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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이스털린의 역설- 이상권(서울본부장)

  • 기사입력 : 2023-08-21 19:3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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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행복은 현실에 대한 가치 판단이다. 그 요건은 다분히 주관적이다. 그렇다고 단순하거나 직선적이지도 않다. 각자 선택에 따른 만족도는 가변적이다. 시간의 연속선상에 놓인 행복을 계량화하기는 쉽지 않다. 돈과 행복이 밀접한 상관관계를 가진다는 사실엔 대체적 공감대를 형성한다. 하지만 재력도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 만족감이 줄어드는 한계효용 체감의 법칙이 작동한다.

    ▼미국 경제학자 리처드 이스털린은 1974년 소득과 행복의 관계를 경제학 언어로 풀어냈다. 그는 1946년부터 빈곤국가와 부자국가 30곳을 대상으로 국가 행복도를 연구했다. 선진국에서는 소득이 일정 수준을 넘으면 더 이상 소득 증가로 인해 행복감이 배가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이스털린의 역설’이다.

    ▼최근 질병관리청이 발표한 ‘생애주기별 한국인의 행복지수 영향 요인’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인의 행복지수는 10점 만점에 6.68점이다. 다만 교육과 소득수준이 높을수록 삶의 만족도는 높다. 국제적으로도 한국인의 행복도는 낮다. 지난 3월 유엔 지속가능발전해법네트워크가 공개한 ‘세계행복보고서’에서 한국인의 행복지수는 10점 기준에 5.95점으로 전체 137개국 중 57위에 불과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중에서도 35위로 뒤에서 네 번째다.

    ▼한국 사회의 인생 나침반은 학벌 지상주의와 금권 만능주의를 가리킨다. 무한 인내와 경쟁을 채찍질하는 삶은 고통의 연속이다. 상대적 재력 상한선은 갈수록 수위를 높이며 ‘이스털린의 역설’을 비웃는다. ‘죄로는 지나친 욕심이 가장 크고, 화로는 족(足)함을 모르는 것이 가장 크다’는 금언이 무색하다. 더 가지려 하고 남과 비교할수록 불행을 거머쥘 뿐이다. 산 너머 언덕 너머 먼 하늘 밑/ 행복이 있다고 사람들은 말하네/ 아, 나도 친구 따라 찾아갔다가/ 눈물만 머금고 돌아왔다네(칼 붓세. 파랑새)

    이상권(서울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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