은 A씨와 아이돌에 대해 얘기를 나눴다. A씨는 자신이 김양과 같은 나이의 여학생이라고 소개했다. 김양은 새로 사귄 친구와 SNS를 통해 매일 밤새 대화를 하게 됐다. 좋아하는 아이돌 얘기를 넘어 학교 얘기, 가족 얘기를 나누며 서로 상담을 해주기도 했다. 그러나 상냥하고 재미있던 친구가 돌변한 것은 한순간이었다.

    “어느 날, A가 제 손과 발 사진을 찍어 달라고 했어요. 거부감이 들었는데 A가 먼저 자신의 손, 발 사진을 보내며 보여달라길래 저도 그냥 찍어 보내줬어요.”

    이후 A씨는 김양에게 얼굴, 어깨, 무릎 등 사진을 받아내더니 어느새 나체 사진을 요구하기 시작했다. 거부하자 A씨는 욕설과 함께 그동안 김양이 얘기해왔던 모든 신상정보를 읊으며 김양을 협박하기 시작했다. 두려움에 떨던 김양은 결국 자신의 나체 사진을 A씨에게 보냈다. 심지어는 음란한 행위의 동영상도 요구했다. 김양이 재차 거부했지만 사진들을 가족과 친구에게 보내겠다고 협박했다.

    #2. “잘못됐다는 건 알았지만 거절할 수가 없었어요.”

    평소 카카오톡 오픈채팅(익명의 인물과 대화를 할 수 있는 플랫폼)을 이용해 다양한 친구를 사겨왔던 이모(13)양은 최근 성인 친구를 만들게 됐다. 처음에는 자신보다 나이가 10살은 더 많은 이 남성이 어색했지만 친근하게 다가와 어른스럽게 자신의 얘기를 잘 들어주는 남성 B씨에게 이양은 푹 빠져들게 됐다.

    B씨의 제안에 이양은 개인 메신저로도 대화를 주고받게 됐다. B씨는 이양이 귀엽고 착해 마음에 든다며 아이스크림, 문화상품권 등의 기프티콘을 보냈다. 성인 친구는 어느 날부터 이양에게 일상적인 사진을 요구하기 시작했다. 거절하기 어려웠던 이양은 B씨에게 자신의 일상을 공유하기 시작했다. 일상이 은밀한 영역으로 가는 것은 순식간이었다. 이양이 거부하자 B씨는 갖은 방법으로 그녀를 압박했다. B씨는 절절하게 애원하다가도 불같이 화를 내기도 했다. 이양은 결국 B씨의 요구에 따라 성적인 사진과 영상을 계속해서 보내게 됐다.

    대부분의 아동은 스스로 착취의 연쇄를 끊어낼 여력이 되지 않는다. 결국 부모에게 직접 얘기하거나 SNS 혹은 메신저의 내용을 확인하게 된 부모가 경찰에 신고하면서 범죄 행각은 끝나게 된다. 박병준 경남경찰청 여청수사대장은 “아동이 자의적으로 해결할 수 없는 상황인 만큼 보호자들의 자녀에 대한 관심과 대화가 절실하다”고 호소했다.

    피해 아동은 이후로도 정신적인 고통에 시달린다. 어린 나이에 겪어야 했던 압박감과 두려움이 점점 마음을 갉아 먹는다. 그렇기에 정기적인 심리 상담과 치료가 필요하지만 모든 피해자들이 적극적으로 치료를 받지 못하는 상황이다.

    박 수사대장은 “치료가 꼭 필요한 상황이지만 관련 상담센터에 치료를 받는 것이 들켜 학교에, 이웃에 소문이라도 날까봐 피해자는 물론 보호자도 그 점을 더 걱정하고 두려워한다”고 털어놨다.

    어태희 기자 ttotto@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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