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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30일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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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경남, 사회적기업으로 꽃피우자 (6) 사회적기업 앞으로 10년은

잘 키운 착한기업, 이제는 ‘홀로 설 터전’ 만들어 줄 때

  • 기사입력 : 2017-09-28 2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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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재인 대통령 낡은 구두의 브랜드 청각장애인 수제화 아지오(AGIO)를 만든 ‘구두 만드는 풍경’은 4년 전 폐업했던 지난날을 뒤로하고 내달 창립총회를 가진 후 내년 8월 정상 운영하기로 했다. 대통령의 구두로 주목받으며 이 사회적기업의 가치를 인식한 이들이 늘어나면서다. 이렇듯 사회적기업과 경제에 대한 인식은 조금씩 달라지고 성장하고 있다.


    사회적기업육성법 10주년을 맞으면서 이제는 하나의 사회적기업 육성보다 사회적 경제 전반의 생태계를 조성할 수 있는 일이 필요해졌다. 기업은 육성했으나 이들의 지속적 운영을 위해서는 살아가야 할 터전, 환경이 부족하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 올해는 계류 중인 사회적경제 주체들의 존립 가치를 명시한 사회적경제기본법이 국회를 통과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감도 모아지면서 사회적기업, 사회적경제의 큰 전환점이 되는 해로 기대되고 있다. 앞으로 10년, 경남의 사회적기업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까. 도내 사회적기업·사회적경제 전문가들의 제언을 들어봤다. 전문가들은 활동이 활발해짐을 느끼며 희망적이라고 내다봤다. 또 이제는 육성된 기업이 자생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데 집중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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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8월 17일 오후 창원시 마산회원구 마산YMCA에서 열린 경남 사회적경제 활성화 정책 포럼에서 참석자들이 토론을 하고 있다./성승건 기자/



    “사회적경제 규모 키워야”
    전점석 경남사회적경제협의회 창립준비위원장

    최근 경남 사회적경제 주체조직들을 대표할 경남사회적경제협의회가 만들어지고 있다. 경남사회적기업협의회, 경남협동조합협의회, 경남마을기업협회, 경남광역자활센터 등 각 사회적경제 주체들의 광역 모임은 있었지만 이 네 곳을 아우르는 조직은 없었다. 지난 9월 12일과 26일 준비위원회가 열렸으며 올 연말 창립을 앞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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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점석 경남사회적경제협의회 창립준비위원장



    경남햇빛발전협동조합을 운영하고 있는 전점석 이사장은 사회적기업 10년, 협동조합 5년에 이르러 양적으로 급격히 성장하고, 중앙정부와 광역지자체가 보다 체계적으로 사회적경제를 육성해야겠다는 의지를 보이는 지금, 도내 사회적경제 당사자들의 목소리를 한데 낼 수 있는 조직이 필요해 힘을 모았다고 밝혔다.

    그는 “4개의 소관 정부부처로 쪼개져 있던 사회적경제 주체들이 한 부처로 모일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으며, 경남도도 올해 사회적경제 관련 행정부서를 7월 지역공동체과로 합치는 등 반가운 변화들이 감지되고 있다”며 “이 전환기 흐름에 맞춰 자조조직체도 뭉쳐 사회적경제 전체 파이(규모)를 늘려나갈 때다”고 말했다.

    경남사회적경제협의회 역할은 △사회적경제 정책 제안·정부지자체와의 대화 창구 △도내 사회적경제조직 간 상호거래·공동사업개발 추진 △경남 사회적경제 주체 홍보로 요약된다.

    전 위원장은 “각각의 주체와 관련된 사안은 각 자조조직에서 건의하지만, 우리는 사회적경제 전체의 정책 방향을 제시하고, 대화하는 창구가 되려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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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영규 모두의경제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
    “건강한 생태계 구축해야”
    신영규 모두의경제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

    경남 사회적기업 협동조합 중간지원기관인 모두의경제사회적협동조합을 이끌어가고 있는 신영규 이사장은 경남지역 사회적기업 미래를 위해 생태계 구축에 힘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사회적기업은 사회의 유지와 작동에 기본적으로 필요하지만, 옅어져 가고 있는 협동, 연대, 공생과 공존이라는 가치를 기반으로 만들어지고 작동하고 있다”며 “건강한 사회적경제 생태계가 구축되면 가치가 확산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는 효과를 낼 수 있다”며 “현실적으로도 사회적경제 영역 내 순환경제, 규모의 경제와 범위의 경제가 가능해진다”고 말했다.

    중간지원기관과 지자체는 개별 기업들의 생존을 위한 직접적인 경제적 기초를 지원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당분간은 건강한 생태계의 구축을 도와주고, 협동·연대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주고 ‘판’을 깔아주는 역할에 집중해야 한다.

    경남지역 사회적경제 생태계에서 경제적 활동이 가장 활발한 사회적기업이 도내 사회적경제 생태계 구축의 중심이 돼야 한다는 점에서 사회적기업의 역할은 막중하다. 6월 협동조합·사회적기업의 날 기념세미나와 8월에 열린 사회적경제 포럼에서 나온 제안들을 더욱 심화 발전시켜 사회적경제 활성화를 위해 노력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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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용기 경남사회적경제지원센터장

    “이윤보다 사람 중심 경제”
    김용기 경남사회적경제지원센터장

    사회적경제는 이윤보다 사람 중심의 경제이기 때문에 사람간 관계짓기가 핵심이다. 김 센터장은 한국 사회적기업 육성에 선제되지 못한 것이 사회적기업 간, 지역공동체의 관계 조성이었고, 이 절차가 생략됐기에 더 이상 발전되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이런 상황에서 무작정 지원금 투입으로 사회적기업 관련 문제를 해결한다면 오히려 올바른 성장을 저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센터장은 “도심 재생 등은 꼭 필요한 사업이지만 지역민과의 교류와 관계 개선없이 급격히 지원금만 유입되면 돈을 놓고 반목과 갈등만 조장할 뿐 아니라, 일부 사람들의 돈잔치에 그치고 치적 중심의 전시사업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며 “지금이라도 자연스레 주민들이 협력하고 참여할 수 있게끔 해 왜 지역공동체를 발전시켜야 하는지 납득시키고, 공유재산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데 충분한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사회적기업에 대한 일관된 정책을 흔들림 없이 진행하기 위해서는 사회적기업진흥원의 사업을 연간 위탁받는 중간지원기관 이외에 경남도만의 사회적기업, 사회적경제 정책을 지속적으로 펼치기 위해서는 도 차원의 사회적경제지원센터 등의 설립이 필요하다고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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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철효 경남사회적기업협의회 회장

    “적극적인 소통과 마케팅 필요”
    정철효 경남사회적기업협의회 회장

    지난 20일 총회를 거쳐 경남사회적기업협의회 회장이 된 정철효 대표는 거창에서 (유)하나교육상담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5년차 사회적기업인인 그는 아직도 도내 사회적기업의 가장 어려운 점은 판로 개척이라고 했다.

    “아무래도 작은 개별회사라 공공기관의 참여를 이끌어내는 것이 쉽지 않다. 또 판로개척의 어려움과 사회적기업 지원기간이 끝난 단계에서 직면하는 막막함을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다”며 “협의회 차원에서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 지자체를 비롯한 교육청과도 논의를 하고 있고 공동으로 해결해 나가려고 한다”고 밝혔다.

    현재 경남사회적기업협의회 회원사는 도내 140여 개 사회적기업(예비 포함) 가운데 40개가량, 사회적기업 공동의 문제를 해결하고 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해 올 연말까지 회원사를 늘리는 데 주력할 예정이다.

    그는 “그간 내부의 소통도 부족했고, 지원 기관·행정과의 만남을 가지는 데도 적극적이지 못했던 것 같다”며 “도내 사회적기업을 8개 권역으로 나눠 권역별 간담회를 열어 어려운 점을 듣고 공동으로 해결해 나갈 계획이다”고 말했다.

    또한 “사회적경제가 널리 퍼지는 때라 앞으로의 10년이 희망적이라고 생각한다”며 “사회적경제 주체들과 일반 기업·학계, 공공기관과의 연대를 중요시해 사회적기업이 꽃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슬기 기자 good@knnews.co.kr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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