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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포럼] 로컬 콘텐츠와 로컬 크리에이터, 그리고 경남- 장민지(경남대학교 미디어영상학과 교수)

  • 기사입력 : 2023-10-09 19:2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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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방시대가 열리고 미디어 환경변화가 급격하게 이루어지면서 ‘로컬’이라는 단어가 자주 언급되기 시작했다. 로컬은 단어 그 자체로는 지역을 의미하는데 문맥상 여기에서 지역은 인간의 생활을 지속할 수 있는 장소로서의 사회적 의미를 갖고 있다. 다시 말해 로컬, 즉 지역은 인간이 환경을 통해 삶을 유지하고, 생존할 수 있도록 다양한 활동을 전개할 수 있는 장소를 뜻하는 것이다.

    수도권 집중현상 및 청년 인구 유출, 인구 절벽 등 로컬이 점차 장소로서의 기능을 잃어가기 시작하면서 지역 육성을 위한 방안 중 하나로 로컬 크리에이터에 대한 관심사가 높아지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로컬 크리에이터와 이들이 생산해 내는 로컬 콘텐츠는 지역균형발전 비전의 하나이며, 동시에 인구의 유출을 막기 위한 핵심전략으로 논의되고 있다.

    로컬 크리에이터의 뜻은 중소벤처기업부(2020)에 따르면 ‘지역특성(문화, 관광 등) 및 자원(공간, 생산품)을 기반으로 ICT 또는 혁신적인 비즈니스모델을 접목하여 지역문제를 해결하고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창업가’이다.

    창작자로서의 로컬 크리에이터에 대한 육성 의지는 미디어 환경 변화에 의해 높은 실현 가능성을 담지하게 됐다. 예를 들어 로컬에서 생산해 낼 수 있는 콘텐츠는 지역성에 기반한 장소 마케팅의 일종이라고 볼 수 있는데, 지역성을 생산해 내고 이 지역성과 연계하여 제작된 콘텐츠(푸드, 공간, 굿즈, 공연 등)는 미디어를 통해 가시화될 수 있는 가능성을 갖게 된다.

    예를 들어, 통영에서 생산해 내는 꿀빵, 강원도의 서핑문화와 이에 따른 부가가치 사업, 경주와 전주의 한옥마을 및 게스트 하우스 등 지역이 가지고 있는 특수한 문화나 생산품은 미디어를 통해 국내지역뿐만 아니라 국외까지도 빠르게 소개되거나 확산되며 이는 지역 활성화 가능성을 상대적으로 높일 수 있다.

    이 때문에 지역들은 축제와 공연, 그리고 특산품과 더불어 이를 빠르게 확산시킬 수 있는 콘텐츠를 제작, 생산하는 로컬 크리에이터 유치 전략을 펼치고 있다. 문제는 많은 지역 정책들이 로컬의 브랜드를 어떻게 구체화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 없이 크리에이터 발굴과 지원에만 주력하고 있다는 데 있다.

    앞서 밝힌 것처럼 로컬 크리에이터와 그들이 생산해 내는 콘텐츠는 로컬의 장소성과 깊은 연관 관계가 있다. 로컬은 대도시와 글로벌과는 다른 장소성을 갖고 있으며, 이를 소비하는 이용자, 혹은 로컬 문화를 경험하고 이를 일상으로 포섭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로컬만의 특유의 장소성과 경험을 제공해 줄 수 있어야 한다.

    또한 로컬일지라도 모두 같은 장소성을 갖고 있지 않기에 각 로컬만의 자연환경, 문화, 역사 등을 찾고 이를 구체화할 수 있어야 한다. 만약에 주어진 환경이 충분하지 않다면 인공적으로 기획할 수 있는 다양한 경로를 탐색해야 한다. 결과적으로 이렇게 만들어진 로컬의 브랜드는 그 지역의 경제구조를 계속 순환시킬 수 있는 ‘생태계’로 자리 잡을 수 있어야 하며, 이를 통해 단발적이건 장기간이건, 인구의 이동이 이뤄질 수 있어야 한다.

    로컬 콘텐츠와 크리에이터를 발굴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크리에이터를 육성하고자 하는 전략보다는 우리가 발붙이고 살고 있는 경남을 어떤 방식으로 브랜딩할지를 고민해야 하며, 이 브랜딩이 지역 주체와 지역성을 연계시킬 수 있어야 할 것이다. 단순히 음식을, 공간을, 공연과 축제를 제공한다고 해서 사람들이 실질적인 ‘이동’을 감행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주지한다면, 경남이 줄 수 있는 단 하나의 경험, 특수한 콘텐츠가 무엇일지에 대한 고민이 우선되어야 할 것임에는 틀림없다.

    과연 지역민에게 경남은 어떤 의미인가. 우리가 당면한 인구유출 문제와 사회적 경제 해결을 위하여 나아가야 할 점은 우리가 스스로 로컬의 의미가 무엇인지 탐색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장민지(경남대학교 미디어영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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