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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6월 23일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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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권수의 한자로 보는 세상 (1031) 부화상상(浮華相尙)

- 들뜨고 화려한 것만 서로 숭상한다

  • 기사입력 : 2024-05-28 08:11:39
  •   
  • 동방한학연구원장

    2020년 초에 어떤 저녁 모임에서 한 분이 “저녁 7시 반 전에는 꼭 마치면 좋겠습니다.”라고 신신당부를 했다. “무슨 일이 있습니까?”라고 했더니, “꼭 봐야 할 텔레비전 프로가 있어서 그럽니다.”는 것이었다. 무슨 프로인가 했더니 ‘미스터트롯’이었다. 그분의 소원대로 일찍 마쳤다. 그분은 평소에 노래를 좋아하는 분도 아니었다.

    텔레비전을 안 보던 필자도 돌아와 그 채널을 맞추었다. 필자는 노래를 매우 좋아하던 사람인데, 잠시 보다가 곧 꺼버리고 말았다. 그 이유는 크게 네 가지였다. 첫째 노래 한 곡 부르는데, 그 사이 사회자의 이야기가 너무 길어 흥을 다 죽이는 것이다. 둘째는 “노래 한 곡 하는데 저렇게 화려한 조명, 야한 의상, 동원한 많은 보조 인원 등이 필요하나?” 하는 생각에 거부감을 느꼈다. 셋째는 초·중등학생들까지 나와 경쟁하는데, “저 학생들은 학교는 안 다니고, 공부는 안 하나? 저 학생들이 입선을 하여 돈방석에 앉으면 전국의 학생들이 마음이 들떠 공부가 눈에 들어오겠나? 심히 걱정스럽다.” 네 번째는 “국악(國樂)이나 성악 전공하는 사람들이 돈 벌기 위해서 트로트 가수가 되면 국악이나 성악을 누가 계속하겠나?”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나는 노래를 좋아하지만, 지금도 국악인이나 성악가 출신의 가수나 학생 신분의 가수들이 부르는 노래는 절대 듣지 않는다. 본업에 대한 배신자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뒤 나의 이런 생각을 여러 장소에서 피력해 봐도 동조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고, 비웃는 사람이 더 많았다.

    그 뒤 임영웅 등 7명이 베스트로 뽑혀 가수로서 승승장구하고 있다. 입장권 한 장에 20만원에 이르고, 22회에 걸쳐 전국 순회공연을 했다. 팬클럽도 형성되었고, 광고 수입료도 최고에 이르렀다.

    이때 4등을 한 김호중 역시 가수로서 승승장구했다. 많은 사람들이 임영웅보다 노래를 더 잘한다고 평한다. 입장권도 임영웅보다 비싸게 받는다.

    “노래 잘하는 법만 배운 가수들 문제 있다.”고 생각해 왔는데, 동조하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그러나 이런 현상은 정상적인 세상은 아니라고 생각해 왔다. 세상 사람들의 가치관이나 인생관이 문제 있다고 생각한다. 학생들의 장래 직업선택에서 1번이 연예인이라고 하는 데서, 가수가 얼마나 선망의 대상인지 알 수 있다. 이러면 누가 학문 연구하고, 기술 연마하겠는가? 도덕 윤리 인성(人性) 등은 그 사이에서 거론할 틈도 없다.

    과연 문제가 터졌다. 잘나가던 가수 김호중이 5월 9일 음주운전으로 사고를 내었다. 음주 측정받고 벌금 내면 되지, 구속까지 될 정도는 아니다. 그런데 뺑소니, 매니저 대신 자수, 조직적 은폐, 말 바꾸기, 공연 강행 등등 여러 죄를 스스로 만들어 결국 구속되고 말았다. 그러면서도 정치인처럼 “언젠가는 진실은 밝혀질 것이다.” 등등의 말을 했다.

    올바른 판단이 필요할 때 그는 왜 이런 행동을 했을까? 평소에 도덕적 훈련을 안 받았기 때문이다. 한갓 허황된 화려함만 숭상하는 우리 사회가 이런 사람들을 대량으로 만들어 낸 결과다. 제2, 제3의 김호중이 안 나오게 하려면, 예능과 함께 인성교육도 반드시 해야 한다.

    * 浮 : 뜰 부. * 華 : 화려할 화

    * 相 : 서로 상. * 尙 : 숭상할 상.

    허권수 동방한학연구원장

    ※소통마당에 실린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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