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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2월 29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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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경 기자의 우리동네 해결사] (4) 빈집 대응 필요한 창원 진해구 여좌동

빈집 사이 살아가는 주민들 잃어버린 웃음 찾아주려면

  • 기사입력 : 2023-06-12 20:57:53
  •   
  • 벚꽃마을로 유명한 동네 들여다보니

    빈집 방치해 폐가 속출… 철거 대상 건물도
    쓰레기·잡풀·벌레·악취 등 상태 심각
    경화동·수도동 등 인근 동네도 ‘빈집 군락’


    늘어나는 빈집, 쉽지 않은 철거

    5년 주기 실태조사 빈집 가속화 대처 어려워
    사유재산이라 강제 철거 힘들고
    철거 후 나대지 되면 세금 부담 늘어 ‘방치’


    주민 목소리 귀 기울이고 행정 관심을

    철거된 땅에 화분 둬 마을에 ‘웃음꽃’피기도
    주차장 활용·주택 임대 등 적절한 지원 중요
    주거정책 종합적 접근·해결방안 찾아야


    ‘벚꽃 마을’로 유명한 창원시 진해구 여좌동에도 빈집이 생겨나는 걸 막을 수 없었습니다.

    국내 최대 36만 그루의 벚나무 군락지를 자랑하는 창원시 진해구. 평화롭고 살기 좋은 지역은 안타깝게도 창원에서 가장 빈집이 많이 발생하는 상황에 처했습니다. 빈집이 많은 동네라고 하면 마산지역 구도심이 주로 알려졌지만, 실제로 진해구에 가장 빈집이 많다니 의아스러운 일입니다.

    지난달 하순께 찾은 창원시 진해구 여좌동. 벚꽃길로 유명한 여좌천 로망스다리 쪽에서 여좌천 다리를 따라 동네 안쪽으로 깊숙이 들어가니 언덕진 곳에 주거촌이 있습니다. 주변에 층수가 그리 높지 않은 빌라 건물도 보이지만 대부분 조그마한 주택 건물입니다. 동네 분위기는 한산합니다. 언덕을 따라 걸어 올라가 보니 을씨년스러운 건물 한 채가 눈에 먼저 들어옵니다. 집 대문에 경찰이 붙인 출입금지 경고장이 붙었습니다.

    이 집을 지나 우리가 찾아온 행정당국의 철거 대상 빈집도 보입니다. 언제부터 방치됐을지 모를 오래된 빈집의 슬레이트 지붕은 뜯어질까 아슬아슬하게만 보입니다.

    창원시 진해구 여좌동에 있는 4등급(철거 대상) 추정 빈집. 꽤 오랜 시간 방치돼 슬레이트 지붕이 많이 삭아 있다.
    창원시 진해구 여좌동에 있는 4등급(철거 대상) 추정 빈집. 꽤 오랜 시간 방치돼 슬레이트 지붕이 많이 삭아 있다.

    주변으로 족히 네다섯 채는 폐가로 변해 있었습니다. 또 다른 한 빈집은 창문이 다 뜯겨나간 채 방치되어 날아다니는 벌레가 득실거립니다. 악취는 코를 찔렀습니다. 현장을 벗어나 다른 동네를 향했습니다. 빈집은 특정 동네만의 문제는 아니죠. 문제는 군집성과 확산성이 강해 마을 공동화를 가속화하는 등 감당치 못할 만큼 빠르게 늘고 있다는 점입니다.

    여좌동 한 빈집 대문에 출입금지 경고장이 붙어있다.
    여좌동 한 빈집 대문에 출입금지 경고장이 붙어있다.

    최근 본지 보도로 마산합포구 문화동의 한 건물이 지붕이 무너진 채 수년째 방치돼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해당 보도 이후 시에서 부랴부랴 안전조치를 진행하는 일이 있었죠. 그 건물은 시의 ‘빈집 노후도·위해성 평가’에서 4등급(철거 대상)에 속했는데요. 4등급의 경우 주변 위해성이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 건물 말고도 창원에는 4등급 건물이 더 많이 있습니다. 취재진은 아직 철거 계획이 세워지지 않은 4등급 8개 건물의 위치를 파악한 끝에 남은 7개 건물이 모두 진해구에 집중돼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습니다. 빈집 등급의 경우 5년마다 실태조사를 통해 1등급(활용 대상), 2등급(관리 대상), 3등급(집중 관리 대상), 4등급(철거 대상)으로 나뉩니다.

    수도동에 있는 빈집 외벽에 잡풀이 자라 있다.
    수도동에 있는 빈집 외벽에 잡풀이 자라 있다.
    죽곡동에 있는 폐가 모습.
    죽곡동에 있는 폐가 모습.

    취재진은 4등급 빈집이 있는 진해구 여좌동뿐만 아니라 제황산동, 경화동, 수도동, 죽곡동, 마천동 등 동네를 샅샅이 돌며 실태를 들여다봤습니다. 동네는 공통적으로 빈집이 생긴 곳 주변으로 상당한 ‘빈집 군락’이 형성돼 가고 있었습니다.

    조금 더 구체적인 실태를 분석해봐야겠습니다. 시에 따르면 지난해 6월 수립한 정비계획 기준 빈집은 모두 1281호입니다. 의창구는 174호, 마산합포구는 505호, 마산회원구 58호, 진해구는 544호입니다. 성산구는 아예 없었죠. 이는 재개발이나 재건축 등에 의한 빈집을 제외하고 수립한 빈집정비계획이기 때문에 실제 빈집은 더 많다고 볼 수 있습니다. 특이한 점은 의창구의 빈집은 도시지역이 22호에 농어촌지역이 152호로 더 많고, 마산합포구의 빈집도 도시지역은 140호, 농어촌지역이 365호로 더 많은 반면, 진해구는 도시지역이 540호, 농어촌지역이 4호로 도심에 빈집이 집중돼 있다는 점입니다. 참고로 도에서 집계한 2021년 기준 도내 빈집은 모두 9857호로 창원시가 1285호로 가장 많았습니다. 또 빈집은 정의에 따라 통계가 달라지는데요, 아파트 공실 등을 포함한 통계청 집계에선 2021년 경남의 빈집은 13만8586호(빈집 비율 10.6%)에 달합니다. 2000년 4만1711호(8.7%), 2015년 9만8680호(8.7%) 등 증가세가 가파릅니다.

    빈집이 늘어나는 배경에 제도의 여러 미비점이 지적됩니다. 사유재산인 만큼 무턱대고 강제 철거할 수도 없는 노릇인데다, 철거 또는 보수공사비를 일부 지원하더라도 집주인이 경제적 여건이 힘들다며 방치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입니다. 특히 빈집 철거 시 나대지로 갖고 있을 경우 세금 부담이 늘어난다는 점도 주요 원인으로 꼽힙니다. 소유주 입장에서 당장 뚜렷한 활용 방안이 없다면 철거하는 것보다 방치하는 것이 더 유리한 상황이 된다는 것이죠.

    시는 도시재생사업과 연계하거나 다른 예산을 들여 따로 매입해 철거하는 등 활용 방안을 찾고는 있지만 역부족인 실정입니다.

    그럼에도 빈집 및 소규모주택 정비에 관한 특례법상 지자체의 빈집 실태조사 의무는 5년마다 실시토록 하고 있습니다. 수시로 실태조사를 하고 빈집정비계획을 수립할 수 있다고 되어 있지만, 의무는 아니라는 것이죠. 이에 따라 창원시도 2020년 실태조사에 따라 2022년 빈집정비계획을 수립한 이후 2025년이나 되어야 실태조사를 다시 한다는 계획입니다. 건물 노후 속도를 고려하더라도, 빈집 가속화에 제대로 대처가 어렵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법상 4등급 철거 대상 빈집은 직권철거가 가능한 반면, 나머지 1~3등급의 경우 자진철거를 유도하는 방법밖에 없습니다. 이렇다 보니 5년 주기로 실태조사를 하고, 4등급까지 노후화가 다 된 이후에야 조치가 되는 격이죠. 문제 해결을 위한 시작은 동네 소외된 이웃의 목소리를 귀담아듣는 일부터입니다. 이들의 ‘생존법’ 속에 참고할만한 사례도 있어 널리 알리기로 했습니다.


    [우리동네.SSUL] 창원에서 빈집이 가장 많이 발생하는 곳이 진해라고요?

    여좌동 언덕 주거촌 초입에 있던 한 빈집은 가까스로 철거됐지만 오래도록 나대지로 있었습니다. 사람들은 그곳에 계속 쓰레기를 버렸는데요. 인근에 사는 몇몇 주민이 행정을 통해 토지주의 허락을 받고 그곳에 화분을 보관하기로 했죠. 그러자 쓰레기를 버리는 사람은 없어졌고, 주민들도 ‘웃음꽃’이 폈다는군요. 70대 주민은 “동네는 사람들이 관심을 갖는 만큼 발전할 수 있습니다. 시에서도 빈집을 허물어 주차장을 만든다거나 빈집을 고쳐 청년주택으로 임대한다든지 제때 지원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라고 강조했습니다.

    여좌동 주민들이 화분 보관 장소로 사용하는 나대지.
    여좌동 주민들이 화분 보관 장소로 사용하는 나대지.

    제도적인 개선도 필요할 겁니다. “뾰루지가 났을 때, 속이 안 좋아서 나는 걸 약만 바른다면 근본적인 해결이 됩니까?” 서유석 창원대학교 건축학부 교수는 이렇게 진단을 내렸습니다.

    그는 “빈집의 문제는 단순히 인구가 줄기 때문에 나타나는 문제는 아닙니다. 인구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계속 새로운 주거를 공급하게 되면 열악한 주택부터 비기 시작하는 것이죠”라며 “도심지역에 빈집이 나타나는 것은 주거정책 측면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죠. 단독주택의 주거환경이 아파트에 비해 열악하기 때문인데, 공공 부분에서 주거환경을 개선해야겠죠. 정책적으로도 문화관광, 주거정책, 도시경관, 도시계획, 도시재생이 복합되어 있는데 종합적으로 판단하고 접근해 해결방안을 찾는 노력이 중요합니다”라고 제언했습니다.

    취재수첩

    1. 진해구에서 위해성이 커 철거 대상(4등급)을 받은 빈집 중엔 그 주인만 살기 좋은 동네로 떠났다며 남은 이웃은 허탈해하기도.

    2. 우리나라도 영국, 일본 등처럼 빈집 방치 시 무거운 세금을 물리자는 ‘빈집세’ 도입 주장이 화두. 빈집을 바라보는 주민들의 또 다른 시선 ‘빈집 철거 시대… 그 이후는?’

    글·사진= 김재경 기자

    ※우리 동네 해결사 영상은 유튜브 경남신문 채널을 통해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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