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   유튜브  |   facebook  |   newsstand  |   지면보기   |  
2024년 05월 02일 (목)
전체메뉴

[열린포럼] 지역 여성청년의 이주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장민지(경남대학교 미디어영상학과 교수)

  • 기사입력 : 2023-12-04 19:37:39
  •   

  • 한국 사회가 구조적으로 변화하면서 여성청년에 대한 인식이 달라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반적으로 사회에서 여성청년은 결혼 전의 ‘젊은 여성’으로 표현된다. 여성청년은 성인이 되기 전까지 ‘아버지’ 아래에서 독립하지 못하는 주체로 존재하고, 독립하기 위해서는 결혼을 통해 또 다른 가족제도 안으로 예속되어야 하는 ‘가족 공간 내’의 여성으로 설명되는 경우가 잦다.

    역사적으로 이동의 주체는 남성 편향적이었다. 이는 남성 주체가 공적 공간을 이동하면서 생계를 유지하고 여성은 정착과 거주가 이루어지는 곳에 예속되는, 다시 말해 여성은 주체적 이주라는 행위에 있어 배제되어 있는 대상이었다는 것을 뜻한다. 그러나 이처럼 이동의 주체로 가시화되지 못했던 20·30대 젊은 여성들은 꾸준히 수도권으로의 이주를 지속하고 있다. ‘시사IN’에서 지난 11월 15일자 기획 기사로 게재되었던 ‘청년인구 집중의 핵심 키워드, 20대 여성의 상경’을 살펴보면 인구이동 데이터에서 20~24세 여성의 서울 이주가 꾸준히 증가하는 모습을 보인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무엇보다 놀라운 점은 20대 전체를 분석대상으로 봤을 때 2010년 이후 여성의 서울 이주는 남성을 넘어서고 있다는 것이다. 수도권 내의 20·30대 1인 가구의 급격한 증가는 청년 이주의 개인화를 의미한다. 개인 단위의 이주는 성인의 경우 더 나은 경제적 기회를 찾아가는 행위로 이해된다. 특히 이러한 이주에 있어서 젠더 차가 급속히 줄어들고, 동시에 여성의 인구이동이 남성을 넘어서기 시작했다는 것은 여성의 학력 신장과 대학 진학률, 그리고 취업과 관련하여 변화가 있었다는 것을 뜻한다.

    여성의 대학 진학률은 남성과 비교했을 때 지속적으로 상승해왔다. 그러나 2000년대 초반, 내가 대학에 진학할 때만 해도 지역 여성청년들은 교대나 사범대 진학을 선호했고, 이 때문에 서울로 이주하기보다는 지역에 남는 경우도 다수를 차지했다. 그러나 현재 20대 지역 여성청년들의 급속한 수도권 이주 증가 현상은 남성보다 여성청년들이 더 많이 교육이나 취업을 목적으로 서울에 개별적으로 진입하게 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무엇보다 20대 여성들이 원하는 일자리는 4차 산업에 집중되어 있다. 4차 산업 중에서도 콘텐츠 산업과 미디어, 디자인, IT 관련 직종이 수도권에 몰려 있고, 이 일자리는 특히 지역에서 찾기 힘들다. 이 때문에 지역 여성청년들은 자신이 원하는 직업을 구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수도권으로 진입을 해야만 하는 상황에 놓인다. 이들은 디지털 네이티브라 불리는 세대로, 소셜 미디어를 통해 다양한 콘텐츠들을 직접 소비하고 이용하며 자라온 세대이기도 하다. 이들은 손쉽게 수도권의 이미지들을 접하고, 일상적으로 이주의 가능성을 고민할 수 있다. 수도권, 특히 서울이라는 장소성은 이미 그들에게 미디어적으로는 친숙하다. 다시 말해 이주에 대한 두려움이 더 이상 장벽이 되지 않는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렇게 이주한 여성청년들이 수도권에서 가장 많은 비용을 지불한다. 여기에는 이주에 드는 비용뿐만 아니라 그들이 종사하는 다수의 콘텐츠 산업이 20·30대 여성들을 노동자이자 동시에 소비자로 호명하고 있기 때문에 발생하는 비용까지 포함된다. 그야말로 지역 여성청년들은 이주를 통해 일자리를 구하고, 수도권에서 가장 많은 돈을 쓰게 된다는 것이다.

    지역은 이러한 여성청년 이주에 대한 고민을 이제부터라도 시작해야 한다. 그들이 왜 지역을 빠져나가는지, 그리고 다시 지역으로 회귀하지 않는지, 과연 지역은 그들을 노동하는 주체로 상정하고 있는지도 고민할 수 있어야 한다. 그들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이주의 직접적인 원인, 그리고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질문할 수 있어야 결과적으로 지역 소멸의 답을 찾을 수 있다.

    장민지(경남대학교 미디어영상학과 교수)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