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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02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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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여도공’ 백파선의 궤적] ⑧-1 백파선의 후예들 아리타 이민경 도예가

400년 도예사 아리타에서 ‘나만의 색’ 더해 만드는 예술

  • 기사입력 : 2023-10-24 21:2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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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선여도공’ 백파선의 궤적을 살피는 과정 속에서 부록으로 김해(백파선 고향 추정지)와 아리타의 한국 여성 도예가를 만나 이들의 작품세계를 알아본다. 이들은 터전을 옮긴 여성 도예가로서 백파선과 맞닿아 있다. 이번 편에서는 이틀간 아리타 도예가들을 다룬다.


    대학원 석사과정 마친 후 일본서 유학생활
    장인에게 청화·상회기법 등 전통기술 배워
    현대의 색 가미해 새로운 영감 이끌어 내


    이민경(32) 도예가는 일본 아리타에 있는 코우라쿠 가마에서 도예 활동을 하고 있다. 그는 국민대 디자인대학원 세라믹 디자인전공 출신으로 석사 과정을 마치고 2019년 일본 사가현 사가시에서 유학 생활을 시작했다.

    이민경 도예가가 일본 아리타에 있는 코우라쿠 가마 전시장 안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민경 도예가가 일본 아리타에 있는 코우라쿠 가마 전시장 안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아리타와의 첫 만남은 2019년 가을 아리타도자기축제 때였다. 도자거리 초입에 있는 백파선갤러리도 그때 처음 인연을 맺게 됐다. 다음 해에 사가현 요업 기술센터에서 에츠케 코스(전통 그림을 주로 한 장식기법) 과정을 연수하면서 본격적으로 아리타에서 활동을 시작했다.

    “한국에서도 전통을 현대화하는 것에 대한 관심이 많았어요. 석고 기법을 이용한 백자 기물 위에 추가로 장식 기법을 접목하면 더 재밌을 것 같다고 생각했어요. 마침 아리타에서 전통 공예사에게 이 지역의 전통 기법인 청화, 상회기법, 물레 성형을 배울 수 있는 후계자 육성 사업을 실시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그러나 이 도예가는 일본에서 첫 도자 작업을 시작했을 때 어려움을 겪었다고 했다. 한국 흙의 물성에 익숙해져 있는데 일본 흙의 성질이 다르다 보니 작품 제작에 실패율이 다소 높았던 것이다. 400년 전 백파선 일가도 그런 어려움을 겪진 않았을까. “가소성의 차이로 한국의 흙은 점토가 많고, 일본은 규석이 더 많이 들어 있어 점성이 약해 좀 더 딱딱한 편이에요. 재료학 수업으로 전반적인 이론을 배웠지만, 막상 실기에 들어가니 수축률, 소성 온도 등 오차 범위를 줄이는 것이 쉽지 않았어요.”

    현재 근무하고 있는 코우라쿠 가마는 2021년부터 다니기 시작했다. 이곳에서 이 도예가는 가마 업무를 하면서도 전통공예에 대한 교육을 받으면서 개인작업도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 일본에서 처음 배웠던 기하학적인 전통문양을 패턴화한 초기 작품은 그의 작품세계의 뼈대와도 같다. 한 치 오차도 없이 완벽하게 배열된 문양의 패턴화는 한국에서부터 추구해 왔던 것인데, 아리타에서 배운 다양한 기법을 통해 자신의 패턴 작업을 확장시켜 가고 있다.

    도자기 명장에게 사사받은 기술로 만든 ‘청자 이로나베시마 청해파도 보배문’.
    도자기 명장에게 사사받은 기술로 만든 ‘청자 이로나베시마 청해파도 보배문’.

    이 도예가는 그가 만든 작품 중 ‘청자 이로나베시마 청해파도 보배문’에 가장 큰 애착을 느낀다고 했다. 이마리·아리타야키 전통산업회관에서 도자기 명장 이치카와 코지에게 기술을 사사받아 만든 작품이다. 청화 안료를 이용해 도안을 그리는 것부터 시작해 발색, 선 작업 등 섬세한 작업에 이어 8차례 소성하는 절차도 까다롭지만, 일본 도자기 역사의 산실인 이곳에서 배운 상·하회 기법 등을 모두 응용했기 때문이다. 그 옆에 진열된 붉은 ‘수국’이 그려진 작품은 백색, 청색, 황색, 적색, 녹색만을 사용하는 아카에 기법에서 현대의 색을 가미해 다채로운 느낌을 주고자 했다.

    백색, 청색, 황색, 적색, 녹색만을 사용하는 아카에 기법에 현대의 색을 가미해 다채로운 느낌을 주고자 한 ‘수국’ 작품.
    백색, 청색, 황색, 적색, 녹색만을 사용하는 아카에 기법에 현대의 색을 가미해 다채로운 느낌을 주고자 한 ‘수국’ 작품.
    기하학적인 전통문양을 패턴화한 초기 작품들.
    기하학적인 전통문양을 패턴화한 초기 작품들.

    이 도예가는 10년 넘게 도예를 해오고 있지만, 배움은 끝이 없다고 말한다. 배움은 더 넓은 영감을 이끌어 내고, 전통 기술을 통해 자신의 작업을 확장시킨다. 시대에 맞는 상품 개발까지 점점 더 활동 영역을 넓히며 영감을 끌어 낼 수 있는 400년 도예 역사를 가진 아리타는 그가 발전하기에 최적의 장소다.

    글·사진= 김용락 기자

    ※ 이 기사는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 보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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