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   유튜브  |   facebook  |   newsstand  |   지면보기   |  
2024년 05월 04일 (토)
전체메뉴

본지 고휘훈 기자, 네팔 신두팔촉·누와코트 가다

무너진 학교 복구 안돼 “수업 언제쯤 할지…”
지진 덮친 농촌 ‘누와코트’
본지 고휘훈 기자의 네팔 지진 피해현장 취재 (2)

  • 기사입력 : 2015-05-21 22:00:00
  •   
  • 20일, 네팔 수도 카트만두에서 북서쪽으로 약 40km 떨어진 누와코트로 향했다. 쉬지 않고 자동차로 꼬박 3시간을 달려야 하는 거리다. 고도 800m의 카팔다라산을 넘는 도로 곳곳은 지진으로 무너져 내린 바위와 흙으로 뒤덮여 있었다. 산비탈은 남해의 ‘다랭이 마을’처럼 밭으로 개간했는데, 옥수수나 감자 등이 자라고 있었다.

    산을 넘자 너른 평야가 나타났다. 한국의 일반적인 농촌과 비슷했다. “이렇게 평화로운 곳에도 지진 피해가 났을까” 하던 의구심도 잠시, 무너진 집들이 하나둘씩 보이기 시작했다. 더누와륵 마을은 130여 가구가 있었는데, 지진으로 쑥대밭이 된 집이 많았다. 미처 텐트를 구하지 못한 주민들은 염소나 닭, 물소가 사는 가축우리에서 생활을 하고 있었다. 반면 가축들은 무너진 집 안으로 들어가 자리를 잡았다.
    메인이미지
    폐허가 된 누와코트의 아이들.

    더누와륵 사람들은 인근 압조르 마을이 지진피해를 더 많이 입었다고 가 보기를 권했다. 차로 1시간을 달리자 압조르 마을이 나타났다. 멀리서 봐도 마을 전체가 지진으로 휩쓸린 듯했다.

    마을 이장 구빌라이(55)씨는 “우리 마을은 이번 지진으로 5가구를 제외하고 모든 집이 무너져 내렸다”며 “하지만 사람들이 긴급히 대피해 피해를 줄일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마을에는 학교가 2곳 있었는데 안타깝게도 한 곳은 무너져 내렸고, 한 곳은 균열이 심해 학생들이 수업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압조르 초등학교 조밀라 라이(23) 교사는 “학교가 무너져 내려 아이들이 몇 주째 수업을 받지 못하고 있다. 하루빨리 학교가 복구돼 아이들이 공부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소망을 밝혔다.

    이날 기자와 동행한 지구촌교육나눔재단은 120여 개의 긴급 구호키트를 주민들에게 나눠주고 무사 안녕을 당부했다.

    카트만두로 돌아오는 길. 카팔다라산 인근에서 잠시 휴식을 취했다. 갑자기 땅이 흔들렸다. ‘바기군 다이’(도망쳐 동생)라는 말이 사방에서 터져 나왔다. 순간 머릿속이 하얘졌다. 군데군데 금이 간 건물에서 느긋하게 음료를 마시는 게 아니었다는 생각부터, 죽는게 아닌가 하는 오만 가지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동행한 지구촌교육나눔재단 관계자가 “뛰어, 고 기자”를 외쳤을 때 그제서야 몸이 움직였다. 네팔인 손님들은 책상 밑으로 숨었고 일부는 건물 밖으로 튀어 나갔다. 누와코트로 왔던 길로 되돌아갈 수가 없었다. 1시간 전에 발생한 지진으로 도로가 막혔기 때문이다. 수㎞를 돌아서야 겨우 카트만두의 숙소에 도착할 수 있었다. 21일 새벽 2시께 침대로 진동이 느껴졌다. 탁자 위 음료수병 속에 담겨 있던 물이 좌우로 떨고 있었다. 한동안 잠을 이룰 수 없었다.

    메인이미지
    지진으로 무너진 신두팔촉의 한 학교가 복구되지 않아 학생들이 수업을 못하고 있다.

    앞서 19일 오후에는 지진 참사 사망자의 약 40%를 차지한 신두팔촉을 찾았다. 이곳은 지난달 25일에 이어 12일에도 규모 7.3의 강진이 덮쳤다.

    카트만두에서 북동쪽으로 80km 떨어진 곳이다. 해발 1000~2000m에 달하는 산을 몇 개 넘어 5시간 만에 신두팔촉의 초우타라에 도착했다.

    신두팔촉은 카트만두보다 피해가 훨씬 심했다. 온전한 집은 찾아보기 어려웠는데, 흙과 돌을 섞어 집을 지은 곳이 많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동행한 부펜드라(31)씨는 고향 마을이 처참하게 부서진 광경에 얼굴이 일그러졌다. 이번 지진으로 할아버지와 형수가 목숨을 잃었다고 했다. 김해시 주촌의 공장에서 7년간 일하기도 한 그는, 고향 사람들에게 부지런히 응급키트를 나눠줬다. 부펜드라씨는 “죽은 가족들을 생각하니 느긋하게 있을 수만은 없었다”며 “이 약품들이 상처 입은 마음마저 치유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날 조태영 지구촌교육나눔재단 사무총장 등은 신두팔촉 초우타라를 비롯해 강싱마을, 샤울렛 마을 등을 들러 응급키트를 집집마다 나눠줬다.

    네팔 카트만두= 고휘훈 기자 24k@knnews.co.kr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 관련기사
  • 고휘훈 기자의 다른기사 검색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