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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2월 06일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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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범죄와의 전쟁 ⑬ 투자사기- 피해자 인터뷰

“투자 프로그램·대화방 사람 모두 가짜 의심 거두자 20일 만에 1800만원 증발”
작년 주식열풍 속 ‘리딩방’ 권유받아
호기심에 들어가 보니 대화방 활발

  • 기사입력 : 2022-09-29 21:0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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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년에 주식으로 돈 번 사람 많잖아요? 저도 본격적으로 재테크 해보자는 생각이 있었죠. 마침 주식을 추천해주겠다는 카카오톡이 왔어요. 모르는 사람한테요.”

    ‘주식 리딩 받아보실래요? 아는 동생이 관련 사업을 하는데…·’

    정창섭(가명·50대·창원시)씨가 주식 리딩방(주식종목 추천 대화방) 가입 권유 메시지를 받은 시기는 지난해 8월 초. 평범한 이름의 상대방은 읽음 표시가 사라질 때마다 재차 메시지를 보내왔고, 처음에는 읽고 무시하던 정씨의 마음속에는 작은 호기심이 싹텄다.


    ‘○○에셋 증권사업부 박□□ 팀장.’ 정씨가 대화방에 답장을 시작하자 상대방은 아는 동생이라며 명확한 주소와 홈페이지, 휴대전화 번호가 적힌 명함을 보냈다. 사업장 등록을 하고 리딩방을 운영하는 업체가 많아졌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 있었던 정씨는 결국 참여를 결심했고, 이윽고 수십명이 있는 단체 대화방에 초대됐다.

    그럼에도 의심을 거둘 수 없었던 정씨는 며칠간 묵묵히 대화방의 흐름을 살폈다. 대화방에는 자연스럽게 어떤 재테크인지 물어보거나, 수익 인증사진을 보내며 후기를 남기거나, 내일 리딩받기로 했다는 등 말들이 오갔다.

    의심은 옅어졌고, 욕심은 커졌다. 정씨가 투자 프로그램을 내려 받고 200만원을 입금하기까지는 일주일도 걸리지 않았다. 해당 투자 프로그램이 일반적인 주식 투자가 아닌 선물 투자였다는 사실도 그때 알았지만 개의치 않았다. 돈을 벌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30만원에 1개 상품을 구매할 수 있는데, 처음에는 2~3만원 수익이 나면 빼는 식으로 투자했어요. 그런데 어느 날은 곤두박질을 치더니 0원을 넘어 마이너스까지 떨어지면서 예수금이 빠져나가더라고요.”

    그렇게 200만원이 사라졌지만 순간순간 급상승하는 그래프를 보며 정씨는 잃은 돈 만큼은 벌고 싶다는, 벌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호기심으로 시작한 투자가 호승심으로 변하는 순간이었다.

    일주일간 입금해 잃은 금액은 1000만원. 수익과 손실이 반복됐지만 결국은 바닥 아래로 향했다. 마침 대화방에서 한 사람이 400만원을 잃었다며 항의했는데 별다른 대응 없이 강퇴되는 사건도 목격했다. 사기일수도 있다는 생각은 그때부터 들기 시작했다.

    “손실이 많아 더 이상 못하겠다.” 정씨는 곧장 예수금을 인출하고 리딩방 담당자에게 탈퇴 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담당자는 더 고급 정보를 주겠다며 조금만 더 해보자고 독려했다. 잃은 돈을 되찾겠다는 욕심이었을까, 담당자에 대한 일말의 믿음 혹은 기대였을까. 정씨는 이후 일주일간 800만원가량을 더 투자했다. 결과는 똑같았다.

    “20일 남짓한 기간 동안 1800만원을 잃었죠. 왜 속았냐고 지탄할 수도 있어요. 그런데 저 또한 끝까지 의심하고 또 의심한 후 들어갔습니다. 이제와서 보면 대화방은 저 같은 피해자를 속이기 위해 만들어진 잘 짜인 연극같았어요.”

    정씨는 이후 자신과 같은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 경찰에 해당 리딩방을 신고했다.

    경찰 수사 결과, 피해자를 제외한 모든 것들이 가짜였다. 이들은 투자전문가가 아니었고, 대화방에 있는 사람들 또한 대부분 1명이 10개 계정을 이용하는 바람잡이들이었다. 무엇보다 피해자들이 사용했던 투자 프로그램도 화면상으로 투자가 이뤄지는 것처럼 보일 뿐, 조작 가능한 프로그램이었다.

    현재 해당 리딩방 운영자 일당은 사기 혐의로 송치돼 재판을 받고 있다. 경남경찰 또한 이들 일당에 대한 수사가 마무리되는 대로 적극 홍보 등 대응할 방침이다.

    김용락 기자 rock@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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