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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경남, 사회적기업으로 꽃피우자 (3) 사회적기업으로 지역사회 일군 스코틀랜드(1)

경제 위기의 땅에 사회적 경제 ‘싹’ 움트다

  • 기사입력 : 2017-09-25 2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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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국 북부의 스코틀랜드는 경남과 유사하게 철강과 조선, 제조업 등이 발달했던 곳이다. 지금도 스코틀랜드의 경제적 중심지인 글래스고에는 한때 수만명이 조선업에 종사하러 몰려들기도 했다. 그러나 1950년대 이후 세계 조선산업과 철강산업이 일본과 한국, 중국 등지로 넘어오고, 1980년 이후 제조업이 위축되면서 스코틀랜드는 급격한 경제위기에 봉착했다.

    발전하는 잉글랜드와는 달리 실업자가 크게 늘면서 전반적인 생활수준이 낮아졌고, 빈부격차도 심해졌다. 이런 상황 속에 위기를 극복하는 방안으로 사회적 경제가 움트기 시작했다. 2007년부터 스코틀랜드 정부가 본격적으로 사회적 기업을 지원하고 육성하면서 세계 사회적 경제 흐름을 주도하는 지역 가운데 하나로도 꼽힌다. 스코틀랜드의 수도 에딘버러와 경제중심지 글래스고에서 활동하는 사회적기업을 찾아봤다.


    ◆Out Of The Blue(아웃 오브 더 블루)

    ‘아웃 오브 더 블루’는 ‘뜬금없이’라는 뜻이다. 갑작스럽게 나타난 이곳은 100파운드 수준의 저렴한 가격에 예술인들에 창작 공간을 제공하고, ‘교육 신탁’으로 지역민들에게 예술교육을 진행하며 예술도시의 기지가 됐다. 예술인들 간의 시너지가 소문나면서 입주 대기자가 900명에 이르는 아웃 오브 더 블루의 롭 훈(Rob Hoon) 매니저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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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웃 오브 더 블루에 입주한 화가의 작업실.



    ▲어떻게 시작한 공간인가?

    에딘버러의 젊은이 3명이 유럽여행을 다녀온 후 에딘버러에 상업공간만 넘쳐나고 예술인 공간이 없는 것을 안타까워해 자비로 작은 공간을 만든 데서 시작했다. 임대로는 계속 건물을 옮겨다닐 수밖에 없어 안정적인 성장을 위해 1999년 현재 중심 스튜디오인 ‘드릴홀’을 직접 매입했다. 소셜인베스트먼트 스코틀랜드, 정부기관, 예술진흥기금 등을 찾아다니며 100만 파운드를 조성해 스코틀랜드 사회적 기업 가운데 공간을 매입한 첫 사례로 남았고, 빚도 다 갚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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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떤 예술가들이 몇 명이나 입주해있나, 입주 예술인의 선정 기준은?

    이곳 드릴홀을 포함한 5개 스튜디오에 150여명의 예술가들이 입주해있다. ‘예술인들의 교류도 계획에서 나온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화가, 건축가, 주얼리디자이너, 헤어디자이너, 영화제작자, 댄서, 밴드 등 다양한 분야의 예술인들이 한 스튜디오 내에 겹치지 않도록 고려해 입주를 돕는다. 여러 아티스트들과 함께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길 바라기에 입주 예술인 선정 때 ‘협력할 수 있느냐’를 가장 중요한 기준으로 둔다. 이 때문에 OOTB 내에서는 영화제작자가 만드는 영화의 헤어메이크업과 포스터디자인을 입주 예술가가 해주는 등 활발한 교류가 이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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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웃 오브 더 블루 롭 훈 매니저가 입주공간을 설명하고 있다.



    ▲어떤 행사들이 열리나, 수입은?

    입구의 칠판 달력을 보면 알 수 있듯이 공연과 전시, 수업, 리허설 계획 등으로 공간은 쉴 새 없이 돌아간다. 프리마켓과 독서 강좌, 소규모 탁구경기도 진행된다. 또한 수입의 경우 지역민들을 대상으로 한 입주 예술가들의 강연료, 전시회·공연 관람료, 클럽으로 운영되는 ‘봉고클럽’의 입장료·매출, 드릴홀 내 카페 등에서 창출되며 전체 필요자금 90% 이상을 스스로 조달하고 있다. 특히 에딘버러프린지페스티벌 기간인 8월에는 더욱 다양한 공연이 열리기 때문에 관광객들이 많이 찾고, 매출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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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웃 오브 더 블루에 입주한 메탈주얼리 공방 P.M.W.



    ▲‘아웃 오브 더 블루프린트’는 무엇인가?

    OOTB 내 리소그라피(Risography) 프린트를 하는 스튜디오다. 리소그라피는 1980년대 일본에서 개발된 실크스크린풍 인쇄기로 비용이 저렴하고 콩기름을 사용해 친환경적이면서 재미난 효과를 거둘 수 있는 프린팅기법이다. 이 기법을 자폐아들에 교육시켜 고용을 창출하고, 잉글랜드 지역에 비해 예술에 다가가기 힘든 지역민들에 쉽게 예술을 접할 기회를 제공한다. 또한 OOTB 소속 예술인들의 포스터, 팸플릿 등을 제작하며, 어린 예술가들에게는 비용을 50% 할인해줌으로써 어릴 때부터 직접 작품을 제작하고 판매해볼 수 있는 경험을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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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웃 오브 더 블루프린트 작업장에서 리소그라피 인쇄물을 보여 주고 있다.



    ▲사회적기업 운영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신념’과 ‘순환’이라고 생각한다. 공간을 꾸준히 늘려나가는 건 어렵지만 함께 창조해나가야 한다는 신념을 지켜나가려고 하면서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또 지역사회, 지역민을 위한 지원이 단발성에 그치지 않고 어떻게 이 투자가 다시 환원되고 사회적가치를 늘려나갈지 끊임없이 고민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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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웃 오브 더 블루에 입주 했던 공중댄스퍼포먼스팀 ‘All or Nothing’이 아웃 오브 더 블루 드릴홀에서 공연을 하고 있다./OOTB/




    ◆Fresh Sight(프레시 사이트)

    이 회사의 이름을 번역하면 ‘신선한 시각’이다. 회사명 그대로 이들은 고객들에 신선한 시각을 제공해 기존에 갖고 있던 문제점을 해결해주는 컨설팅 회사다. 한 학기마다 고용과 해고를 반복하는 프레시 사이트의 디렉터 앤드류 베일리(Andrew Bailie)를 만나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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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레시 사이트 디렉터 앤드류가 기업운영 방식을 설명하고 있다.



    ▲프레시 사이트는 어떤 회사인가?

    10년 전 에딘버러대 재학생들의 모임으로 시작된 컨설팅 전문 사회적기업이다. 학생들이 운영하는 컨설팅 사회적 기업으로는 유일한 사례다. 자선단체 성격을 가진 사회적 기업들이 정부 지원이 끊겨 재정적인 어려움에 처했을 때 ‘신선한 시각’으로 운영방식 등을 살펴 문제점을 찾고 해결방안을 제시한다. 매학기 들어오는 프로젝트 개수와 크기에 따라 필요한 사람들을 고용하고 해고하기 때문에 학생만 뽑으며, 매번 회사의 크기가 달라진다. 올해는 14개 프로젝트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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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금을 받지 않으면 기업이 아니라 대학생 봉사활동이 아닌가?

    아니다. 우리는 기업으로부터 컨설팅비를 받고 이윤을 창출한다. 다만 이윤 모두를 투자에 쓰는 것이 일반 기업과 다르다. 컨설턴트를 교육시키기 위한 투자에 적극적이며, 대기업에는 적정한 금액을 받아 재원을 비축했다가 구성원들이 생각했을 때 컨설팅비용과 관계없이 우리 도움이 필요한 기업, 사회적 가치를 내는 기업에 거의 무료로 컨설팅을 해준다. 지원을 받지 않고 자체 이윤을 남기는 기업이기에 돕고 싶은 회사를 돕는다.

    ▲무임금에도 인재들이 몰리나.

    회사의 목표 중 하나가 지역 인재 유출을 막는 것이어서 적극적으로 인재영입에 나선다. 똑똑한 학생일 수록 회의적인 경우가 많고, 경제적 이익이 없으면 일할 가치가 없다고 판단해 대도시로 빠져나가 은행, 증권사 등에 취직하기 때문이다. 이들에 사회적 가치를 스스로 창출해낼 수 있다는 것을 경험하게 해주면서 ‘동기 부여’를 제공한다. 다른 쪽으로도 시선을 돌릴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것이다. 또한 학생들 입장에서도 실전에서 기업과 대등한 위치에서 일을 하고 스스로 사회적 영향력을 만들어 내는 경험을 해보는 것이 쉽지 않으며, 이 활동으로 900파운드에 달하는 정부 연계 인턴십 인증서를 저렴한 비용으로 받을 수 있어 다양한 분야의 학생들이 채용에 참여하고 있다.

    ▲앞으로 계획은.

    올해 핀란드 난민들을 돕는 기업을 컨설팅함으로써 처음으로 국제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앞으로 국내외 프로젝트를 더욱 원활히 수행하기 위해 프로젝트 수용능력을 늘리는 구조 다지기를 할 예정이다. 또 정부조달에도 참여하고, 10년간의 운영노하우를 알려주는 일을 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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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숙자를 지원하는 에딘버러의 식당 ‘홈(HOME)’.



    ◆노숙자 돕는 레스토랑 ‘홈(HOME)’

    앤드류와 만난 곳은 에딘버러 프린스스트리트 근처에 위치한 식당 ‘홈(HOME)’. 그는 이곳에서도 지역에서 사회적기업들이 어떻게 활동하고, 사회적가치가 어떻게 전달되는지 볼 수 있다고 말했다. HOME은 사회적기업 소셜바이트와 메종 블루가 협업해 운영하는 식당으로 노숙자 재활을 돕고, 음식값 미리내기(Pay it forward)를 통해 월요일마다 노숙자들에 음식을 제공한다. 여기에서 파는 맥주 브루독 또한 수익금의 일부를 노숙자들의 위한 자선단체에 기부한다.

    글·사진= 이슬기 기자 good@knnews.co.kr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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