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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28일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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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남북] 눈도 가리고 귀도 막은 통영시 행정- 김진현(사회2부 거제·통영·고성본부장)

  • 기사입력 : 2014-10-17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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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디다 대지.”

    통영시 청사에 들어가려면 덜컥 걱정부터 앞선다. 민원인뿐만 아니다. 공무원들도 마찬가지다. 근무하는 공무원들도 겪는 통영시 청사 주차전쟁. 이러하니 공무원들이 다 출근한 후 청사에 일을 보러 들어가는 민원인들은 어떨까.

    한마디로 전쟁이다. 한두 바퀴 도는 건 기본이다. 어쩌다 빈자리가 나오면 그야말로 횡재다. 빈자리란 정식적인 주차공간이 아니다. 밀어야 하는 이중주차 자리를 말하는 것이다.

    시청의 주차난은 지난 몇 년간 통영시 뉴스의 단골메뉴였다. 시청에서도 수차례 대책을 내놓았다. 5부제를 시행하고 있지만 감시하는 공무원도, 실제로 지키는 공무원도 별로 없다. 또 직원 주차수를 줄이겠다고 ‘공무원 출퇴근용 버스’를 운행했지만 직원들의 비협조로 중단됐다. 그래서 주차타워 건립을 내놓았지만 25억원 이상이 소요돼 시 예산 사정상 우선순위에서 밀리며 수년째 상정조차 못하고 있다. 매년 다음 예산편성 때는 주차타워 건립이나 지하주차장 건립 예산이 확보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하지만 앵무새다. 요즘은 슬그머니 유료화 말도 나온다.

    이달 초 통영시는 대대적인 조직 재배치를 했다. 업무를 두 가지로 구분해 민원 위주의 부서를 한곳으로 모았다. 원칙적으로는 잘 맞는 재배치였다. 그런데 현실을 무시한 전형적인 탁상행정이다.

    시장실과 의회가 있는 제1청사의 주차대수는 198대. 이곳 상주직원은 375명이고 직원들의 차량 등록대수는 226대다. 게다가 관용차 전용주차장이 32면.

    1청사에서 100여m 떨어진 제2청사는 더하다. 상주직원 276명에 등록차량이 122대이지만 주차면수는 관용전용주차 12면을 포함해 100면이 채 안 된다. 이곳에는 프레스센터에 브리핑룸까지 있다.

    그런데 시는 민원인이 대거 몰리는 부서를 2청사로 모았다. 그래서 조직 개편안이 나오는 순간 공무원조차도 피식 웃었다고 한다.

    민원인은 안중에도 없는 행정과, 신문 방송에서 수차례 민원인들의 주차불편을 지적했는데도 눈도 가려지고 귀도 막혀버린 시장님. 이래서 시의 행정은 시민과 동떨어진 공무원들만의 행정이라는 지적을 받는 것이다.

    수십억원을 들인 공원이 쓰레기장처럼 방치되고 있다고 해도, 시민들이 건강을 위해 걷는 도로가 파손돼 부상 위험이 있다고 해도, 자전거 편의시설이 잘못 설치돼 있다 해도, 어느 날 갑자기 집 앞에 흉측한 모양의 우물이 생겼다고 해도 시는 그러려니 한다.

    시장님 눈 막고 귀를 막았으니 걱정이 없다는 것일까. 안데르센의 ‘벌거숭이 임금님(The Emperor’s New Clothes)’이 생각난다.

    김진현 사회2부 거제·통영·고성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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