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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6월 28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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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발언대] 피고인은 진실로 반성하는가- 김재경(사회부)

  • 기사입력 : 2024-06-17 19:2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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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3월 창원지방법원 법정 315호. 성범죄의 피해자가 스스로 재판부에 피해 진술을 신청하고 ‘감형은 절대 안 된다’며 심정을 호소했다.

    가해자가 재판에 넘겨진 뒤 징역 4년의 실형을 받았지만, 형량이 무겁다며 항소를 제기해 2심 재판이 이어지고 있다는 소식을 접한 탓이다. 가해자는 다량의 반성문을 재판부에 이미 제출했던 터다. 이에 여성은 법정에서 떨리는 몸으로 자신인 피해자의 일상이 범죄로 인해 얼마나 처참하게 무너졌는지 말하며, 가해자가 피해자의 의사와 관계없이 반성한다는 이유로 감형을 하는 것이 적절한지 재판부에 따져 물었다.

    “2심을 하는 이유는 본인이 받는 벌이 무거워서 부당하다는 이유인데, 피고인은 반성문을 제출하고 있다고 하지만 자신의 죄에서 도망가려 하는 사람을 반성한다고 믿을 수 있습니까?” 반면, 가해자는 재판부에 “속죄할 수 있으면 어떤 방법으로라도 다 하겠다”며 감형을 호소했다.

    판사는 양측 입장을 살펴 판결을 내리겠다고 했다. 그리고는 피해자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최근 재판부는 항소를 기각하고 피고인에게 원심과 같은 징역 4년을 유지하는 판결을 내렸다. 만약 피해자가 나서지 않았더라도 같은 판결이 내려졌을진 장담 못할 일이다.

    피고인들이 제출하는 반성문 첫 줄이 ‘존경하는 재판장님’인 경우를 종종 본다. 피해자에게 진정한 사과를 하지 않아도 재판부가 반성한다고 인정하면 형량에 반영이 되기 때문이다. 일례로 일면식도 없는 여성을 상대로 무차별 폭행한 뒤 성폭행을 시도한 ‘부산 돌려차기’ 사건의 가해자 역시 그런 반성문을 써냈는데, 피해자에게 진지한 사과는 없었다. 이 사건도 피해자가 재판 진행에 적극 참여한 끝에 피고인은 징역 20년이 확정됐다.

    근래 진주 한 편의점에서 머리가 짧은 여성 아르바이트생을 ‘페미니스트’라며 폭행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은 20대는 형량이 무겁다며 항소했다. 가해자는 1심에서 7차례 반성문을 제출했다. 이를 두고 피해 여성은 “피해자가 배제된 채 재판부에만 구하는 용서가 옳은지 묻고 싶다”고 지적했다고 한다. 이에 대한 항소심 첫 공판은 20일 창원지법에서 열리니 앞으로 지켜볼 일이다.

    적어도 피해자가 재판부에 가해자 처벌을 맡기고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날이 오길 바란다.

    김재경(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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