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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기후우울증- 강지현(편집부장)

  • 기사입력 : 2023-08-24 19:5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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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걷잡을 수 없는 화재로 삶의 터전이 순식간에 잿더미로 변하고, 갑작스런 폭우에 속절없이 생명이 잠기고 꺼진다. 점점 포악해지는 홍수와 태풍, 가뭄과 폭염. 기후재난 뉴스를 보고 있으면 심란해진다. 나와 내 가족도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두려운 마음도 든다. 기후위기 극복에 도움이 될까 싶어 꼼꼼하게 분리수거를 하다가도 마구 버린 쓰레기들을 보면 힘이 빠진다. 내가 이런다고 무슨 소용이 있을까 싶어서다.

    ▼급격한 기후변화는 인간의 몸뿐 아니라 마음도 병들게 한다. 어찌할 수 없는 재난 앞에서 절망하는 순간 정신건강에 적신호가 켜진다. 재해를 경험했거나 이상기후로 인한 질환을 앓았던 사람은 트라우마에 시달린다. 기후재앙은 겪지 않아도 그 자체로 공포가 될 수 있다. 최근에는 ‘기후우울증’을 앓는 사람도 많아졌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해 6월 “기후변화는 정신건강과 웰빙에 심각한 위협이 된다”고 경고했다.

    ▼기후불안, 생태불안으로도 불리는 ‘기후우울증(Climate Depression)’은 기후위기로 인해 불안, 스트레스, 무기력 등의 부정적인 감정이 나타나는 심리 상태를 일컫는 말이다. 2014년 미국 심리학협회 보고서에서 처음 정의됐다. 이 증상은 환경문제에 감수성이 높은 젊은 세대에 많이 나타난다. 기후 불안은 출산 기피로 이어지기도 한다. 기후위기 대책을 촉구하는 영국의 ‘출산 파업’ 운동이나 환경 걱정에 아이를 낳지 않는 딩크족이 그 예다.

    ▼기후위기는 현실이다.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누구나 환경을 걱정하고 재난에 두려움을 느낀다. 책 ‘지구 걱정에 잠 못 드는 이들에게’를 쓴 프랑스의 환경전문기자 로르 누알라는 ‘지구걱정인’들에게 조언한다. 지치지 않고 저항하려면 먼저 우리 자신을 성심껏 돌보자고. 기후위기 시대를 살아가려면 ‘마음의 면역력’부터 키울 일이다. 텀블러에 내린 모닝커피로 기운을 내본다. 널뛰는 폭염·폭우 속에서 모두 별일 없기를 바라며.

    강지현(편집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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