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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02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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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나눔 프로젝트] (90) 갑상선암 앓는 아빠와 베트남서 온 아들

“항암치료하느라 큰 빚… 가슴으로 낳은 아들 군대 갈 때까지라도 건강했으면”
2014년 국제결혼… 배달일 하다 암 선고 받아
투병기간 길어져 아내가 네 식구 생계 도맡아

  • 기사입력 : 2023-07-11 08: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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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형편이 어려우니 친엄마와 같이 살아도 입양이 여의치 않네요. 부족한 살림이지만 아이가 원하는 것은 다 뒷바라지해주고 싶은 마음입니다.”

    베트남에서 온 푹(11·가명)은 엄마 응옥(32·가명)씨와 아빠 철수(56·가명)씨, 여동생 가은(7·가명)이와 함께 살고 있다. 그러나 가족관계증명서 속 푹은 ‘동거인’으로 되어 있다. 4년째 진행 중인 입양이 결정되지 않아서다.

    푹의 엄마 응옥씨는 지난 2014년 지금의 아빠와 국제결혼을 했다. 아빠 철수씨는 중국집 배달원으로 열심히 일하다 피로를 느껴 쉬는 날이 잦아졌다. 과로인 줄 알았던 철수씨는 목 부위 염증이 가라앉지 않아 종합병원에서 검사를 받았는데, 갑상선암이라는 진단을 받게 됐다.

    철수씨는 “누구보다 열심히 살았는데, 암에 걸렸다니 솔직히 좀 억울했습니다. 수술과 항암치료를 하느라 일을 못하게 되면서 갑자기 큰 빚이 생겨서 눈앞이 캄캄했죠”라고 말했다. 아빠를 대신해 엄마인 응옥씨가 식당과 농장을 오가며 생계를 도맡게 되면서 막내가 채 돌이 되기 전에 외가인 베트남으로 보내야 했다.

    아빠의 투병기간이 길어지자 가은이를 계속 베트남에 둘 수 없어 1년 만에 한국으로 데리고 왔다. 이때 엄마가 푹도 함께 데리고 왔다. 사실 푹은 엄마가 결혼하기 전 낳은 아이로, 아빠 철수씨는 결혼할 때 이야기를 듣지 못했다. 부족한 살림살이 탓에 철수씨가 푹과 한국에서 같이 사는 것을 반대했지만 엄마의 간절한 부탁으로 식구가 됐다.

    철수씨는 “갈등도 있었지만 이왕 키우기로 했으니 친양자 입양신청을 바로 했어요. 남들은 나중 일을 생각하라고 뭣하러 친양자로 하냐고도 하는데요, 내 아들이니 후회가 없어요. 한국이름도 지어놨거든요. 그런데 4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결정이 안되고 애를 태우네요. 그래도 눈치를 보거나 어려워하지 않고 밝게 자라는 모습이 고맙고 대견하네요”라고 말했다.

    처음 한국에 온 푹은 한국어를 전혀 하지 못해 의사소통에 어려움을 겪었지만, 열심히 공부해 지금은 베트남어보다 한국어로 말하는 게 더 편하다고 했다. 엄마 응옥씨는 “아이가 적응을 못할까봐 걱정했는데 다문화가정 아동에 대한 이해와 경험이 많은 선생님을 만나 다행히 빠르게 친구를 사귀고 학교생활도 잘할 수 있었어요. 주변에 도움을 주신 많은 분들께 감사드립니다”라고 전했다.

    호전을 보이던 아빠의 몸상태는 신장으로 암이 전이돼 다시 2주에 1번꼴로 항암을 진행하고 있다. 그마저도 몸이 버티지 못해 온 가족 의 걱정이 크다. 마지막으로 아이들에게 바라는 점이 있냐는 물음에 철수씨는 “기 죽지 말고 뭐든 하고 싶은 거 다 했으면 좋겠어요. 하고 싶다는 건 다 해주고 싶은데 건강과 경제적인 어려움 때문에 걱정이지요. 무엇보다 내가 건강해야 아이들을 돌볼 수 있을 텐데 몸이 계속 아프니 참 속상합니다. 큰아들이 군대 갈 때까지라도 건강하면 소원이 없겠어요”라고 말했다.

    정민주 기자 joo@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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