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   유튜브  |   facebook  |   newsstand  |   지면보기   |  
2024년 06월 16일 (일)
전체메뉴

(344) 화구중출(禍口中出)- 재앙은 입으로부터 나온다

  • 기사입력 : 2010-08-03 00:00:00
  •   

  • 사람이 다른 동물과 구별되는 요소가 여러 가지가 있지만, 가장 큰 차이점은 말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말 때문에 인류는 의사를 전달할 수 있어 여러 사람들의 지혜를 모으고 축적하여 오늘날의 발달된 문화를 이루어왔다. 말을 기호로 나타낸 것이 글이다.

    말은 사람의 생활에서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요소이면서도, 또 말 때문에 일어나는 사건이 끊이지 않는다. 대부분의 갈등, 시비, 소송, 나아가서는 나라 사이의 전쟁 등도 그 근본 원인은 말 때문이다.

    어떤 모임에 갔다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집에 오면, “그 말을 할 걸”하고 후회하고, 발언을 하고 집에 돌아와서는, “그 말은 하지 말았어야 하는데”하고 후회한다. 말로 인해 고민도 생기고, 기분도 나빠지고, 또 어떤 때는 구설수(口舌數)에 휘말리기도 하고, 심한 경우에는 소송 등에 증인, 참고인 등으로 나가기도 한다.

    말을 적절하게 중용의 도를 찾아 필요한 말을 하면서도 문제를 야기하지 않는 것은 하루아침에 되지 않는다. 본인의 부단한 노력이 필요하고, 부모나 조부모의 교육이 필요하고, 형제나 친구 동료들의 충고가 필요하다. 옛날에는 말을 잘못하면 조부모나 부모님으로부터 수시로 꾸지람을 듣기 때문에 생활 속에서 말하는 방법을 배웠다. 그래서 옛날 선비들은 점잖게 말을 하면서도 할 말은 다했다.

    요즈음 좋은 대학을 나와 유학까지 갔다와 장래가 촉망되던 젊은 국회의원이 저질 막말을 하다가 자기 당에서 이미 제명을 당했고, 국회의원직도 유지하기조차 힘들게 되었고, 아나운서협회로부터 소송까지 당하여 하루아침에 추락의 길로 들어섰다.

    어려운 테스트를 거쳐 교육방송 여자 강사가 된 어떤 여교사가, “군대 가서 사람 죽이는 것밖에 배우는 것 없지요. 남자들은 폭력적이고 좋지 않아요” 등등 혼잣말이라도 해서는 안 되는 말을 공공방송, 그것도 고등학생을 상대로 하는 교육방송에서 거침없이 내뱉어 지금 많은 사람들로부터 거센 항의를 받고 있다. 교육방송에서는 이미 하차하였고, 앞으로 그 결과가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 두 사람 다 순간적인 말 실수가 엄청난 결과를 초래하는 것을 보고 후회가 막심할 것이다. 두 사람뿐만 아니라, 지금 우리 사회에는 소위 지도층이라는 장관, 국회의원, 교수 등등이 하는 말을 들어보면, 저속하고 야비하고 장난스러운 말들이 판을 친다. 사회 전체가 저질화되고 있다는 증거다.

    사람의 마음은 볼 수가 없다. 단지 말을 통해서 마음이 나타난다. 마음이 바르고 점잖은 사람은 말을 함부로 하지 않는다. 말에 좀 더 관심을 가지고, 멋대로 말하지 말고, 한두 번 정도 생각한 뒤에 말을 하도록 하자. 말을 바르게 점잖게 하면, 사회가 훨씬 더 평화롭고 윤택할 것이다.

    “재앙이 입으로부터 나온다(禍口中出)”란 말은 원래 진(晋)나라 문학가 부현(傅玄)이란 사람이 지은 ‘구명(口銘)’이란 글에 나오는 말이다. ‘구명’의 전문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사람은 정신으로 느껴 통하고, 입을 통해 마음이 펼쳐진다네.

    복이 생기는 데는 조짐이 있고, 화가 오는 것에도 실마리가 있다네.

    감정을 멋대로 많이 부리지 말고, 입으로는 말을 많이 하지 말기를.

    개미 구멍이 황하 둑을 무너뜨리고, 낙숫물 구멍이 산을 기울인다네.

    질병은 입으로부터 들어가고, 재앙은 입으로부터 나온다네.

    입은 존재하느냐 망하느냐의 작용이 되고, 열고 닫고 하는 방법이 된다네.

    입은 마음과 더불어 도모하나니, 편안하냐 위태로우냐의 근원이라네.

    중요한 관계가 나오는 것으로, 영예와 욕됨이 입에 달려 있다네.

    (神以感通, 心繇口宣. 福生有兆, 禍來有端. 情莫多妄, 口莫多言. 蟻孔潰河, 溜穴傾山. 病從口入, 禍從口出. 存亡之機, 開闔之術. 口與心謀, 安危之源. 樞機之發, 榮辱存焉)

    * 禍 : 재앙 화. * 口 : 입 구. * 中 : 가운데 중. *出 : 날 출.

    (경상대 한문학과 교수)

    ※여론마당에 실린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