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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경 기자의 우리동네 해결사] (9) ‘우영우 팽나무’ 동부마을 평화를 지켜줘

밤낮없이 몰려드는 관광객, 팽나무도 마을도 말라간다

  • 기사입력 : 2023-11-13 21: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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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천연기념물 지정 1년, 그동안 무슨 일이

    지금도 일주일에 1000명가량 관광객 꾸준히 찾아와
    심하게 밟혀 풀·흙 훼손, 뿌리 노출 등 생육 상태 악화
    베어낸 잔가지 등 방치… 콘크리트 더미도 그대로


    동부마을 주민들은 어떻게 지내나

    주차·소음 문제로 골머리… 사생활 침해도 심각
    외부차량 진입 금지·쓰레기 금지 현수막도 ‘무용지물’
    “팽나무가 최우선… 후손에 이대로만 물려줬으면”


    시, 팽나무 보존·정주여건 개선 진행 중

    후계목 조성 위해 수목 보존관리·정비 계획 추진
    용역 통해 나무 모니터링… 가지치기·방제 등 관리도
    “주차장은 부지 매입·공사비 등 별도 예산 필요”


    “보호수도 못 되는 주제에 이 팽나무는 또 얼마나 멋집니까? 그렇게 막 사라져 버려도 괜찮은 그런 동네는 아니란 말입니다.”

    지난해 방영된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속에 나온 대사입니다. 드라마에 나오는 소덕동은 마을을 관통하는 도로 개설로 인해 존폐 위기에 놓였지만, 팽나무가 천연기념물로 지정돼 마을을 지켜내죠. 이 마을 촬영 배경이 된 곳이 바로 창원시 의창구 대산면 북부리 동부마을입니다.

    드라마가 끝난 뒤 나타난 변화로는 북부리의 팽나무가 창원시 보호수로 지정돼 있다가 실제 천연기념물로 지정됐습니다. 또 고즈넉하던 마을에 관광객이 구름처럼 몰려들었죠.

    북부리 팽나무가 천연기념물로 지정되고, 마을도 관광지가 된 지 어느덧 1년이 지났습니다. ‘해피엔딩’을 맞은 드라마와 달리 지금의 팽나무는 생육 상태가 걱정되고, 마을의 주민들도 소음과 주차 문제에 시달리는 등 일상의 평화가 위협받고 있었죠. ‘우리동네 해결사’는 현실 속 마을도 아름다운 결실을 볼 수 있도록 이야기를 싣기로 했습니다.

    지난해 7월 22일 촬영한 ‘북부리 팽나무’(왼쪽) 모습과 지난달 24일 촬영한 모습. 계절이 바뀐 뒤 푸른 잔디가 어우러진 들판이 사라지고 마른 흙이
    지난해 7월 22일 촬영한 ‘북부리 팽나무’(왼쪽) 모습.
    지난해 7월 22일 촬영한 ‘북부리 팽나무’(왼쪽) 모습과 지난달 24일 촬영한 모습. 계절이 바뀐 뒤 푸른 잔디가 어우러진 들판이 사라지고 마른 흙이 드러나 황량해 보인다.
    지난달 24일 촬영한 ‘북부리 팽나무’ 모습. 계절이 바뀐 뒤 푸른 잔디가 어우러진 들판이 사라지고 마른 흙이 드러나 황량해 보인다.

    북부리 팽나무는 수령이 약 500년 이상 된 것으로 추정되며, 나무 높이 16m, 가슴둘레 6.8m, 수관폭(나뭇가지와 잎이 달린 최대 폭)이 27m로, 기존에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팽나무와 비교해도 규모 면에서 손색이 없고, 수관이 넓게 펼쳐지는 수형이 아름답고 생육 상태가 양호하며, 마을 주민들이 팽나무를 신목으로 여겨 당산제를 지속해 오는 등 학술적·역사적 가치를 인정받았고, 지난해 10월 7일 천연기념물로 지정됐습니다.

    그런데 일찍이 북부리 팽나무의 가치를 알려온 인물이 있습니다. 박정기 ‘노거수를 찾는 사람들’ 대표활동가는 지난 2021년 2월 이미 문화재청에 ‘천연기념물 우수잠재자원’으로 추천했었죠. 취재진과 박 대표는 지난달 지속적으로 팽나무를 찾아 상태를 살폈습니다.

    그가 진단한 팽나무의 생육 상태는 어떨까. 천연기념물이 됐지만, 오히려 팽나무는 지난해 이맘때와 비교해 눈에 띄게 생육 상태가 나빠졌다고 하는데요. 팽나무는 현재 관광객이 올라타지 못하도록 울타리가 처져 있습니다. 손을 뻗으면 나무의 몸통이 닿을 거리까지 관광객이 접근할 수 있죠. 그러나 이는 나무에는 좋지 않습니다.

    팽나무 앞까지 관광객이 서 있는 데는 바로 생명의 근원인 뿌리를 내린 곳입니다. 팽나무가 유명해진 뒤로 주변 길을 정비하며 풀을 베기도 했는데요. 이것도 아마 사람을 위한 일이었지, 나무를 위한 일은 아니었을 겁니다. 워낙 많은 사람이 찾아오다 보니 뿌리 주변의 풀이 훼손되고, 흙이 줄어들어 생육 지반 훼손이 더욱 심각해졌죠. 한때 인파가 몰리면서 하루 500~1000명이 몰렸고, 지금도 일주일 1000명 정도 꾸준한 방문이 이어지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우영우 팽나무’가 위치한 석암산은 지반이 대부분 돌로 이루어져 있어 나무가 뿌리를 내릴 수 있는 토심이 한정적이다.
    ‘우영우 팽나무’가 위치한 석암산은 지반이 대부분 돌로 이루어져 있어 나무가 뿌리를 내릴 수 있는 토심이 한정적이다.

    박 대표는 “오랜 답압(밟는 압력)으로 풀이 말라 죽고 흙이 쓸려나가 물과 양분을 흡수하는 가는 뿌리가 노출돼 말라 죽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이미 잎이 누렇게 변해서 일부 조기 낙엽(잎이 빨리 짐)과 고사 지(마른 가지)가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그는 “이 팽나무는 앞 남쪽으로 약간 기울어진 수형을 하고 있어서 뒤 북쪽 가지는 최대한 낮게 유지해야 물리적 하중 분산과 함께 균형 잡힌 수형미를 유지할 수 있는데, 이러한 고려 없이 손에 닿은 가지를 모조리 잘라버린 것으로 보인다”며 “심지어 기본적인 관리조차 되지 않고 있다. 주변 베어낸 잔가지와 풀이 방치돼 있는데, 이는 해충 잠복소가 될 수 있고, 생육영역 내 오래된 콘크리트 더미도 여태 그대로 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사람들의 왕래가 잦은 나무 앞 우드 칩을 걷어내자 ‘우영우 팽나무’의 잔뿌리가 노출되어 있다.
    사람들의 왕래가 잦은 나무 앞 우드 칩을 걷어내자 ‘우영우 팽나무’의 잔뿌리가 노출되어 있다.

    그렇다면, 마을에 사는 주민들은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요. 동부마을은 30여가구 60여명이 살아가고 있습니다. 대다수 고령으로 60~80대가 절반을 훌쩍 넘죠.

    주민들이 팽나무를 신목으로 여겨 당산제를 이어온 지 90여년이 됐다고 하니, 이 나무가 주민들에게 어떤 의미를 갖는지 짐작할 만합니다. 그래서인지 “좋은 게 좋다” 여기며, 주민들은 어디에 말 못 할 고충도 컸죠. 주민들을 괴롭히는 것은 밤낮없이 마을로 몰려드는 관광객들의 주차와 소음 문제입니다.

    마을이 훤히 내려다보이는 언덕에 팽나무가 있는데, 나무를 보러 가는 길과 인접한 주택에 사는 주민들은 아무래도 불편함이 컸습니다. 의창구청에서 주변 담벼락에 ‘큰소리(클락션, 고성방가) 금지, 마을 내 외부차량 진입 금지, 쓰레기 투기 금지’ 등 현수막까지 내걸었지만 해결되진 않았죠. 주민 정종갑(85)씨는 “울타리를 쳐도 집 안이 다 보여서 낮에 더워도 옷도 못 벗고 살았다. 관광객이 모두 집 옆길로 다니는데 여름에는 자정까지도 사람이 몰린다. 개 짖는 소리도 나고, 소음도 그렇고”라며 “그래도 좋게 생각하며 살고 있다. 아담한 마을에 내가 큰 도움은 못 줘도 협조해야지 하고 산다”고 했습니다.

    ‘우영우 팽나무’로 올라가는 유일한 길목에 주민들을 배려하기 위한 현수막이 설치되어 있다.
    ‘우영우 팽나무’로 올라가는 유일한 길목에 주민들을 배려하기 위한 현수막이 설치되어 있다.

    윤종한(62) 이장은 “우리가 팽나무 덕 본다는 생각은 없고, 천연기념물로서 후손에게 이대로만 물려줬으면 좋겠다고 다 그렇게 생각을 한다”며 “주민들도 방문객이 온다고 내색은 잘 안 하는데, 차량 주차 문제로 농사에 자꾸 방해되는 탓에 주차장이 시급하다. 팽나무 정비사업을 하며 주차장을 같이한다고 하는데, 잘 될지는 지나고 봐야 알 것 같다. 우리는 팽나무가 제일 우선이다”고 말했습니다.

    지금까지 창원시도 손 놓고 있었던 것만 아닙니다. 행정에서 사업 예산을 확보하고 추진하는 데 시간이 걸리는 탓입니다. 시에 따르면, 지난 6월 국·도·시비 총 5억7600만원을 예산을 확보했습니다. 이에 따라 4950만원을 들여 7월에는 창원 북부리 팽나무 보존관리계획 수립 용역을 진행해 12월까지 결과를 받아볼 예정입니다.

    과업 내용으로는 북부리 팽나무가 500년 이상 고령의 나무로 향후 후계목 조성을 위해 체계적이고, 단계적으로 수목관리·보존계획이 필요한 상황으로, 팽나무 수목 관리 및 보존계획(생육환경 개선 방안 등)을 비롯한 팽나무 활용 및 정비계획(팽나무 주변 시·사유지 활용 등), 관광과 연계한 지역주민 정주 여건 개선 계획, 문화재보호구역 검토에 따른 역사문화환경 보존지역 재지정 등이 담겼습니다.

    아울러 시는 8월 초부터 내년 1월 초까지 1800만원을 들여 팽나무 유지관리사업 용역을 통해 나무를 모니터링하며, 가지치기나 방제를 하는 등 관리를 하고 있습니다.

    시 문화유산육성과 관계자는 “최근 보존관리계획과 관련해 주민설명회를 개최했다. 사업을 하는 데 중구난방으로 할 수 없으니, 먼저 정비계획을 수립하는 것이다. 전문가가 팽나무를 관리하고 있으며, 차츰차츰 생육환경 개선을 위한 정비가 이뤄질 것이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이 관계자는 “주차장의 경우 부지 매입비와 공사비 등을 감안하면 수억원이 들기 때문에 별도의 예산 확보가 필요하다”고 전했습니다.

    그동안 취재진은 팽나무를 찾아온 많은 이들을 만났습니다. 오랜 세월이 흘러도 이곳이 한결같이 평화롭길 목소리를 모았죠. 부산에 사는 박애자(69)씨는 딸을 데리고 언니들과 이곳 팽나무를 처음 찾았습니다. “가을바람이 너무 좋아 산책 겸 이곳을 찾아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했습니다. 김해에 사는 안용수(40)씨는 이곳 팽나무를 찾아 마음의 위안을 찾는 것이 어느새 10년이나 됐습니다. 그는 “오토바이를 타러 나오면 나무가 좋아서 이곳에서 쉬어가고 있다”며 “유명해져서 사람들이 너무 몰리는 탓에 한동안 찾지 않다가, 시간이 지나서 사람 발길이 좀 뜸해진 것 같아 오랜만에 찾았는데 평화롭고 참 좋다”고 말했습니다.


    [우리동네.SSUL] '우영우 팽나무' 드라마 속 모습은 어디에? 생육환경 악화된 원인은?


    취재수첩

    1. 수령이 수백 년 된 노거수도 생육환경이 급격히 나빠지면 고사하는 등 안심할 수 없어 관리·보존이 중요. 북부리 팽나무도 후계목을 조성하는데, 후계목이란 천연기념물과 유전적으로 완전히 일치하는 개체로, 천연기념물이 천재지변, 병해충 등으로 훼손되는 상황을 대비해 증식·보존하는 유전자원.

    2. 비단 동부마을뿐 아니라 관광지가 되면서 주민들의 삶이 침해되는 ‘오버투어리즘’ 문제는 곳곳에서 발생. 대안으로 마을 내 저소음 구역이나 묵음 시간을 설정하는 등 정숙한 관광을 유도하거나, 관광로를 정비하는 등 행정의 노력이 당부 됨.


    글=김재경 기자·사진= 이솔희 VJ

    ※우리 동네 해결사 영상은 유튜브 경남신문 채널을 통해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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