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고파] 인류세- 주재옥(경제부 기자)
2019년 국내 한 전시회에 핑크색 닭이 출현했다. 작품은 치킨을 먹고 남긴 뼈가 이 시대를 대표하는 화석이 될 수도 있다는 스웨덴 작가의 기발한 상상력으로부터 탄생했다. ‘분홍색 뼈가 쌓이면 분홍색 지층이 생긴다’는 논리다. 실제로 공장식으로 대량 살육한 식용 닭이 매립되면서 지구가 변하고 있다. 전 세계 지층에서 닭 뼈가 나오기 시작하며, 화석화 중이...주재옥 기자 2021-01-28 20:08:02
[가고파] 외로움- 김진호(문화체육부 부장)
“외로움은 하루 15개비 담배만큼 해롭다. 수년 동안 환자들을 돌보면서 목격했던 가장 흔한 질병은 심장병이나 당뇨가 아니라 외로움이었다.” 미국 오바마 행정부에서 공중보건위생국장을 지낸 비벡 머시 박사가 펴낸 ‘우리는 다시 연결되어야 한다’는 책에서 강조한 말이다.
▼인간이 외로운 것은 사회적인 동물이기 때문이라는 견해가 있다. 사회적 관계의 부족에...김진호 기자 2021-01-27 20:15:24
[가고파] 불견, 불문, 불언- 김종민(문화체육부 차장)
전남 구례군에 있는 화엄사는 1500년 전 신라시대에 창건됐다고 전해지며 해마다 많은 사람들이 찾는 명소다. 이곳 일주문을 통해 경내에 들어서면 방문객들을 절로 웃음 짓게 만드는 귀여운 아기동자상이 있다. 눈을 막고, 귀를 막고, 입을 막고 있는 친근한 표정의 세 동자상 아래엔 각각 ‘불견(不見)’, ‘불문(不聞)’, ‘불언(不言)’이라 적힌 법구경 구절과 그 의...김종민 기자 2021-01-26 20:14:46
[가고파] 정치권의 미싱- 김희진(정치부 기자)
정치권에서 미싱이 되살아났다. 재봉틀을 일컫는 일본말, 그 미싱 말이다. 23년 전 묻혔던 ‘공업용 미싱’을 2021년으로 소환한 사람은 민주당 김경협 의원과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다. 주 원내대표가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현직 대통령은 시간이 지나면 전직 대통령이 된다. 전직이 되면 본인들이 사면대상이 될지 모른다”고 하자, 김 의원은 “주 원내대표의 막...김희진 기자 2021-01-25 20:22:43
[가고파] 유시민 이사장의 사과-이종구(김해본부장·국장)
1년여 전부터 검찰이 노무현재단의 금융거래 정보를 사찰했다는 의혹을 제기해왔던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최근 “사실이 아닌 의혹 제기로 검찰이 저를 사찰했을 것이라는 의심을 불러일으킨 점에 대해 검찰 모든 관계자들께 정중하게 사과드린다”며 “사과하는 것만으로 충분하리라 생각하지 않으며, 어떤 형태의 책임 추궁도 겸허히 받아들이겠다”고 밝혔다....이종구 기자 2021-01-24 20:18:54
[가고파] 줌세대- 조고운(문화체육부 기자)
입학식도 없이 초등 1학년이 된 아이는 소풍이나 운동회를 모르고 한 학년을 보냈다. 점심시간은 칸막이 안에서 혼자 조용히 밥을 먹어야 하고, 친구들과 선생님의 얼굴은 마스크 위로 드러난 반쪽으로만 기억한다. 생일이나 어린이날, 크리스마스에도 집에서 가족들과 함께하고, 방학일기에 쓰는 추억이라곤 집에서 동생과 노는 일이 거의 전부다.
▼코로나19로 ...조고운 기자 2021-01-21 19:50:30
[가고파] 입춘- 김병희(사회부 부장)
24절기 가운데 마지막 스물네 번째 절기로 ‘큰 추위’라는 뜻의 절기. 대한(大寒)은 음력 12월 섣달에 들어 있으며 매듭을 짓는 절후이다. 양력 1월 20일 무렵이며 음력으로는 12월에 해당된다. 태양이 황경(黃經) 300도의 위치에 있을 때이다. 어제 대한이 지나면서 봄이 다가오고 있다. 이제는 봄이 온다는 입춘(立春)도 얼마 남지 않았다. 봄의 문턱에 있다.
▼대...김병희 기자 2021-01-20 20:30:40
[가고파] 올해는 우먼버핏처럼- 강지현(편집부장)
강지현(편집부장)
주식의 ‘주’자도 모르던 그녀였다. 한번도 주식의 무지를 부끄럽게 여긴 적 없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친구들과 대화가 어려워졌다. 저평가 우량주가 어쩌고 적립식 투자가 저쩌고, 경기방어주는 이러쿵 곱버스는 저러쿵. 모든 게 외계어처럼 들렸고, 모두가 전문가처럼 보였다. 얼마 전 코스피가 3000을 찍던 날, 마침내 그녀도 주린이(주식+어린...강지현 기자 2021-01-19 19:55:34
[가고파] 주식 공매도- 조윤제(경제부장)
주식시장의 ‘공매도’ 재개여부가 논란이 되고 있다. ‘공매도’는 어떤 종목의 주가가 하락할 것이라 예상되면 그 주식을 갖고 있지 않은 상태에서 주식을 빌리고 미리 매도 주문을 내는 투자 전략이다. 가령 A종목 주가가 1만원이고 머지않아 주가하락이 예상되면 A종목을 갖고 있지 않더라도 우선 1만원에 공매도 주문을 걸고, 나중에 실제 주가가 8000원으로 떨어...조윤제 기자 2021-01-18 20:43:04
[가고파] 백신으로 막을 수 없는 불신- 이현근(사회부 부장)
우리나라도 조만간 코로나19 백신 예방접종이 시작될 예정이다. 멈춰진 생활을 재개할 수 있을 것이라 고대하던 백신 접종 계획이 진행되고 있지만 느닷없이 자신이 맞을 백신종류에 대한 선택권이 제기되고 있다. 일부 제약회사의 백신을 맞은 후 사망자가 발생하는 등 효능과 안전성에 대한 불안감 때문이다.
▼우리 정부는 확보한 백신이 5600만명분이라고 밝혔...이현근 기자 2021-01-17 19:59:39
[가고파] 자신감- 이준희(사회부장)
자본금 300달러로 시작해 6년 만에 회원 수 2500만명을 돌파하며 전 세계에 인터넷 서점 돌풍을 일으킨 최고 경영자(CEO) ‘제프 베저스(Jeff Bezos)’. 그는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Forbes)가 선정한 세계 최고의 부자다. 재산이 무려 1821억달러에 이른다. 그가 강조하는 아마존의 핵심 가치는 바로 ‘첫날(day one) 정신’이다. 회사 규모가 커졌다고 해서 처음 사...이준희 기자 2021-01-14 20:08:46
[가고파] 지역의 예술향유권- 이종훈(정치부장)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과 스페인 구겐하임 미술관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문화예술 자산이다. 루브르 박물관은 30만 점가량의 소장품을 보유하고 있으며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모나리자’, ‘밀로의 비너스’, ‘사모트라케의 니케’가 3대 대표작이다. 스페인 구겐하임 미술관은 세계적인 건축가 프랭크 게리가 설계한 특유의 디자인으로 유명하다. 미술재단 구겐하임재단...이종훈 기자 2021-01-13 20:01:54
[가고파] 사랑의 매- 이상권(정치부 서울본부장)
‘귀한 자식 매 한 대 더 때린다’는 속담은 신앙처럼 대물림했다. ‘자식 사랑이 지나친 어머니 밑에서 자란 아이는 버릇이 없다.(慈母有悖子)’ 중국 한나라 사마천은 이미 2100여년 전 ‘사기’에서 체벌 필요성을 역설했다. ‘사랑의 매’는 형용모순이자 언어 부조리다. 하지만 훈육을 빙자한 폭력의 합리화는 질긴 명맥을 이었다.
▼1970~80년대까지만도 학교는 체벌...이상권 기자 2021-01-12 20:12:26
[가고파] 겨울 수박- 이명용(의령함안본부장)
우리나라 여름철 대표적인 과일은 수박이다. 달고 시원해 누구나 즐겨 먹기 때문이다. 우리 주변에 많이 재배되면서 국내 자생 과일로 생각할 수도 있지만 원산지는 남아프리카다. 국내에는 중동, 중앙아시아를 거쳐 고려시대의 원나라 간섭기에 들어온 것으로 기록돼 있다. 경남에는 1880년대 함안군 군북면 월촌리에서 처음 재배되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이명용 기자 2021-01-11 21:04:15
[가고파] 호칭- 김호철(사회부 차장)
우리나라만큼 나이와 지위를 중요시하는 나라도 드물다. 아무런 정보가 없이 사람을 처음 만난다면 제일 궁금해 하는 것이 나이가 아닐까. 나이를 알아야 그 상대를 어떻게 대할 것인지 판단한다. 나보다 나이가 한 살이라도 많으면 예의를 갖추려 하고, 한 살이라도 적으면 편하게 대하려 한다. 이런 성향은 지위에서 동일하게 드러난다. 나이, 사회적 지위 또는 ...김호철 기자 2021-01-10 19:49: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