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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21일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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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자녀 살해 후 세상 등지는 ‘못된 부모’ 되지 않아야

  • 기사입력 : 2023-08-29 20:0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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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생활고 등 신변을 비관한 부모가 자녀를 살해한 뒤 목숨을 끊거나 시도한 사건이 잇따르고 있다. 그제 김해지역 트럭에서 잠이 든 고등학생 딸과 중학생 아들을 살해한 혐의로 아버지가 긴급체포됐다. 정확한 살해 원인은 수사중에 있지만 잠든 자녀의 목숨을 빼앗았다는 점에서 가히 충격적이다. 2년 전에는 김해에서 4세 아들을 살해한 혐의로 40대 엄마가, 3년 전에는 아파트에서 자고 있던 8세 딸을 살해한 혐의로 40대 엄마가 중형을 선고받은 적이 있다. 이는 스스로 극단적 선택을 하려 했지만 미수에 그친 사례이고, 자녀 살해 후 목숨을 끊은 사례도 많았다. 모두 아이의 입장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부모의 일방적 살해라는 점에서 사회적 문제로 부각되고 있다.

    자녀 살해 후 극단적 선택한 추세는 매년 늘고 있다. 보건복지부 아동권리보장원이 밝힌 자료에는 2018년 7명, 2019년 9명, 2020년 12명, 2021년 14명의 아이가 부모로부터 살해당했다. 지난 20년간 알려진 것만 175명이라고 한다. 예전 통계에 잡히지 않았거나 정확히 알려지지 않은 것을 합한다면 더 많은 숫자가 우리 주위에서 일어났음을 추정할 수 있다. 자녀 살해는 자녀를 자신의 소유물로 여기는 그릇된 인식에서 비롯됐다. 경제난의 생활고 등을 겪으면서 극단적 선택 전에 홀로 남겨질 자녀들이 비정한 사회를 살아가기 힘들 것으로 추정하면서, 아이의 의견과는 상관없이 생명권을 빼앗아 가는 것이다. 자녀의 생명을 ‘나의 소유’가 아니라 독립된 인격체로 봐야 할 인식의 변화가 절실한 대목이다.

    얼마 전까지 사용한 ‘가족동반 자살’이란 용어는 잘못된 것이다. 죽임을 당하는 아이의 입장이 전혀 고려되지 않은 부모의 일방적 살해라는 점에서 ‘자녀 살해 후 자살’이 옳다. 엄연한 범죄이다. 우리나라의 자살률은 2003년 이후 OECD 국가 중 한 해 빼고는 매년 1위를 차지해 더욱 걱정스럽다. 자녀가 홀로 살아가도 걱정 없는 사회안전망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매년 이와 유사한 사례가 벌어지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 앞으로 이 같은 중대범죄에 대해 사회적 경각심을 더 높여야 하고, 법원도 ‘못된 부모’를 엄벌에 처해 이 같은 불행을 막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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