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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02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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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칼럼] 전인치유

김현주(창원파티마병원 호스피스완화의료센터 수간호사)

  • 기사입력 : 2023-07-10 08:0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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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호스피스완화의료란 치료에 반응하지 않는 말기 환자에게 무의미한 의료 행위 대신 신체 증상 및 통증완화에 집중하면서 심리·사회적, 영적 문제의 해결을 도와 남은 생애동안 평온한 삶을 유지할 수 있도록 전인적인 돌봄을 제공하는 의료서비스를 의미한다.

    호스피스 병동의 입원 대상은 현대의학으로 치료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말기환자, 통증 및 증상 완화를 목적으로 하는 환자, 주치의나 호스피스 담당자가 호스피스 진료를 추천하는 환자라면 가능하다.

    우리나라에서는 호스피스를 도입한 지 50년이 지났지만, 불과 10여 년 전만 해도 ‘호스피스’라는 단어 자체에 생소함을 느끼는 사람들이 꽤 많았다. 2007년부터 전국적으로 호스피스 기관이 운영되기 시작했으며, 산재형, 병동형, 가정형 형태의 호스피스로 운영되었다. 2015년부터 입원형 호스피스에 대한 건강보험이 적용되었고, 각 기관에서는 호스피스 자원봉사자 교육을 비롯해 일반 시민을 대상으로 한 캠페인 등 활발한 활동을 꾸준히 전개해 오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모든 국민이 올바른 인식으로 호스피스를 이해하고, 호스피스 이용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제도적 개선 등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본원에서는 2009년 호스피스 병동을 개설하고, 전문 자격을 갖춘 의사, 간호사, 사회복지사, 원목자, 자원봉사자가 팀을 이루어 환자와 가족들에게 최선의 호스피스완화의료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환자 중심의 치료 계획을 수립하고 모든 결정 과정에 환자와 가족이 참여하도록 하며, 통증 조절과 함께 정서적 지지와 심리적 스트레스 완화를 위한 상담치료, 미술치료, 원예치료, 아로마치료, 음악요법 등 다양한 프로그램도 제공하고 있다. 또 병동에서의 하루하루가 지친 영육(靈肉)을 치유하고 소중한 추억을 만드는 시간이 될 수 있도록 환자와 가족이 함께할 수 있는 ‘소원 들어주기’ 등을 진행하기도 한다. 함께하는 시간에 의미를 두고자 하는 것이다.

    호스피스 팀원들의 역할은 병원 안에서 입원 기간만으로 그치지 않는다. 개인마다 다르지만, 사별 가족이 슬픔의 정상반응을 이해하고, 수용하는 데는 최소 6개월에서 2년 이상의 회복기가 필요하기 때문에 호스피스 병동에서는 임종 이후 가족들이 겪는 슬픔과 총체적 고통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이들의 예견된 슬픔에 대한 격려와 사회적 재적응을 돕기 위한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사별가족 돌봄 프로그램’은 사별가족 모임, 납골당 방문, 유가족 미사, 마음 챙기기 행사 등을 통해 변화된 환경에 대처하고, 일상을 회복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이런 프로그램이 보다 활성화되고, 유의미하기 위해서는 가족들이 입원 기간부터 호스피스 팀원들과 편안하게 소통하고 의지할 수 있도록 라포를 형성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병원은 단순히 질병을 발견하고 치료하는 곳이 아닌 환자와 의료진, 고객과 응대직원 간의 정서 교류와 유대가 발생하는 공간이다. 이는 필자가 30년 넘게 창원파티마병원에서 간호사로 근무하면서 느낀 바다. ‘호스피스 병동’은 생의 마무리를 존엄하고 의미 있게 준비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한 곳이기에 환자와 그 가족들을 보다 가까이에서 만나는 곳이다. 이곳에서 만난 수많은 환자와 가족들 그리고 팀원들과의 추억은 오히려 필자에게 위로와 희망의 원동력이 될 때가 많다. 특히 기꺼이 환자의 손과 발이 되어 그들 곁에서 정서적 지지와 위로를 보내주는 호스피스 자원봉사자들을 보며 몸소 사랑을 실천하는 삶이란 어떤 것인지 깨닫는다. 오늘 문득 호스피스병동 야외정원에 핀 꽃들을 보며, 보내드렸던 분들과의 추억이 떠올랐다. 호스피스병동에서의 희로애락은 인생앨범 한편에서 언제나 삶의 등대처럼 빛나고 있다. 본원 호스피스병동은 입원절차 등 언제든지 호스피스완화의료에 대한 정보를 제공받고 이용할 수 있도록 24시간 문의할 수 있는 창구를 열어두고 있다.

    김현주(창원파티마병원 호스피스완화의료센터 수간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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