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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1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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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경남, 사회적기업으로 꽃피우자 (1) 사회적기업 육성법 10년

2조원대 ‘착한 경제’… 10년 만에 40배 고속성장

  • 기사입력 : 2017-09-18 2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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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대선기간 문재인 대통령의 낡은 구두가 주목받으며 ‘문템’, ‘이니굿즈’로 떠올랐지만 구할 수 없었다. 대통령도 마찬가지였다. 당선 직후 청와대 비서실에서 구두를 한 켤레 더 만들어줄 수 없겠느냐 요청했지만 불가능했다. 대통령의 구두는 ‘아지오(AGIO)’라는 브랜드였는데, 이 구두를 만든 회사 ‘구두 만드는 풍경’이 지난 2013년 폐업했기 때문이었다. 이 회사는 청각장애인들이 수제화를 만드는 ‘사회적기업’으로 유시민 전 장관이 모델로 나서는 등 활발한 활동을 벌였지만 경영난으로 문을 닫았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많은 이들을 안타깝게 했다. 장애인들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사회활동을 돕는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지만 기업운영이 녹록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2017년은 사회적기업이 만들어진 지 10년째를 맞는 해다. 2007년 사회적기업육성법 제정으로 정부 주도하에 이윤추구보다 사회적 가치를 앞세우는 법인과 단체들을 인증하면서 비약적으로 성장했다. 성장에 비해 아직 사회적기업에 대한 국민의 인식이나 인지도는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사회적경제를 이끌어가는 사회적기업 설립 10년을 맞아, 경남의 사회적기업 10년은 어떠했는지 파악하고, 국내외 선진사례들을 찾아 앞으로 사회적기업 10년의 방향을 가늠해본다.



    (1) 사회적기업 육성법 10년

    소비자 조합원과 생산자가 함께 운영하며 윤리적 소비와 생산을 실천하는 ‘아이쿱생활협동조합’, 저렴한 집구하기가 어려운 지역에서 셰어하우스를 통해 안전하고 저렴한 주거공간과 이웃과의 소통의 장을 제공하는 ‘셰어하우스 우주’, 방치된 자전거를 수거해 친환경적인 재생자전거를 생산하고 판매수익금은 저소득 취약계층의 자립을 지원하는 ‘우리동네자전거포’, 거창의 고산지역에서 재배해 당도가 뛰어난 친환경 오미자와 오미자 가공제품을 판매하는 마을기업 ‘거창오미자영농조합법인’. 한 번쯤 들어봤을 법하나 익숙지는 않은 단어들, 이 모두가 사회적경제에 속한다. 이 가운데서 사회적기업은 생산자를 담당하며 사회적경제를 이끌어가는 역할을 하고 있다. 올해는 사회적기업이 생긴 지 10년이 되는 해다. 지난 10년간 어떤 성과를 이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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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6월 23일 서울 대한상공회의소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2017사회적기업 국제포럼에서 SK그룹 최태원 회장이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최 회장은 현재 우리나라 전체 GDP가운데 0.25%에 불과한 사회적기업 경제규모 비중을 10년 안에 3%로 늘리고, 사회적기업 10만개를 만들자고 주장했다./이슬기 기자/



    ◆사회적경제란

    사회적 경제란 시장경제에서 이윤의 극대화를 최고의 가치로 둔 것과 달리 공익적 가치와 공동체의 이익을 우위에 두는 ‘사람 중심의’ 경제활동이다. 자본주의 시장 경제가 발전하면서 나타난 불평등, 빈부 양극화, 환경 파괴 등 다양한 사회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보완적, 대안적 움직임으로 등장했다.

    사회적경제 조직은 사회적경제활동을 하는 다양한 종류의 조직을 포괄하는 개념이나 우리나라에서는 대체적으로 사회적기업, 협동조합, 마을기업, 자활기업 등 정부부처 4곳의 육성정책으로 만들어진 네 조직을 사회적경제조직으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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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회적기업이란

    사회적기업은 영리기업과 비영리기업의 중간 형태로 사회적 목적 달성을 이윤추구보다 앞세우면서도, 영리활동으로 이윤을 창출하는 기업을 말한다. 사회적기업육성법은 “취약계층에게 사회서비스 또는 일자리를 제공하거나 지역사회에 공헌함으로써 지역주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 등의 사회적 목적을 추구하면서 재화 및 서비스의 생산·판매 등 영업활동을 하는 기업으로서 법 제8조에 따라 인증받은 기업”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한국의 사회적기업은 고용노동부가 인증을 거쳐야만 ‘사회적기업’이라는 명칭을 쓸 수 있는 ‘인증제’로 상법상 기업이나 사단·재단법인, 사회복지법인, 소비자생활협동조합, 비영리단체 등 다양한 조직들이 인증을 신청할 수 있다.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이 접수와 기본요건 심사를 담당하고 있으며, 권역별 통합지원기관이 지원을 돕고 있다.

    사회적기업이 되기 위해서는 7가지 요건을 충족해야 하는데, 사회 목적 실현 유형에 따라 ‘일자리 제공형’, ‘사회서비스 제공형’, ‘지역사회 공헌형’, ‘혼합형’, ‘기타형’ 다섯 가지로 나뉜다.

    인증 사회적기업에는 사회적기업의 운영에 필요한 인건비, 운영경비, 자문비용 등 재정지원을 비롯해 사회적기업의 설립·운영에 필요한 전문적 자문이나 정보를 제공하며, 사회적기업의 설립과 운영에 필요한 전문인력 육성, 교육훈련, 부지구입비와 시설비 등을 위한 지원·융자, 사회적기업 생산 제품 우선구매, 국세·지방세 감면과 보험료가 지원된다.

    ‘예비사회적기업’은 사회적기업의 이전 단계로 사회적기업이 추구하고자 하는 사회적 목적을 실현하면서 기업활동을 하지만, 사회적기업이 되기에 인증요건을 다 갖추지 못한 기업을 육성하고 지원할 수 있도록 지정하는 제도다. 정부 부처와 지방자치단체에서 예비 사회적기업을 심사해 지원한다. ‘소셜벤처(사회적 벤처기업)’는 벤처기업의 특성과 사회문제 해결이라는 사회적기업의 특성을 갖춘 기업으로 인증을 따로 하지는 않으며, 정부와 민간에서 간접적인 지원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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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6월 30일 사회적기업 10주년을 맞아 서울 시청광장에서 2017사회적경제 주간 기념 사회적경제박람회가 열리고 있다./이슬기 기자/


    ◆사회적기업의 가치

    사회적기업 육성에 큰 역할을 해온 SK그룹 최태원 회장은 지난 6월 열린 2017사회적기업 국제포럼 기조연설에서 “영리시장, 나아가서 사회를 혁신적으로 바꿔놓을 것이 사회적기업이다”며 “이들이 사회적 가치 창출에 집중해 힘을 쏟을 수 있도록 도와야 하고, 무엇보다 사회적 가치를 정확히 측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사회적 가치를 기업의 목표로 설정함으로써,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 데 진취적으로 나서며 기존의 영리기업과 다른 혁신적인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사례를 그동안 목격한 덕분이다. 사회적기업은 △일자리 창출 △지역공동체 회복 △장애인과 노인, 경력단절여성 등 소외계층의 사회재진입 도움 △복지재원 축소 △지역사회 재생 등 복지뿐 아니라 문화와 교육, 환경 등 다양한 분야에서 제 역할을 해낼 수 있다. 또한 노숙자, 장애인 등 복지수혜자로 고립되고, 유권자로서의 대표성을 갖기 힘들었던 정치 소외자들이 사회적기업에 흡수됨으로써 소외계층을 대변하는 목소리로서 작용할 수도 있다.

    모두의경제사회적협동조합 이지영 정책기획팀장은 “기존의 사회적 서비스로 생각했던 돌봄 등의 역할뿐 아니라 지역의 주력산업과도 연계하면 또다른 사회적 가치, 경제적 이윤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며 “더 많은 시민들의 아이디어를 모으고, 참여시키기 위해 지속적인 교육과 홍보로 사회적기업의 가치를 알려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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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6월 30일 사회적기업 10주년을 맞아 서울시청광장에서 사회적경제박람회가 열리고 있다.

    ◆사회적기업의 성과

    사회적기업은 정부 주도적 사업 진행으로 10년간 양적으로 급격한 성장을 이뤘다.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에 따르면 2007년 55개로 시작해 9월 17일 기준 전국에 1814개 인증 사회적기업(예비 사회적기업 제외)이 활동하고 있으며, 사회적기업 종사자수는 10년 전 2539명에서 현재 4만명을 넘어섰다. 이 가운데 약 60% 2만4000명 이상이 취약계층이다. 일자리 창출뿐 아니라 취약계층의 일자리 확대에도 기여했다. 또한 일자리 이외에도 다양한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사회적기업이 만들어내는 경제규모는 약 2조원으로 2007년 500억 규모에서 약 40배 성장했으며, 사회적기업 5년 생존율은 80.6%로 일반창업기업의 생존율(약 27%)보다 3배 넘는 지속성을 보여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우리나라 사회적기업은 국제적으로 위상이 높아져 톰슨로이터재단·GSEN·UnLtd가 공동 진행한 연구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2016년 사회적기업에 대한 정부 정책과 지원제도가 가장 잘 조성된 국가 1위로 꼽혔으며, 사회적기업을 경영하기 가장 좋은 국가 7위에 선정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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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람회에서 판매한 소품들.


    ◆지난 10년의 한계와 미래

    사회적기업이 정부 주도로 육성되면서 양적으로 크게 성장했으나 부작용과 한계도 뒤따랐다. 정부 인증에 따른 예산 지원이 사회적기업의 중요한 수입원이 되면서 사회적기업이 지나치게 정부 의존적으로 성장하는 구조였다. 또한 사회적 가치가 다양함에도 사회적기업 유형 가운데 사회적 가치를 입증하는 것이 수월한 ‘일자리 유형’에 몰리며 일자리 창출 역할에 치우쳐 다양성을 잃었다. 정부 또한 여전히 사회적기업의 역할을 일자리 창출로만 한정시켜 본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또한 사회적경제 조직이 서로 다른 네 부처의 산하에서 육성됨으로써 사회적 조직간 연대보다는 되려 자원배분을 두고 부처간 경쟁을 벌이는 양상까지 나오고 있어 통합 육성돼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사회적기업육성법제정 10주년 기념 정책 토론회에서는 민관 거버넌스의 부재로 사회적기업 정책결정에 사회적기업 대표나 현장전문가의 참여가 배제돼 현장과 괴리가 크며, 인력·사업개발비의 용도 제한이 심해 사업추진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회적기업이 많다는 비판이 나왔다.

    따라서 사회적경제 전문가들은 △사회적경제기본법 제정 △사회적기업 인증제가 아닌 ‘등록제’로의 개정 △사회적경제를 명시한 헌법개정 등 법의 정비 △사회적경제위원회 설치 △사회적 목적을 가진 법인격(사회적 목적 법인) 설립 △민관거버넌스 구성 △지원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큰 흐름으로는 지난 10년의 교훈을 두고, 앞으로의 사회적기업 10년은 ‘민간주도’의 10년이 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한국교원대학교 김혜원 교수는 “정부가 이끌어 양적 성장에 큰 기여를 했지만 사회적 목표에 고용이 부각되고 다양성을 상실한 확실한 부작용도 낳았다”며 “한국의 경제성장이 80년대 이후 민간성장으로 바꿔나간 것이 성장세를 이어가는 데 주효했던 것처럼 이번 사회적기업 성장도 민간주도로 추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글·사진= 이슬기 기자 good@knnews.co.kr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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