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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21일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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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청 생초면 민영도 전 갈전마을 이장

“36세에 이장 시작해 36년간 했어요”
면사무소 가장 일찍 출근 … 마을 대소사 잘 챙겨

  • 기사입력 : 2009-03-10 15:5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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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월이 이렇게 빨리 지나가다니 시원 섭섭합니다.”

    지난 73년부터 36년1개월 동안 마을 이장직을 맡아오다 지난 1월 이장직을 마친 산청군 생초면 갈전마을 민영도(72)씨.

    이장직을 마친 소감을 묻는 물음에 이처럼 짧게 대답하는 그의 머릿속에는 지난 36년간의 이장생활이 고스란히 스쳐 지나가는 듯했다.

    지난 1973년 36세의 젊은 나이로 마을 이장을 시작한 민씨는 36년간의 이장생활을 하면서 누구 집에 소가 송아지를 언제 낳았는지부터 시작해 지번만 말해도 마을 주위의 위치가 어디인지 정확하게 알 만큼 마을에 대해서는 모르는 게 없다.

    집주인보다 그 집에 대해 더 잘 알고, 논 주인보다 그 논에 대해 더 잘 알고 있으니 행정기관의 직원들도 마을사람들에 관해서는 민씨의 말을 전적으로 신뢰해 행정처리도 빠르고 마을 동향도 쉽게 파악할 수 있었다고 한다.

    매일 직원보다 더 일찍 면사무소로 출근해 마을 동향을 전달하는 것으로 일과를 시작하는 민씨는 생초면사무소뿐만 아니라 유관기관, 마을 주민들에게까지 면 직원으로 불릴 정도로 이장으로서 적극적으로 일해 왔다.

    젊은 나이에 마을 주민들의 심부름꾼으로 활동을 시작한 게 1년, 2년을 넘어 이제는 강산도 4번이나 바뀔 정도의 긴 시간인 36년이란 세월이 흐르면서 마을길이 넓혀지고, 시멘트길이 아스팔트 길이 되고, 모양이 제각각이던 논밭도 반듯반듯하게 경지정리가 됐다.

    마을 주민들이 살기 편해지는 만큼 힘든 일도 고된 일도 많았다면서 마을길이 넓혀지면 논밭이 들어가는 주민들과 본의 아니게 언쟁을 높일 일도 많았고, 주민들 간의 이해다툼이나 오해로 인해 싸움이 발생하면 중재하기가 어려운 일이 한두 번이 아니라고 했다.

    그래도 마을 주민들이 힘든 일이 있고 말 못할 사정이 있으면 이장이라고 찾아와서 하소연을 할 때면 무엇이든지 어떻게든지 도와주고 싶은 마음에 도리어 미안하고 안타까웠다고 한다.

    마을 사람들은 누구나 할 것 없이 한결같이 “이장님 같은 분이 없으예. 누가 그리 마을사람들 일일이 다 챙기고, 제 일처럼 그리 하것쓰예. 우리마을 이장님 그동안 진짜 고생 많이 하셨고만예”라고 이구동성으로 말했다.

    민씨는 “세월이 이렇게 빨리 가는지 모르겠다. 하루하루 주어진 생활을 열심히 하다 보니 어느덧 36년이란 세월이 간 것 같다”며 “후임 이장도 마을 주민들을 위해 나보다 더욱 열심히 하고 있어 마음이 늘 편하다”고 말했다.

    오늘도 민씨는 이장은 그만두었지만 마을의 발전과 마을 주민들을 생각하는 마음은 그 어느 때보다 관심이 많다며 마을 주민들의 건강과 행복을 생각하며 환하게 웃는다.

    김윤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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