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   유튜브  |   facebook  |   newsstand  |   지면보기   |  
2024년 05월 02일 (목)
전체메뉴

[만병의 원인 ‘비만’] 내 살과 ‘새드 END’… 내 삶은 ‘해피 AND’

비만은 질병… 단계 늘어날수록 건강수명 줄어
국내 비만 유병률 남성46.2%·여성27.3% 증가세
비정상적인 지방 과다 축적은 건강에 치명적

  • 기사입력 : 2023-08-21 08:05:37
  •   
  • 우리나라는 경제·위생학적 여건의 개선, 의학적 접근성의 향상으로 OECD국가 중 국민의 평균 기대수명이 급격히 증가한 나라 중 하나로 이미 초고령화 사회로 접어들었으며, 이 시점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단순히 오래 사는 것이 아닌 ‘건강하게 오래 사는 것’이다. 즉 ‘건강수명’에 대한 중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의학적·사회적 관점에서 이를 가로막는 요인 중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바로 ‘비만’이다. 건강수명은 비만 단계가 증가할수록 지속적으로 줄어들며, 젊은 비만환자일수록 정도는 심해진다. 그러나 급변하는 세상 속 분주히 살아가는 현대인들이 자신만의 균형 잡힌 건강 패턴을 유지하기란 쉽지 않다. 특히 불규칙한 식사와 운동 부족 외에도 고칼로리, (포화성)고지방, 저식이섬유 식품의 달콤한 유혹은 건강한 라이프의 큰 걸림돌이다.

    ◇비만, 질병으로 인식해야

    비만은 정식 질병코드가 부여된 말 그대로 ‘질병’이다. 전 세계적으로 지속적인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으며, 많은 국가의 보건 당국과 관련 전문가들이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해 비만의 치료 및 예방을 위한 연구를 비롯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다국적 제약회사에서도 앞다퉈 항비만약제를 출시했으며, 현재도 임상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국내 비만 유병률의 심각성

    2019년 기준 국내 비만 유병률은 남성46.2%, 여성27.3%로 남성이 더 높다. 대사증후군 관련 인자인 복부비만 역시 남성(29.3%)이 여성(19.0%)보다 더 높다. 그 중에서도 30세 미만의 젊은 연령층과 80세 이상의 고령층 남성의 비만 및 복부비만 유병률 상승폭은 매우 크다.특히 문제가 되는 점은 3단계 이상 고도비만의 유병률이 급격히 상승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전체적으로 2009년 대비 2019년의 3단계 이상 고도비만 유병률은 3배 가까이 증가했다. 더욱이 COVID-19 팬데믹의 영향으로 인한 신체적 활동의 제약은 전 세계뿐만이 아닌 국내 비만환자 유병률을 더욱 증가시켰을 것으로 예상된다.


    ◇악순환의 고리 만드는 비만의 위험성

    비만은 1차성과 2차성으로 구분한다. 1차성의 경우 에너지의 섭취 및 소비 불균형으로 인한 체중, 특히 신체 지방이 증가한 상태를 말한다. 2차성 비만은 유전질환, 선천대사질환, 내분비계질환, 정신질환, 약물 등으로 유발된 비만을 의미한다.

    비만의 평가는 체질량지수(BMI)를 기반으로 이루어지지만, 단순 BMI 수치의 증가만이 아닌 ‘비정상적인 지방의 과다 축적’을 의미한다. 근육양이 많은 우람한 체구의 운동선수가 단순히BMI 수치가 높다고 비만환자라 말하지는 않는다. 비정상적인 지방의 과다 축적으로 인한 비만은 건강에 여러 치명적인 문제를 야기한다.

    비만 상태의 과다 지방세포는 전신적 염증 상태를 촉진하는 사이토카인Cytokine을 과다 분비하는 동시에 아디포넥틴Adiponectin과 같은 건강에 이로운 물질의 분비와 활성을 감소시켜 인슐린저항성 및 제2형 당뇨병, 이상지질혈증 그리고 동맥의 죽상경화증 등 심혈관질환의 위험도를 높인다. 뿐만 아니라 비만은 비알콜성 지방간, 심부전, 수면무호흡증, 고혈압, 뇌졸중 등 다양한 대사 및 심혈관질환의 발생 가능성을 높인다.

    비만 환자에서 유방암, 자궁내막암, 자궁경부암, 대장암, 전립샘암 등 각종 악성 종양의 상대적 위험도가 더 높다는 보고가 많으며, 불임률 역시 상대적으로 더 높고, 역류성식도염 같은 소화기계질환의 동반 가능성도 건강한 사람에 비해 더 높다. 또한 비만으로 인한 관절의 과다한 하중 부담은 골관절염을 유발 및 악화시키고, 이는 운동 제한을 유도해 결과적으로 비만을 더욱 악화시키는 악순환의 고리를 이룬다.

    ◇전문가 통한 체계적 비만치료

    비만을 체중증가 정도의 가벼운 신체상태로 생각할 것이 아니라 전문가의 진료를 통해 원인을 찾고, 동반질환은 없는지 체계적인 평가 과정을 거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에 따른 개별화된 의료적 중재 및 관리가 이뤄져야 하며, 비만치료는 순차적이고 장기 지속적으로 진행돼야 한다. 또한 환자와 의료진 간 충분한 상담을 통해 명확한 목표를 설정하고, 건강한 신체와 정신상태를 유지하는 가운데 진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일반적으로 권고하는 비만치료의 1차 목표는 치료 전 체중의 5~10%를 6개월 내 점진적으로 감량하는 것이다. 치료 전 체중의 3~5%만 감량해도 심혈관질환의 위험인자 개선을 유도할 수 있다.

    비만에 대한 의학적 중재의 핵심은 환자가 건강한 신체·정신적 상태를 유지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반드시 식사관리, 운동치료, 행동치료를 모두 포함해야 하며, 특히 식사관리에서 어느 한쪽으로 치우친 극단적인 선택은 권고되지 않는다. 식사관리와 동시에 주당 최소 150~180분 이상 중강도 이상의 운동(빠르게 걷기 등)을 유지하며, 매일 섭취하는 음식(칼로리), 신체활동을 적는 ‘식사일기’를 기록하는 습관을 유지하는 것이 적극 권고된다. 의료진과의 면담, 평가는 목표 체중에 도달하기 전까지 초기에는 가능한 매주 시행하는 것이 치료 효과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

    ◇비만의 약물치료와 비만대사수술

    약물치료는 앞서 언급한 포괄적 생활습관 중재로 목표 체중 도달에 실패한 경우 시도할 수 있다. 반드시 대규모 임상 연구결과를 통해 공식적 사용 승인을 받은 약제를 사용하며, 약물요법 이후 3개월 이내 5% 이상 추가적인 체중 감량이 없다면 다른 약제로 변경하거나 중단한다. 무엇보다 환자의 동반질환이나 기저질환에 따른 사용 금기 여부를 반드시 확인해야 하며, 치료과정 중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에 대해 면밀한 관찰이 이뤄져야 한다.

    다양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체질량지수 35kg/m2 이상이거나 30kg/m2 이상이면서 비만 동반질환을 가지고 있는 환자에서는 비만대사수술을 고려할 수 있다. 조절되지 않는 제2형 당뇨병을 동반한 비만환자의 경우 체질량지수 27kg/m2 이상이면 비만대사수술을 고려할 수 있다.

    기대 여명 100세를 바라보는 초고령화 시대에 우리는 건강하게 오래 살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하지만 현실이 그리 만만치 않은 것도 사실이다. 그렇다고 사회적 여건과 현실을 탓하며 건강을 포기할 수는 없다. 스스로 건강한 생활습관을 유지하기 위한 노력과 체중관리에 관심을 가지고 적정체중을 유지하는 것만으로 많은 변화를 이룰 수 있다. 무엇보다 ‘비만’이 적극적인 관리 및 치료를 요하는 하나의 ‘질환’임을 인식하고, 전문 의료진의 도움을 적극 활용하는 의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이준희 기자 jhlee@knnews.co.kr

    도움말= 창원파티마병원 내분비대사내과 비만전문인정의 구대정 과장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이준희 기자의 다른기사 검색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