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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02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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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경남신문 신춘문예 당선자를 만나다

마음에 심은 문학 씨앗 손끝에서 활짝 피어나다

  • 기사입력 : 2024-01-16 20: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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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춘문예(新春文藝)라는 이름이 가진 운명이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겨울을 보내고 맞이한 봄’을 뜻하는 ‘신춘’처럼 찬바람 매섭던 12월의 끝자락, 그들에게 가닿았던 우리의 연락이, 어두운 터널 길을 밝혀주는 한줄기 빛이 되었다고 했을 때. 2024년 경남신문 신춘문예 시상식이 16일 오후 2시 경남신문사 1층에서 열렸다. 신문사의 전화를 받고 자신의 작품이 신문지면에 나가고도 당선을 체감하지 못했던 곽민주(소설)·박태인(시)·이명숙(동화)·장경미(시조)·현경미(수필) 씨 등 당선자들은 이날에야 완전하게 신춘을 실감했다. 마음 찬 계절을 뒤로하고 따스한 봄날을 기다리는 길목에 서서, 짝사랑하듯 갈망하던 꿈에게서 ‘계속 꾸어도 좋다’ 허락받았다는 이들에게 문학과 삶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곽민주(소설·왼쪽부터), 박태인(시), 장경미(시조), 현경미(수필), 이명숙(동화)씨 등 2024 경남신문 신춘문예 당선자들이 창원 용지문화공원에서 카메라를 보며 환하게 웃고 있다./전강용 기자/
    곽민주(소설·왼쪽부터), 박태인(시), 장경미(시조), 현경미(수필), 이명숙(동화)씨 등 2024 경남신문 신춘문예 당선자들이 창원 용지문화공원에서 카메라를 보며 환하게 웃고 있다./전강용 기자/

    -우선 당선소식을 들었을 때 심정이 궁금한데요.

    △박태인(시)= 아는 번호가 아니면 잘 받지 않는 편이라 부재중 두 번째에 받았더니 경남신문이라는 말에 얼마나 놀라고 기뻤는지 모릅니다. 이런 행운이 나에게도 오다니….

    △현경미(수필)= 거리에 나가 모르는 사람을 붙들고라도 말하고 싶었어요. 아무도 없는 산꼭대기에 올라 소리라도 치고 싶은 심정이었다고 할까요. 신춘문예에 당선이 되었다고 말이지요! 하지만 꾹, 참고 지냈어요. 내 안 깊은 곳에서 자꾸만 말간 웃음이 샘솟는 기분이 들었어요.

    △장경미(시조)= 2023년은 저에게 많이 힘들고 바쁜 해였어요. 시조 한 편 쓰지도 못하고 해를 넘기려니 너무도 아쉬워서 마감일을 코앞에 두고 썼거든요. 두 편이라도 썼으니 되었다고 생각하던 차에 당선 소식을 받았어요. 사실, 아직도 실감이 안 납니다.

    △곽민주(소설)= 당선 연락을 받았을 때 얼떨떨했는데 전화를 끊고 난 뒤에 회사에서 모니터를 보다 울컥하고 눈물이 차올라선 결국 휴게실로 가 다른 직원이 쳐다볼 정도로 크게 소리를 내어 펑펑 울었습니다. 기뻐서도 눈물이 난다는 걸 그날 처음 알았습니다.

    △이명숙(동화)= ‘나에게도 드디어 기적이 일어났구나’ 생각했습니다. 끝을 알 수 없는 어두운 터널 안에서 방황하던 시기였거든요. 그러다 한 줄기 빛을 발견한 기분이었어요. 이제 숨죽여 눈치 보지 않고 마음껏 글을 써도 괜찮다고 세상의 허락을 받은 느낌이었습니다.

    -글을 쓰기 시작한 계기나 문학과 인연을 맺은 계기가 있다면요.

    △박태인(시)= 고등학교 때 특활반에 남는 자리가 없어서 어쩔 수 없이 들어갔던 독서반에서 저의 첫 독서가 시작되었습니다. 그날부터 지금까지 꾸준하게 책을 읽었어요. 책을 읽을수록 일기장 페이지가 자연스럽게 늘어나고 일상이 일기의 제목으로 함축되고, 함축하기 위해 길게 늘여 쓰기 시작한 일기가 계기를 만들어 준 것 같아요.

    △현경미(수필)= 초등학교 6학년 졸업 무렵이었어요. 담임 선생님께서 교무실로 저를 불렀어요. 글쓰기에 재능이 있으니 앞으로 열심히 해보라는 당부였어요. 그것이 씨앗이 되어 제 마음에 심겼나 봐요. 문학을 꿈꾸게 한 그 어떤 힘으로 작용하지 않았나 싶어요.

    △장경미(시조)= 2006년 진주에서 근무할 때 교감선생님께서 ‘경남교원예능경진대회’ 시조 백일장에 나가보라고 권유하셨어요. 그 후로 학생들에게 시조창작 지도를 했고, 그것을 바탕으로 석사논문도 썼어요. 제 의지라기보다 뭔가에 자꾸 이끌려 가게 되는데, 아마 시조의 마력에 빠진 것 같아요.

    △곽민주(소설)= 고등학생 때 담임선생님께서 재능이 있는 것 같다고, 글을 한번 써보는 것이 어떻겠냐 제안하셨는데 그해 나갔던 모든 대회에서 수상을 했습니다. 그때 처음으로 작가가 되는 일에 대해 생각해 보았던 것 같아요. 그게 이렇게 긴 여정이 될지는 그때는 몰랐지만요.

    △이명숙(동화)= 라디오와 함께 보낸 중·고등학교 시절, 좋아하는 가수를 위한 덕질로 엽서를 자주 보냈어요 채택되면 사연도 소개되고 신청곡도 들을 수 있었는데,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내용이라야 선택을 받을 수 있더라고요. 그렇게 저의 글쓰기는 시작되었던 것 같습니다.


    -당선자분들께 글이란 어떤 의미일까요.

    △박태인(시)= 눈으로 그림을 읽는다고 생각하는데요. 반대로 그림을 글로 옮길 때 음악처럼 쓰고 싶다는 생각도 자주 하는 편입니다. 추상적인 마음을 몸이 있는 것처럼 써서 구체적인 마음으로 바꿔주는 역할을 해주는 것 같아요.

    △현경미(수필)= 어릴 적엔 놀이였고요, 한때는 마치 종교처럼 절대적인 존재로 자리매김한 때도 있었어요. 그러던 어느 순간엔 무거운 짐이 되어 있기도 했지요. 그렇게 여러 해를 보내며 다시 즐거움이 되어 돌아왔다고나 할까요. 이제는 손잡고 함께 가야 할 동반자가 된 기분이랍니다.

    △장경미(시조)= 매일, 자주 쓰지는 못해도 늘 머리와 마음속에 담겨 있는 걸 보면, 글은 제 삶의 일부가 된 것 같아요. 무엇을, 어떻게 쓸 것인지 고민하게 되고 작은 것에도 의미를 두게 되면서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도 달라지더군요. 글을 통해 치유받고 성장하는 저를 봅니다.

    △곽민주(소설)= 제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맺히고, 맺어가는’ 작업이라고 생각합니다. 작품이 쓰고 싶어질 땐 주로 마음에 맺히는 것들이 주제가 되고요. 애초에 생각했던 목적지가 아니라도 어찌됐던 글은 맺어야 하듯이 제 스스로를 성장시키고 변화시키는 큰 토대인 것 같아요.

    △이명숙(동화)= 글이란 저 자신을 담아주는 그릇 같아요. 어디로 튈지 모르는 슬라임처럼 이리저리 제멋대로 흘러다니는 머릿속의 사유 조각들을 글이 맥락을 잡아 정돈해주곤 하니까요. 간혹 손끝에서 타이핑되어 나오는 글을 보며, 되레 내가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이었구나 깨닫기도 한답니다.

    -문학에 있어 영향을 받거나 공부에 도움이 된 작가·작품이 있다면요.

    △박태인(시)= 다양한 연령층의 작가님들 시집을 읽기 위해 노력했던 것 같아요. 난 언제쯤 저렇게 쓸 수 있을까? 좌절도 있었지만 읽을 때마다 동기부여가 되었습니다. 한 권 한 권이 저에게는 선생님이셨어요. 읽고 필사하고 제가 가지고 있는 시집은 수능 문제집처럼 연필 자국투성이입니다.

    △현경미(수필)= 시가 뭔지도 모를 때 시를 먼저 접했어요. 어느 문화제에 시 한 편을 써서 응모했는데 그게 당선이 되었고요. 그 시절 기형도, 허수경 시인 등의 많은 시집들을 읽고 또 썼어요. 저에겐 문학의 모태 같은 존재가 아니었나 싶어요.

    △장경미(시조)= 문학에서 중요한 상상력이 풍부하다는 말을 간간이 들었어요. 어렸을 적에 엄마가 결핵을 앓아 진주 외갓집에 맡겨졌을 때 이모는 밤마다 이야기로 재워주셨는데, 상상력 주머니가 그때 만들어진 것 같네요. 요즘은 그 주머니가 텅 비어서 어찌 채워야 할지 난감해요.

    △곽민주(소설)= 하나만 꼽아야 한다면 저는 괴테의 파우스트를 소개하고 싶네요. 학자들에게 책에만 몰두하지 말고 세상을 경험하라는 파우스트에서처럼 작년 한 해 저는 소설을 쓰지 않겠다 결심하며 여러 체험과 활동을 했어요. 10년 넘게 습관처럼 몇 시간씩 글쓰던 행위를 멈춰 불안했지만, 쓰고 싶은 이야기들이 전보다 더 넘쳐났습니다.

    △이명숙(동화)= 고딕 서스펜스의 대가로 알려진 조이스 캐롤 오츠의 작품을 좋아합니다. 어쩌면 불편할 수도 있는 가족의 문제를 깊이 있게 들여본다는 점뿐만 아니라 치밀한 구성과 감수성 넘치는 문장들에 제가 홀딱 반한 작가입니다.

    -신춘문예 작품의 숨은 이야기나 에피소드가 있다면 소개해 주세요.

    △박태인(시)= 옛날이야기를 할 때 독자에게 민속촌 같다는 생각이 안 들게 써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머그잔을 쓸 때도 이야기 안에 머그잔이라는 단어가 최대한 들어가지 않고 쓰는 게 저만의 노력, 에피소드라고 말씀드려도 될지 잘 모르겠습니다.

    △현경미(수필)= 어느 날 새벽, 잠에서 깼는데 등이 따뜻했어요. 남편의 등이 내 등에 맞닿아 있다는 걸 알게 되었죠. 그날 따라 참으로 묘한 감정이 일었어요. 누운 채 등과 등에 대해, 방정식에 대해, 삶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어요. 그것이 ‘등의 방정식’을 단숨에 써내려가게 했답니다.

    △장경미(시조)= 당선작 ‘사북’은 엄마와 동생 이야기예요. 남동생이 뇌출혈로 쓰러지면서 심한 장애가 왔고, 엄마가 동생의 손과 발이 되어 주고 있지요. 제가 있는 학교에선 여름이면 미술시간에 부채에 그림 그리기를 하는데요. 아뿔싸, 그림을 그리기도 전에 몇 명이 접부채를 펼치다 망가뜨린 거에요. 망가진 부채를 들고 나온 아이들 표정은 울상이었는데, 부채 구실을 하지 못하게 한 작은 사북을 보며 동생이 떠올랐습니다.

    △곽민주(소설)= 20대에 젊은 작가가 너무도 되고 싶었어요. 그래서 평일에는 퇴근 후 4시간을, 주말에는 먹고 자는 시간을 제외한 모든 시간에 글을 썼어요. 서른이 되어도 당선이 되지 못한다면 그만 써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작년에 저는 서른이 되었고 큰 마음을 먹고 소설로부터 돌아섰는데, 기이하게도 만 나이가 적용돼 스물여덟이 되더라고요. 내가 안하겠다니 세상이 바뀌어버렸는데 안할 도리가 있나 싶었습니다. 그래서 당선 소식이 더욱 놀라운, 아마도 모든 건 운명이라 생각합니다.

    △이명숙(동화)= 아동학대와 굶주림으로 고통받던 한 아이가 집을 탈출해 슈퍼에서 발견된 사건을 기억하시는지요. 자신의 집 담벼락의 도시가스 배관을 타고 탈출했다는 사건 기사를 읽고 한동안 머릿속이 먹먹했습니다. 한 발 한 발 배관을 타고 내려오면서 얼마나 무섭고 두려웠을까, 정말 그때 누구 하나 손 내밀어 주는 사람이 없었던 걸까. 세상에는 아직도 법과 제도의 사각지대에 놓여 애타게 도움을 기다리는 곳이 많은데 동화 속 나은이처럼 ‘우리’가 먼저 손 내밀어 제도적 도움의 견인차 역할을 할 수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해 봤습니다.

    -앞으로 어떤 글을 쓰고 싶으신지 궁금해요.

    △박태인(시)= 언어 말고 여백을 읽을 수 있는 작가가 되고 싶습니다. 써진 글자만 읽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여백을 받아들여서 읽을 수 있고 쓸 수 있는 작가가 되고 싶습니다. 꾸준히 노력하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현경미(수필)= 어떤 글을 써야 할지, 당분간 저의 과제가 되지 않을까 여겨봅니다. 어떤 글이 되었든 그것이 누군가에게 따뜻함으로 다가가면 좋겠어요. 얼었던 마음을 녹이고 힘든 마음을 다독일 수 있다면 더없이 기쁠 거 같아요. 작가의 길을 열어주시고 응원해주신 경남신문과 심사위원 선생님께 다시 한 번 더 고마운 마음을 전하고 싶네요.

    △장경미(시조)= 누군가의 글을 읽으면서 쉼을 찾기도 하고, 때로는 제가 글을 쓰면서 숨을 쉬기도 해요. 쉼이 되고 숨이 될 수 있는 글을 쓰고 싶어요. 서두르지 않고 한 걸음씩 배우며 성장하는 작가가 되고 싶습니다.

    △곽민주(소설)= 나아가고, 성장하고, 방랑하는 글을 쓰겠습니다. 그리하여 사랑스러운 작가가 되겠습니다.

    △이명숙(동화)= 아동문학은 ‘성장’이라는 카테고리 안에서 다양한 색깔로 변주되며 환골탈태의 신화를 보여준다고 생각합니다. 다양한 장르와 주제로 시공의 맥락 속에서 현실을 반영하되, 성장 모티브를 염두에 두고 창작하는 작가가 되겠습니다.

    김현미 기자 hmm@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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