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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04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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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지구 VS 플라스틱- 김정민(사회부장)

  • 기사입력 : 2024-04-22 19:2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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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상, 의자, 컴퓨터, 키보드, 마우스, 전화기, 멀티탭, 이어폰, 칫솔, 치약, 볼펜, 옷걸이, 슬리퍼, 가방, 지퍼, 쓰레기통. 내가 일하고 있는 공간 안에서 쓰이고 있는 플라스틱 제품들이다. 플라스틱은 만드는데 5초, 자연 분해까지 500년이 걸린다. 재활용률은 불과 9% 남짓. 재활용보다 새 플라스틱 제품을 만드는데 드는 비용이 적게 들다 보니 공급이 과잉되는 추세다.

    ▼플라스틱이 당초 아프리카코끼리를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졌다는 건 아이러니다. 코끼리 상아로 만들던 당구공을 대체하기 위해 발명된 플라스틱은 2차 세계대전 군수용품 사용으로 대량 생산됐다. 이후 일상 영역에서의 수요가 늘면서 생산과 소비가 폭발했다. 전 세계 플라스틱 소비량은 2019년 4억6000만t으로 집계됐으며, 오는 2060년에는 무려 12억3000만t으로 예측된다.

    ▼플라스틱 쓰레기들이 최종 흘러 들어가는 곳은 바다다. 2019년부터 2023년까지 우리나라 연안에 모여든 쓰레기는 44만8235개. 이 중 87.8%는 페트병과 같은 플라스틱 쓰레기다. 전 세계 플라스틱 폐기물도 2022년 기준 3억7000만t이 발생했다. 바다로 버려진 플라스틱은 고래, 물개 등 해양생물을 죽이고 있으며, 빛이 들지 않는 심해 바닥까지 흘러 들어가 해양 생태계를 파괴하고 있다.

    ▼플라스틱 쓰레기는 햇빛과 파도에 잘게 쪼개져 미세플라스틱으로, 다시 더 작은 입자인 나노플라스틱까지 분해돼 사람의 입으로 되돌아오고 있다. 나노플라스틱은 혈류를 통해 심장 등 장기와 뇌까지 도달할 수 있으며, 태반을 통해 태아에게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미 세계 일부 지역은 플라스틱 오염 농도가 자연 회복이 불가능한, 임계치를 초과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문제가 심각한 만큼 플라스틱 생산과 사용을 줄여야 한다. 올해 지구의 날(22일) 공통 주제가 지구 대 플라스틱으로 정해진 이유도 이 때문이다.

    김정민(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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