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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02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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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여도공’ 백파선의 궤적] ⑦ 아리타에서 만난 백파선의 후손들

“조상 대대로 내려온 도자기는 숙명… 뿌리 찾아나갈 것”

  • 기사입력 : 2023-10-23 21: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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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파선 고향 뜻하는 후카우미 성 따른 후손들
    상호명에 심해 넣어 도자기·안료 판매점 운영
    16대손 야스시씨 “백파선 후손으로서 자긍심
    관련 자료 연구 통해 정확한 역사 드러나길”
    13대손 소스케씨 “법탑 관리하며 의미 되새겨
    고향 김해에서 어떤 삶을 살았는지 알고싶어”


    백파선의 후손들 중 일부는 여전히 아리타에서 도자기와 함께 살아가고 있다. 그들의 성(姓)은 백파선의 고향인 ‘후카우미(심해, 深海)’. 백파선의 궤적을 쫓던 중 아리타에서 2명의 후손을 만날 수 있었다. 이들은 자신의 성 ‘深海’를 상호명에 넣은 도자기 판매점과 안료 판매점을 각각 운영 중이다.

    백파선의 16대 자손인 후카우미 야스시(46)씨가 자신이 운영하는 도자기 상점의 도자기를 살펴보고 있다.
    백파선의 16대 자손인 후카우미 야스시(46)씨가 자신이 운영하는 도자기 상점의 도자기를 살펴보고 있다.

    ◇‘후카우미산류도(深海三龍堂)’의 야스시 씨= 후카우미 야스시(46) 씨는 백파선의 16대손이다. 그는 아리타에서 1906년 13대손 때부터 이어온 도자기 가게 ‘후카우미산류도’를 운영하고 있다. ‘산류도(三龍堂)’는 13대손 삼형제의 ‘삼(三)’과 첫째의 이름 중 ‘용(龍)’에서 따와 지은 이름이다.

    산류도에서 만난 야스시 씨는 준비해 둔 오래된 신문을 꺼내 보여줬다. 1981년 9월자 신문은 한 부부가 선조들의 고향을 찾기 위해 부산에 방문한 내용이 적혀 있었다. 야스시 씨는 “14대손인 할아버지, 할머니가 선조인 백파선 부부의 고향을 찾기 위해 한국으로 갔던 게 지역신문에 보도됐었다”며 “찾지는 못한 걸로 알지만 혈통의 뿌리를 찾고자 하는 의지는 가문 안에서 계속 이어져 왔다”고 설명했다.

    후카우미 야스시 씨의 할아버지, 할머니가 1981년 9월 백파선의 고향을 찾기 위해 부산에 방문했다는 기사.
    후카우미 야스시 씨의 할아버지, 할머니가 1981년 9월 백파선의 고향을 찾기 위해 부산에 방문했다는 기사.

    야스시 씨는 집안어른들과 달리 본인은 성인이 되고 나서야 백파선에 대해 알게 됐다고 고백했다. 부모님에게 듣게 된 선조의 이야기는 처음엔 큰 감흥을 못 느꼈다. 이곳에서는 도자기 제작 일이 특별하지 않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2005년께 아리타에서 공연한 뮤지컬 ‘백파’를 보게 되면서 생각이 바뀌기 시작했다.

    그는 지금은 백파선의 후손이라는 사실에 자긍심을 느끼고 있다면서 둘째 딸의 일화를 소개했다. “몇년 전 딸이 다니는 초등학교에서 선생님이 백파선에 대해 교육했는데, 선생님이 반 학생들에게 딸이 백파선의 자손이라고 말해줘서 많이 기뻐했던 모습이 기억난다.”

    백파선에 대한 한국의 관심에는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자신은 후손임에도 시대적 거리감으로 백파선과의 친근함이 덜한데, 타국인 한국에서 오히려 일본보다 관심이 많은 점이 대단하고 고맙다는 것이다. 그는 최근 김해도 방문하는 등 백파선을 알리는 일에는 적극 참여하고 있다.

    야스시 씨는 백파선에서부터 도자기와의 인연이 시작됐기에 자신이 도자기 판매업을 하고 있는 것도 숙명이라 느끼고 있다. 그러면서도 그는 앞으로 백파선에 대한 역사적 사실이 확실히 증명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길 바랐다. “백파선과 관련된 자료가 많이 없기에 연구하는 분들의 상상력이 많이 작용하고 있는 상황이다. 후손들의 입장에서는 정확한 사실이 드러났으면 좋겠고 연구가 지속된다면 그렇게 되리라 믿고 있다.”

    백파선의 13대 자손인 후카우미 소스케(31)씨가 자신이 운영하는 상점 내부 공장에서 도자기 제작에 쓰이는 안료를 옮기고 있다.
    백파선의 13대 자손인 후카우미 소스케(31)씨가 자신이 운영하는 상점 내부 공장에서 도자기 제작에 쓰이는 안료를 옮기고 있다.

    ◇‘후카우미쇼텐(深海商店)’의 소스케 씨= 후카우미 소스케(31) 씨는 백파선의 13대손이다. 그는 1961년 창립한 도자기용 안료·유약을 제조 판매하는 ‘후카우미쇼텐’에서 일하고 있다. 쇼텐은 상점이란 뜻이다. 쇼텐은 소스케 씨의 할아버지인 후카우미 다츠지(11대손)가 창립했으며 현재는 소스케 씨의 어머니가 대표를 맡고 있고, 소스케 씨는 안료 제작과 영업 업무를 전담하고 있다.

    소스케 씨는 아리타를 떠났다가 다시 돌아온 청년이다. 그는 일본의 상위권 국립대인 구마모토 대학을 졸업한 후 일본 최대 컨설팅 회사인 후나이 종합 연구소에 입사해 6년간 근무했다. 소스케 씨는 “보수적이었던 아리타에 최근 젊은 세대들이 들어오면서 유연하게 변화하고 있고, 저 또한 스스로에 대한 확신이 있어 2021년 돌아왔다”며 “백파선에서부터 시작된 아리타 도자기를 더욱더 부흥시키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의 가족은 그가 어릴 적부터 백파선의 법탑을 관리해왔다. 소스케는 청소년 때부터 백파선의 의미를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말도 통하지 않은 곳에 와서 활약을 한다는 것 자체가 굉장하다고 생각했다. 또 남성들이 활약하는 보수적인 곳에서 여성으로서 남성과 대등하게 역할을 했다는 것에서 엄청나다고 느낀다.”

    소스케 씨는 백파선에서 시작된 후카우미 가문의 역사를 기록하는 일도 하고 있다. ‘후카우미쇼텐’ 홈페이지에는 백파선의 법탑부터 가마터 등 유적과 함께 관련 콘텐츠와 논문 등이 정리돼 있다. 그는 “백파선이 아리타에 와서 처음 연 가마터인 히에코바에서 1630년대 만들어진 백자 파편도 소유하고 있다”며 “오늘날 우리의 업인 도자기를 오래전부터 만들어 온 선조들의 역사를 기록하는 건 후손의 의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후카우미 소오케 씨가 소장하고 있는 백파선이 아리타에 와서 처음 연 히에코바 가마터에서 1630년대 만들어진 백자 파편들.
    후카우미 소오케 씨가 소장하고 있는 백파선이 아리타에 와서 처음 연 히에코바 가마터에서 1630년대 만들어진 백자 파편들.

    그는 백파선이 조선사람이기 때문에 자신도 한국과 관련이 있다고 밝히면서 백파선의 고향인 김해에 꼭 한번 가보고 싶다고 고백했다.

    그런 그가 가장 바라는 것은 ‘백파선이 조선에서는 어떤 삶을 살았는지’를 알아내는 것이다. “백파선이 일본에 와서의 기록은 대략적으로나마 기록돼 있어 알고 있다. 그러나 고향인 김해에서는 어떻게 생활했는지, 어떤 환경이었는지는 아는 바가 없다. 후손으로서 꼭 알고 싶은 내용이다.”

    글·사진= 김용락 기자

    ※ 이 기사는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 보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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