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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해파리- 김정민(정치부 차장)

  • 기사입력 : 2023-08-29 19:4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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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메두사는 괴물이자 마녀다. 출중한 미모를 가지고 태어난 그녀는 포세이돈과 사랑을 나누다 신전을 더럽혔다는 이유로 아테네의 저주를 받아 뱀투성이의 머리에 흉측한 모습으로 변한다.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인 베르사체의 로고는 독특하게도 이 메두사다. 눈이 마주치는 사람을 돌로 만들어 버리는 것처럼 베르사체의 패션을 보는 순간 매력에 빠지게 하겠다는 의도가 담긴 것으로 전해진다.

    ▼바다에 사는 해파리(jellyfish 또는 sea jelly)는 길게 뻗은 촉수가 뱀 머리털처럼 보이고, 무서운 독을 품고 있다는 의미에서 Medusa(메두사)로 불리기도 한다. 조선시대 정약용의 형인 정약전이 1814년 쓴 자산어보(어류학서)에는 해타 또는 해팔어(海八魚)로, 1824년 한글 학자 유희가 쓴 물명고(백과사전)에서는 수모(水母)이자 우리말인 회파리로 등장한다. 이때 쓰인 단어가 해파리의 어원으로 추정된다.

    ▼촉수를 이용해 먹이를 잡아먹는 자포동물인 해파리는 그물에 손상을 입히고 어획량을 감소시킬 뿐 아니라 여름철 바다를 찾는 피서객에게 위협이 되고 있다. 무서운 번식력으로 최근에는 대량으로 출현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때문에 해양구조물에 부착·서식하고 있는 폴립을 사전에 제거하는 게 효과적이다. 창원시는 해파리 성체 피해 예방 차원에서 올해 가포신항, 원전항 일대의 폴립 제거사업을 시행했다.

    ▼해파리의 대량 번식 원인으로는 해파리 알과 유생을 먹이로 하는 작은 어종들의 무분별한 남획이 꼽힌다. 이와 함께 지구 온난화와 연안 환경의 부영양화, 저산소층의 확장도 생명력이 강한 해파리만이 살아남을 수 있는 환경을 넓혀주고 있다. 조류를 약하게 만드는 방조제 등 각종 인공구조물도 폴립이 붙어살기 좋은 조건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인간이 해파리의 번식에 유리한 환경을 제공하면서 급증을 막기 위한 (폴립)제거 일을 반복하고 있는 셈이다.

    김정민(정치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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