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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02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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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나와 함께 늙어가나니- 이현근(경제부장)

  • 기사입력 : 2023-08-23 19:2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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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이가 들면 노화에 따라 여러 가지 몸의 변화가 온다. 운동이라도 하려면 팔, 다리 관절에 무리가 오고 회복도 더디다. 근육은 쉽게 빠지고 다칠까 두려워 겁도 많아진다. 책이라도 보려면 돋보기안경을 쓰지 않고는 흐릿한 작은 글이 살아 움직이는 듯 좀처럼 초점이 맞춰지지 않아 무슨 글자인지 알아볼 수 없다. 늙어가고 있다는 몸의 신호가 노안부터 온다.

    ▼어린 시절, 동네 할아버지들이 하나같이 인상을 잔뜩 쓰며 안경을 머리 위로 올렸다 내리기를 반복하면서 책을 읽거나 TV를 보는 모습이 참 안쓰러웠다. 버티고 버티다 돋보기안경을 처음 산 것은 50대 초반이다. 물론 멀리 볼 때는 머리 위로 올렸다가 가까운 것을 볼 때 다시 내리며 그때의 할아버지들이 하시던 행동을 그대로 따라 하고 있다. 그렇게 노안은 내 몸의 일부가 됐다.

    ▼돋보기는 잘 보이지 않는 것을 확대해 보기 위해 만들어졌지만 불을 지피거나 상처를 지지기 위한 치료용으로도 사용됐다. 안경의 기원은 정확하지 않고, 다만 돋보기에서 파생했다고 한다. 요즘 안경의 형태는 13세기 이탈리아에서 개발됐고, 우리나라는 16세기 후반 일본 통신사로 갔던 김성일이 쓴 것이 처음이라고 전해지고 있다. 현재 세계 인구 80억명 중 절반 이상이 안경을 쓰고 있다고 하니 동질감이 크다.

    ▼우리 지역에 사는 영혼이 맑은 서정홍 시인은 그의 시 ‘나와 함께 모든 것이’에서 늙어감을 담담하게 풀어냈다. /텔레비전도 늙어 앞이 흐릿하고/냉장고도 늙어 찬 기운이 없다/라디오도 늙어 지지직거리고/장롱도 늙어 삐꺽거린다/마당에 감나무며 무화과나무도 늙어/아래로 축축 늘어진다/마을길도 늙어 돌담이 무너지고/무너진 돌담 사이로 어슬렁거리는 고양이도 늙어 가르릉 거린다/아내도 늙어/어이 성한 데 하나 없어 끙끙거린다/나와 살던 모든 것이/나와 함께 늙어 가나니.

    이현근(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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