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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100년 전 정어리떼 집단 폐사- 차상호(사회부장)

  • 기사입력 : 2023-08-31 19:5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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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9월이 되니 걱정된다. 바로 정어리다. 지난해 9월말 창원시 마산합포구에서 정어리 떼가 몰려들었고 곳곳에서 집단 폐사하면서 큰 혼란을 겪었다. 이를 교훈 삼아 올해 창원시에서는 투-트랙 전략을 세웠다. 살아있는 정어리를 최대한 포획해 상품화(건제품)하고, 집단폐사 시 해상 수거분은 음식물자원화시설에서 퇴비 등으로 재활용하고, 이물질이 포함된 해안 수거분은 소각 처리하겠다는 계획이다.

    ▼국립수산과학원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남해안 연안에 정어리 떼가 유입될 것이란 전망을 내놓았다. 이후 지난 6월 이미 제주와 부산에서 정어리 집단폐사가 발생하기도 했다. 정어리떼 유입이 갑작스러운 일 같지만 사실 정어리는 우리나라에서 보기 드문 어류가 아니었다. 우리나라 최초의 어류도감인 ‘우해이어보’에도 정어리가 등장했고, 1923년 가을 동해안에서 정어리 집단폐사가 발생한 적도 있다.

    ▼일제강점기인 1920년대부터 정어리 떼가 대량 우리나라에 유입되자 일본에서는 정책적으로 정어리잡이에 나섰다. 기름기가 많은 정어리에서 채취한 기름을 정제해 공업용 기름으로 사용할 수 있고 화약의 원료가 되기도 해 제국주의 팽창에 열을 올리던 일본에는 기름이 너무나 필요한 시기였다. 알다시피 태평양전쟁을 촉발한 진주만 기습(1941년) 이전부터 미국 등의 전략물자 금수 조치로 원유를 수입하지 못한 일본으로서는 정어리 기름이 귀중한 자산이었다고 한다. 1940년대까지도 정어리잡이는계속된다.

    ▼지난해에 이어 정어리 떼가 남해안으로 유입된다면 어떻게 될지 걱정이다. 풍부한 자원을 걱정해야 한다니 아이러니지만 무엇이든 과유불급이다. 지난 7월 13일 창원시 마산합포구 구산면 군령마을에서 마산합포구청으로 정어리 집단 폐사체 신고가 접수됐고, 매뉴얼에 따라 인원이 집결해 긴급 수거에 나섰다. 모의훈련 상황이다. 실전도 연습처럼 잘 이뤄지길 기대한다.

    차상호(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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