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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포럼] 고교학점제 특강을 다녀와서- 김경모(경상국립대학교 사범대학 학장)

  • 기사입력 : 2023-12-25 21: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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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달에 제자가 근무하는 고등학교에 다녀왔다. 필자가 재직하는 대학의 입학처가 주관하는 고교학점제 지원 프로그램에 참여하기 위해서다. 이번에 방문한 고등학교는 경남교육청의 핵심 사업인 ‘학교공간혁신사업’의 대표적인 사례로 2023년 교육부가 대한민국 우수 교육시설로 선정한 6개의 시설 중에서 대상을 수상한 바 있다. 학교를 소개하는 영상에 등장한 바 있는 제자의 소개로 학교 이곳저곳을 둘러보았다. 중앙 홀에 있는 계단식 공간에서는 학생들의 주도로 회의가 진행되었고, 안이 훤히 들여다보여 진행 중인 수업을 볼 수 있게 한 교실에서는 교과에 따라 다양한 방법의 수업이 진행되고 있었다.

    학생은 한 교실에 있고, 교과별로 선생님들이 이동하는 전통적인 교실과 함께 학생들이 이동하여 하는 수업도 많아 보였다. 학생들의 이동과 장애 학생을 배려한 4층짜리 교사(校舍)에 설치된 엘리베이터도 인상적이었다. 선생님들의 공간인 교무실과 학생들의 공간인 교실은 서로 엄격하게 분리되기보다는 자연스럽게 어울려져 있는 느낌이었다. 그래서 개방된 수업과 그 속에서 이루어지는 교사 간, 학생 간 그리고 교사와 학생 간의 소통의 질도 높아질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생겼다. 나아가 이 같은 구조의 학교 공간에서라면 구성원들 간의 소통 방식은 물론 이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활동의 핵심인 수업의 내용과 방식도 많이 바뀔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특강 시간이 되어 교실로 이동했다. 주제는 ‘시장경제원리와 가치문제’였는데 총 3차시 수업으로 계획된 것이다. 이 중에서 필자가 맡은 부분은 시장경제원리의 핵심적인 내용을 정리해 주는 것이었는데, 이 특강에 이어 그룹 토론 수업이 예정되어 있었다. 이 특강을 기획한 선생님들과 학생들이 진행하는 그룹 토론 수업에서는 〈정의란 무엇인가?〉의 저자인 마이클 샌델 교수의 또 다른 책인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이란 책에서 소개된 여러 사례를 중심으로 금전 만능주의와 시장주의가 지닌 문제점과 이에 대해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에 대해 학생들끼리 논의해 보는 것이었다.

    처음에 이 같은 주제의 특강을 의뢰받고 내심 많이 놀랐다. 대학의 교양 과정에서 다루어도 쉽지 않은 수준의 토론 수업 주제였기 때문이다. 국가수준 교육과정을 중심으로 다소 경직적으로 수업의 내용이 결정될 수밖에 없는, 이에 더해 입시 지도의 압력을 피해갈 수 없는 인문계 고등학교에서 외부 전문가와 국어과와 사회과 선생님들과의 협업을 요구하는 팀티칭을 계획한 것, 논쟁적인 주제를 중심으로 토의 토론 수업을 계획했다는 자체가 결코 쉽지 않았을 것으로 생각되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수업 시도는 교육부가 2025년에 전국의 고등학교에서 시행하려는 고교학점제의 전형적인 모습은 아니다. 그럼에도 진로에 따라 학생들의 수업 내용에 대한 선택 수요를 반영하고, 학교마다의 유연하며 특색있는 교육과정을 시도해 볼 수 있는 주요한 계기가 될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과정에서 수업 따로 진로지도 따로 생각하는 것에서 벗어나 ‘수업을 통한 진로 지도’의 계기를 확대할 수 있다는 점에서 고교학점제의 기본적인 취지를 살리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고교학점제를 제대로 현장에 정착시키는 데는 공간의 재구조화 문제와 더불어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다. 교사의 수업 부담과 평가의 문제, 학생들의 과목 선택과정에서 적절한 정보와 상담의 제공 등의 문제도 있다. 그러나 가장 큰 문제는 강사 인력의 공급 문제이다. 해당 학교와 경남 교육청의 노력에 더해 이 문제는 지역 사회 전체가 나서야 한다. 경남의 청년을 위한 교육과 교사 양성, 취업과 정주의 문제는 학교와 교육청, 기업, 지자체는 물론 경남 전체가 해결 방안을 고민하고 이 과정에서 생긴 문제의 해결에 적극적으로 동참해야 한다.

    김경모(경상국립대학교 사범대학 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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