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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분노의 방향성- 조고운(정치부 차장대우)

  • 기사입력 : 2023-08-27 19: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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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상이 불안한 요즘이다. 묻지마 범죄의 기승에 아이와 부모, 친구의 안부에 자주 촉각을 곤두세운다. 불특정 다수를 향한 잘못된 분노 표출로 아무 상관없는 사람이 죽거나 다치는 일은 여느 흉악 범죄보다 불안감을 높인다. 스스로의 안전을 예측하고 대처할 수 없는 두려움은 크고 강하기 때문이다. “내가 불행해서 남도 불행하게 하고 싶었다”는 서울 신림동 무차별 흉기 난동범의 진술은 잔혹한 공포 영화보다 등골을 더 서늘케 한다.

    ▼분노의 사전적 의미는 분개하여 몹시 성이 나거나 그렇게 내는 성을 말한다. 심리학적으로는 자신의 욕구 실현이 저지당하거나 어떤 일을 강요당했을 때, 이에 저항하기 위해 생기는 본능적이고 부정적인 정서 상태를 뜻한다. 기독교나 가톨릭에서는 이를 악으로 여기며, 분노를 참고 제지하는 상태를 높이 평가한다. 그러나 올바른 분노는 잘못된 상태를 바로잡거나 사회를 변화시키는 자극제 역할도 한다.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가 바다에 방류된 지 사흘, 우리 사회 곳곳이 분노로 들끓고 있다. 생계를 위협당하는 수산업계의 울분, 아이 먹거리의 안전이 걱정인 부모들의 한숨. 원전 오염수 방류에 대해 “찬성하진 않는다”면서도 “반대한다”고도 말하지 않는 정부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무력감. ‘제2의 광우병 괴담’을 들고 나온 여권과 오염수 방류 철회를 외치며 정부를 규탄하고 나선 야권의 과격한 정쟁.

    ▼심리학자들은 분노를 현명하게 해결하기 위해서는 그 원인을 제대로 바라보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말한다. 오염수를 바다에 방류한 주체는 일본이고, 지금 우리를 불안하게 하고 수산업계에 피해를 입힌 원인 제공자 역시 일본이다. 그럼에도 왜 우리는 지금 서로에게 분노의 화살을 겨누고 책임을 묻는 것인가. 방향이 잘못된 ‘묻지마 식’ 분노의 결과는 참담하다. 미래의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더 늦기 전에 제대로 된 분노를 해야 할 때다.

    조고운(정치부 차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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