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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02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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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나눔 프로젝트] (92) 10년 만에 엄마랑 살게 된 은수네

10년 만에 다시 품에 안은 딸, 그동안 못해준 것 다 해주고 싶지만…

  • 기사입력 : 2023-09-11 20:5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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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양육시설에 맡긴 딸 데려왔지만 ‘마음의 벽’
    ADHD 진단 받아 약물 복용·상담 치료도

    엄마, 자활근로 중 퇴사… 수당 등으로 생계
    한식 배우고 취업성공패키지로 미래 설계



    은수(11·가명)는 친구들과 노는 게 제일 좋다. 학교를 마치고 곧장 친구들과 놀이터에서 놀거나 친구 집으로 향한다. 여느 여학생처럼 밝고 명랑해 보이는 은수지만 친구에게 더 마음을 붙일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 엄마와 10년 남짓 떨어져 지낸 탓에 아직 마음의 벽을 다 허물지 못해서다.

    은수는 엄마 성주(42·가명)씨와 동생 은우(6·가명)와 함께 살고 있다. 성주씨가 이혼하면서 아이들을 홀로 키우는 한부모가정이다. 은수와 은우는 아빠에 대한 기억이 전혀 없다. 은수는 태어난 후 먼 지역에 있는 아동양육시설에서 지내다 지난해 3월 엄마의 품으로 돌아왔다.

    성주씨는 사정상 시설에 맡겼지만 금방 은수를 데려올 거라 생각했는데 예상치 못한 일들이 계속 생겼다. 선천적으로 약하게 태어난 은우가 병원 신생아 집중치료실에서 치료를 받는 동안 엄마가 경제적, 육체적으로 힘들어 은수가 시설에 있는 시간이 더 길어졌다.

    엄마와 은우의 건강이 회복되자 엄마는 지난해 은수를 집으로 데려왔다. 행복만 가득할 줄 알았는데 온전한 가족이 되는 일은 쉽지 않았다.

    은수는 친구에게 돈을 빌리고 갚지 않거나 수업 중 화장실에 숨는 등 돌발행동을 계속 했다. 성주씨는 “학교, 태권도장을 다니는데 인간관계에 문제가 발생하더라고요. 수업 시간에 제자리에 있지 못하고 돌아다니거나 선생님께 위험한 행동을 해 전화가 자주 왔어요. 휴대전화에 선생님들 번호가 뜨면 그 자리에 주저앉을 정도였어요”라고 말했다.

    엄마가 타일러도 제대로 대답하지 않거나 기억하지 못할 때가 많았다. 이상함을 느낀 성주씨는 은수를 병원에 데려갔다. 병원에서는 은수가 주의력결핍 과다행동장애(ADHD)라고 진단했다. 현재 약물을 복용하며 상담 치료를 하면서 호전되는 추이를 살펴보고 있다.

    엄마는 지난해 자활근로를 하던 중 직장 상사의 불공평한 업무처리에 대해 부당함을 알리다 퇴사했다. 수당 등으로 생활을 이어가고 있지만 여의치 않다. 그러나 성주씨는 좌절하지 않고 미래를 위해 취업성공패키지를 진행하고 있으며, 한식 요리 자격 과정을 배우고 있다.

    성주씨는 “그동안 못했던 일들을 다 해주고 싶은데 제 마음 같지 않네요. 시간이 오래 걸리겠지만 천천히 은수와 마음을 열고 진짜 엄마와 딸이 되고 싶어요”라고 말했다. 은수도 “보육원에 안 있고 엄마가 데려와서 키워주는 것, 그게 제일 고마워요. 앞으로는 엄마 말을 잘 들을게요”라고 웃으며 답했다.

    은수네는 LH 주거지원을 신청해 이사를 기다리고 있다. 은수는 “지금 집은 방이 하나뿐이라 친구를 초대할 수 없거든요. 친구들이 놀러 올 수 있는 집으로 이사를 갔으면 좋겠어요”라며 이사갈 날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해당 가정의 아동보호전담요원은 “아동양육시설 생활 후 원가정 복귀됐는데, 원만한 가족관계를 형성하지 못하고 있다. 정확한 진단을 통해 아동의 치료를 돕고, 취업성공패키지를 통해 요리를 배우고 있는 엄마의 경제적 지원을 통해 가정기능이 회복될 수 있도록 지역사회 내 보호와 경제적 지원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도움 주실 분 계좌= 경남은행 207-0099-5182-02(사회복지공동모금회 경남지회)

    △8월 8일 16면 (91) 급성백혈병 앓는 여중생 지수 경남은행 후원액 300만원 일반 모금액 259만7000원

    정민주 기자 joo@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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