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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경남, 사회적기업으로 꽃피우자 (5) 사회적기업으로 지역문제 해결하는 경북

사람 손 거치는 사회적경제가 ‘경북의 4차산업혁명’

  • 기사입력 : 2017-09-27 2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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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남과 맞닿아 있는 경북은 사회적기업의 열기가 뜨거운 곳이다. 올해 7월 경상북도 사회적경제 지원센터가 탄생했으며, 지난달 말에는 경산 원도심인 서상동에 청년 사회적기업가들의 네트워크 공간인 ‘청년괴짜방’ 1호점이 문을 열고, 대기업과 상생협약을 맺는 등 활발히 움직이고 있다. 경북이 이토록 사회적경제 활성화에 나서는 이유는 무엇일까. ‘경북의 4차산업혁명을 사회적경제로 보고 있기 때문’이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경북 사회적기업 중간지원기관인 ‘지역과 소셜비즈’ 박철훈 이사는 “현재 4차산업혁명은 인공지능, 가상공간, 3D프린터 등 대규모 자본 투자가 필요한 첨단 기술 형태로만 맞춰져 있지만 돌봄과 같이 반드시 사람의 손을 거쳐야 하는 것이 함께 발전해나가는 것이 진짜 4차산업혁명이다”며 “경북은 기술 진보의 궁극적 지향점은 결국 사람의 행복을 위한 것이라는 것을 인식하고, 기술이 대체할 수 없는 사람 중심의 체계를 강화하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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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달 18일 경북 경산시 서상동 경산미디어센터에서 경북도와 중간지원기관, 청년 사회적기업가들이 개소를 앞둔 사회적기업가 네트워크 공간 ‘청년괴짜방’ 운영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이슬기 기자/



    ◆경북의 정책적 의지

    급격한 인구감소, 고령화를 겪으며 미래를 고민해야 하는 때, 경북도는 정책적으로 사회공헌과 고용에 초점을 둔 사회적경제를 적극 육성했다. 2010년 서울에 이어 두 번째로 지역형 예비사회적기업을 지정해 지원하면서 앞서나갔다. 지난해 9월 ‘사회적경제과’를 신설, 올해는 ‘경상북도 사회적경제지원센터’를 건립하면서 정책 추진에 속도를 내고 있다.

    경북은 기업들이 젊어져야 한다는 필요성을 느끼고 경북으로 돌아온 청년을 지원하는 ‘청년 유턴 일자리 사업’, 청년들이 마을 문제를 해결하고, 마을을 기반으로 창업할 경우 지원하는 ‘청년 마을 일자리 사업’ 등을 추진해오고 있다.

    특히 지난 2010년부터 지속적으로 청년네트워크를 강화하면서, ‘동료효과’가 확대 재생산되는 효과를 거두고 있다. 선배 사회적기업이 후배기업을 안정적으로 키워내 여러 사회적기업이 함께 성장한 것. 돌봄네트워크의 경우 공동매뉴얼을 개발해 소속된 돌봄기관 전부가 보건복지부 최우수기관(상위 10%) 내에 들고, 카페형 네트워크의 경우 공동서비스, 공동 메뉴를 개발하기도 했다.

    지난달 30일에는 ‘청년괴짜방 1호점’을 개소했다. 경북의 청년창업가, 사회적기업가들이 모여 함께 뜻을 나누고 이야기할 수 있는 공간을 우선 마련해준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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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곳에서 청년 사회적 기업가, 취업·창업자들끼리의 ‘공감’ 네트워크를 운영하고, 이들을 응원할 청년 사회적기업 서포터즈, 선배 사회적기업들이 전해주는 멘토링 사업을 실시할 예정이다. 낙후된 원도심이 있는 경산 서상동에 자리 잡아 원도심에 청년들이 자연스레 몰리며, 원도심 재생에도 이들의 아이디어가 적용되길 기대하고 있다.

    경북도는 또 지역만의 청년 사회적기업을 만들어나가기 위해 6억원 예산을 편성해 식자재유통회사인 현대그린푸드와 함께 지역공동체 활성화를 위한 지속가능한 청년 사회적 기업 육성 모델을 발굴해나갈 예정이다. 앞으로 지역공동체형 청년 사회적 기업 10개 육성과 청년 선호도가 높은 공익형 프랜차이즈카페 청년 사회적 기업 10개를 키운다.

    이 같은 노력을 인정받아 경북도는 지난 2011년 도 사회적기업 활성화 노력 평가 전국 1위를 차지했으며, 지난 3월에는 고용노동부가 주관한 ‘2016 사회적기업 육성 성과공유대회’에서 사회적기업 육성 우수기관으로 선정돼 국무총리상인 대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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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달 30일 문을 연 ‘청년괴짜방 1호점’.



    ◆사회적기업의 합심

    경북에는 전국 최초이자 유일한 사회적기업 판로지원조합인 ‘경상북도 사회적기업종합상사협동조합(사회적기업종합상사)’이 있다. 2015년 12월 경북 200여 개 사회적기업 가운데 84개 기업 대표가 십시일반 자본금을 모아 만든 협동조합으로, 시장 개척이 어려운 사회적기업들을 지원하기 위한 민관협력 모델이다. 도는 사회적기업 실무자를 양성하는 프로그램 등에 재정지원을 했다.

    다양한 상품이 국내외 시장에서 거래되도록 돕는 기업조직이었던 종합상사를 따와 만든 이곳은 사회적기업을 가사돌봄, 교육보조, 제조, 농식품 등 9개 분야로 나눠 경영 컨설팅·멘토링·공공기관 판로 개척·대기업 협력·사회적기업 공동 브랜드 사업 등을 통해 경쟁력을 강화시키고 있다. 사회적기업이 크게 뭉쳐, 사회적기업을 돕는 사회적기업이 생기니 판로가 늘어나고, 브랜드가치도 높아졌으며 서로 노하우를 공유하며 시너지도 생겼다. 종합상사의 활발한 중개로 지난해 40억원이었던 중개규모가 올해는 100억원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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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북 상주에 있는 사회적기업 ‘희망세상보호작업장’ 직원들이 부품을 조립하고 있다. 이곳 직원의 약 80%가 중증장애인과 결혼이민자들이다./경북도/



    ◆중간지원기관에 대한 신뢰

    경북 사회적기업 중간지원기관인 ‘지역과 소셜비즈’는 지난 2009년 새경북기획단이 사회적기업 업무를 개시한 2009년부터 지금까지 경북의 사회적기업 업무를 맡아오고 있다. 2007년 사회적기업육성법 시행 후 10년간 중간지원기관 구성이 대구·경북으로 분리(2009)된 것 이외에는 조직이 바뀌지 않아 사회적기업과의 신뢰관계를 구축하는 데 도움이 됐다. 80개 사회적기업이 한데 모여 종합상사를 차릴 수 있었던 것도 각각의 사회적기업이 갖고있는 능력을 파악하고 있고, 상사 내 역할을 조정했던 이들을 믿어주면서였다.

    사회적기업에 대한 경영정보를 매년 축적해 통계를 구축하면서 분석을 하는 작업을 소홀히 하지 않는 것도 주효했다. ‘사회적기업 고객정보 분석을 통한 시장 지원 및 홍보 활성화 사업’, 사회적기업 경영보고서를 통해 작게는 경북 사회적기업 하나 하나의 운영계획에서부터 경북 사회적기업 전체의 방향, 경북도가 나아가야 할 정책 방향을 가늠한다. 사회적기업 주체들이 정책적 목소리를 낼 때에도 합당한 근거로 쓰인다. 경북지역의 사회적기업 현황과 성장 과정을 눈에 보이는 수치로 알릴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또한 중간지원조직이 경북도 공무원과 수평적인 관계를 유지하며 긴밀히 협업했던 것이 큰 시너지를 낳았다.

    박철훈 이사는 “보통 민간단체와 도공무원은 정책을 실행하는 과정에서 부딪쳐, 갈등하거나 상하 수직적인 관계가 되기 쉬운데 경북은 늘 현장의 목소리를 경청한다”며 “사회적종합상사, 청년괴짜방 등 전국에 사례가 없던 다양한 시도를 제안해볼 수 있는 디딤돌이 돼 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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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뷰/ 김남일 경북도 일자리민생본부장

    “창의적·도전적 청년에 투자, 사회적 투자로 재환원될 것”


    ▲경북의 사회적경제가 활성화하게 된 이유는= 경북은 30년 내 소멸할 가능성이 있는 지자체로 꼽힌다. 한국 산업정책이 수도권과 산업도시 중심으로 재편성되면서 지방 소멸의 시대가 찾아왔고, 경북도 급격한 인구 감소, 고령화를 겪으며 고민한 끝에 사회적기업이 소외된 지역을 활성화시키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으리라 생각해 중요한 경제 방향으로 삼고 있다.

    ▲일자리 문제를 사회적기업으로 풀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고= 창업지원 활동의 철학이 있다. ‘외지 사람, 젊은 사람, 미친사람’ 지원하자는 거다. 일반적인 사고방식과 조금 달리보이지만 창의적이고 도전하는 ‘괴짜’ 청년과 경북으로 돌아와 정착하려는 청년들에 투자를 하고 있다. 이러한 것들이 사회적 투자로 재환원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대기업과의 협업 사례도 주목받고 있다= 지난달 식자재유통회사인 현대그린푸드와 협약을 맺고 △프랜차이즈 카페형 사회적기업 공동 양성 △지역공동체형 청년 사회적기업 생산 농산물 공동 품질 관리와 안정적 거래선 제공 △사회적기업 시장 진입·확대를 위한 현대백화점·현대홈쇼핑 마케팅 지원을 골자로 하는 협약을 체결했다. 사회적경제는 시장경제의 대안보다는 ‘보완’할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대기업은 경쟁자가 아니고 협력자다. 자본력·연구개발능력·판로를 갖고 있는 대기업은 사회적기업과 동반자적 관계를 이룰 수 있다. 사회적기업은 대기업의 판로를 얻고, 시장 노하우를 학습하며, 제품을 판매할 수도 있다. 앞으로도 많은 기업들과 연계하려 한다.

    ▲사회적기업 육성 성과가 바로 나타날까= 2016년 말 기준 사회적기업의 30세 이하 비중이 40.2%에 이르러 사회적기업이 젊어진 부분은 긍정적이다. 하지만 청년들의 사회적기업은 30년을 기다려줘야 한다 생각한다. 바로 눈에 보이는 고용창출 규모, 매출액이 당장 나오길 바라는 것이 아니라 30년 후에 살아갈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것이다.

    ▲앞으로 경북 사회적경제 부문의 정책방향은= ‘실버·베이비·그린’으로 요약할 수 있다. 고령화시대에 대비할 수 있는 돌봄서비스 등 노인을 대상으로 한 사회서비스기업, 아이들을 많이 낳고 잘 키울 수 있는 보육·교육 지원 기업을 육성할 예정이다. 또 그린은 환경적 기업과 청년중심 기업 두 가지 의미의 그린이다. 경북 도정 철학 가운데 하나인 ‘우문현답, 우리 문제의 답은 현장에 있다’를 실천하며 앞으로 농업도, 지방도 미래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정책을 펼쳐나가겠다.


    이슬기 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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