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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02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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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포럼] ‘간헐적 유배’로 생활엔 활력을, 섬에는 희망을- 이장원(영남지역문화전문가협회 회장)

  • 기사입력 : 2023-12-18 19:2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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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년의 달력도 이제 마지막 한 장만을 남겨두고 있다. 언제나 이 시기가 되면 한 해를 보내는 아쉬움과 새해에 대한 기대감이 교차한다. 요즘 필자는 사량도로 출근한다. 몇 달 전부터 ‘사량 대항항 어촌신활력센터’의 앵커조직에 소속되어 통영의 ‘사량도’라고 하는 멋진 섬에서 활동을 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육지와 섬을 자주 오가다 보니 새로운 것들을 많이 느낀다. 우선 섬에는 오염원이 별로 없기 때문에 공기가 좋고, 자연을 있는 그대로 만끽할 수 있다. 알다시피 섬은 멋진 여행지이면서 동시에 현실과는 조금은 거리가 있는 미지의 영역이기도 하다. 사람들은 섬을 그저 아름다운 관광지라고 생각하겠지만 가끔 기상이 안 좋으면 외부와 단절되어 버리는 정말 묘한(?) 매력을 가진 공간인 것만은 확실하다. 필자도 얼마 전 실제로 풍랑으로 인해 결항되어서 오가지도 못하는 상황을 직접 격어보고 나니, 섬의 특수성에 대해 조금 더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섬에 관심을 두면서 자연스럽게 ‘섬의 지속가능성’에 대해서도 많이 고민하게 되었다. 필자가 2015년 처음 통영에 왔을 때 570개의 섬들 중에서 44개가 유인도였는데 어느새 41개로 줄어버렸다고 하니 왠지 슬프다. 이미 그렇게 ‘인구소멸, 지역소멸, 마을소멸’의 흐름에 발맞춰 ‘섬-소멸’도 함께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얼마 전 사량도에서 풍경을 바라보다가 문득 저 멀리 남해가 눈에 들어왔고, 자연스럽게 ‘유배’라는 단어가 날아와 필자의 머릿속에 콱 박혔다. 그것은 도시에서 살던 사람이 섬에 와서 생활하는 모습이 꼭 ‘옛 유배객’과 비슷하다는 단순한 생각에서 비롯되었다. 게다가 종종 섬과 육지를 오가는 것이 마치 ‘섬을 가끔씩 탈출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더해지면서 ‘간헐적 유배’라는 재미난 단어가 만들어졌다.

    그와 동시에 일상에 지친 현대인들이 도시를 벗어나 섬으로 와서 이 ‘간헐적 유배’를 한 번이라도 경험을 해봤으면 참 좋겠다는 생각도 했다. 가끔은 외부와 단절될 수도 있는 특수성 때문에 섬에 들어오기 전에 일상적인 일들은 마음에서 살짝 내려놔야 한다. 그래도 ‘섬’은 ‘섬’의 그런 특수한 이유 덕분에 어쩌면 우리가 오롯이 ‘쉼’을 누릴 수 있는 멋진 자유를 주는 새로운 ‘삶의 충전소’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일상에 지친 이들에게 ‘섬으로 와서 쉬어 봄’을 한번 제안을 해보고 싶다. ‘간헐적 유배’는 ‘오롯이 쉼’으로 이어졌고, 신기하게도 그것은 ‘섬·쉼·숨’이라는 자연스러운 생각의 흐름으로 형성되었다. 우리가 일상을 잠시 멈추고 벗어나서 ‘섬’에 가면, 그 여유로움 속에서 ‘쉼’을 가지게 되고, 그 안에서 느끼는 자유를 통해 한 ‘숨’을 돌릴 수 있는 여유가 생기게 된다’라고 해석을 해봐도 좋지 않을까?

    그렇다고 ‘쉼’이라는 것이 섬에 와서 아무것도 하지 말라는 것은 아니라서, 간단하게 ‘섬으로 와서 OO해봄’이라는 한 문장으로 설명하는 것이 더 나을 것 같다. 섬에 와서 멍때리기, 낚시, 파티, 등산, 산책 등 무엇을 하든 간에 우리가 오롯이 일상을 벗어나 섬에서 ‘자신만의 판타지’를 실행할 수 있는 기회를 가져보는 것이다. 필자는 앞으로 그렇게 잠시라도 섬 안에 머물면서 섬주민들에게 피해주지 않는 범위 내에서, 건전하게 즐길 수 있는 판타지들을 실행해 볼 수 있는 기회들이 많이 생길 것이라고 확신한다. 그래서 ‘섬으로 향하는 도시인들의 삶에는 활력을 주고, 고령화로 활력이 많이 떨어진 섬에는 새로운 희망들을 줄 수 있지는 않을까?’ 하는 기대감도 생긴다.

    이 세상에는 정말 수많은 섬이 있기에 그중에서 누구나 ‘나만의 충전소를’ 하나라도 찾을 수 있으면 정말 좋겠다. 더불어 ‘이쁘고 사랑으로 가득한 사량섬’에도 많이 오셔서 삶의 활력을 많이 찾아가시면 좋겠다는 바람도 살짝 더해보면서 독자들이 맞이하는 2024년을 열렬히 응원할까 한다.

    이장원(영남지역문화전문가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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