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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02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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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와 유사한 노년기 우울증] 나이 드니 깜빡깜빡 우울증 신호일 수도

  • 기사입력 : 2023-07-02 20:4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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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코로나 이후 노인 우울증 발병 위험 2배가량 증가
    가족 교류 감소·외부 활동 제한 등이 고립감 불러
    젊은층과는 달리 기억력 감퇴·인지기능 저하 호소

    신체기능 상실·사별·재정문제 등이 요인으로 작용
    주요 증상은 의욕상실, 수면장애, 식욕·체중 감소
    조기 진단 중요… 약물치료 필수, 정신요법 병행


    우울증은 노인의 중요한 정신과적 질환이다. 노인 환자의 우울 증상은 젊은 환자들과는 다르다. 노인의 우울증 증상은 치매 증상과 유사해서 인지 기능 검사에서 치매 증상과 유사한 검사 소견을 보인다. 젊은 환자에게서는 흔치 않으나 노인 환자들은 주관적으로 경험하는 기억력 감퇴와 인지 기능의 저하를 많이 호소한다. 또, 젊은 환자들은 우울증 진단의 주요 증상으로 다양한 신체 증상을 호소하는 데 비해, 노인 환자들의 이러한 증상은 진단에 별로 유용하지 않다. 예를 들어 수면장애는 우울증에서 흔하지만 노인들의 경우에는 우울과 관계없이 나타난다. 성 기능의 정상적 감퇴, 변비, 관절의 통증 등과 같은 신체 증상은 정상 노인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증상들이다. 그래서 노인의 우울증적 호소가 정상 노화에 의한 것인지 신체적 질환이나 우울장애의 증상인지를 구별해야 한다.


    노인 우울증은 지속해서 유병률이 증가하고 있고, 노년기의 약 15~25%에서 고통을 받아 일상생활에 지장을 받는 우울증상을 갖고 있다고 한다. 노인 우울증은 일반적 내과 질환 속에서 발생하는 경향이 있다. 일차 진료 환자의 17~37%가 우울증이고, 이중 약 30% 정도가 주요 우울장애이고, 나머지도 치료받으면 좋아지는 다양한 우울 증상을 보인다고 한다. 치매 환자의 약 50%는 다양한 우울 증상을 보이고, 뇌졸중 환자의 약 25%가 우울하고, 파킨슨병 환자는 약 40% 정도까지 우울증이 발생한다고 한다.


    노화 자체가 우울장애의 중요한 원인 인자로 보기는 어려우나 발생의 유발인자로 작용할 가능성은 있다. 여성이 남성에 비해 우울 증상의 빈도가 높고, 노인 우울증과 관련된 사회적 요인으로는 신체적 질병과 기능 상실, 사별과 같은 사건, 사회적 지지 체계, 재정적 문제, 교육 수준, 인격 등이 영향을 미친다. 내과적 질환이나 신체적 건강 문제는 노인 우울증의 주요 인자이다. 심각한 생활 사건, 즉 사별, 친척이나 친구의 죽음, 다툼, 이사 등을 경험한 후 1년 이내 우울증을 경험할 위험도가 높다. 특히 배우자나 자식과의 사별은 가장 중요한 단일 생활 사건이다. 강박성 인격이나 히스테리성 인격의 노인이 우울증에 이환될 확률이 높다. 또한 과거 오랫동안 지속되어 온 과도한 의존심과 부적절한 대응 행동과 부적절한 감을 보인 노인들이 우울증에 취약하다. 노인 우울증의 진단 기준은 주요 우울증과 기분부전장애로 구분하고, 주요 우울증은 단일 에피소드냐 반복적이냐로 구분한다. 의욕 상실, 수면 장애, 식욕 및 체중 감소, 신체적 증상의 호소, 인지 기능의 감퇴 및 불안, 초조가 특징적이다. 노인 우울증은 15개 항목의 노인우울척도로 선별하지만 시간이 많이 걸려 이 중 5개 항목을 뽑은 GDS 단축형이 선별 검사로 유용하다.

    노인에게 슬픈 감정은 흔히 있는 일이지만 정상적인 슬픈 감정과 우울 증상이 어느 정도나 관련이 있는지는 분명치 않다. 감정의 증상이 있다고 해서 전부 다 병적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주요 우울장애의 진단기준에 완전히 일치하지 않아도 치료적 약물 치료를 해볼 수 있다. 노인 환자들은 우울 증상을 직접적으로 호소하기보다는 불안, 신체 증상, 건강 염려증, 집중력 장애, 기억력 장애 등을 먼저 호소한다. 주요 우울 증상은 불면증, 과다 수면, 흥미 상실, 죄책감, 자기 비난, 활력 저하, 피로감, 집중력 감퇴, 식욕 감퇴, 체중 감소 혹은 증가, 정신 운동 저하, 초조, 반복적 자살 사고 등이 있다. 노인의 우울증은 신체적 질환과 동반될 가능성이 많다. 노인 환자에서 향정신성 약물을 사용할 때는 주의가 필요하다. 젊은 환자와 비교하여 중추신경계의 변화로 약물에 대한 민감도나 흡수 및 대사, 배설 능력의 감소가 있을 수 있다. 다른 병을 치료하기 위한 복합 투약의 경향이 많고 이런 결과들로 진정, 혼돈, 기립성 저혈압, 심부정맥, 좌불안석증, 파킨슨 증상 등의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항우울제를 사용할 때는 초기에 소량으로 시작하여 조심스럽게 서서히 증량해야 한다. 치료 효과를 얻기 위해 젊은 환자에게 투여하는 정도의 용량을 투여해야 할 때도 있지만 대부분의 노인 환자에게서는 젊은 환자의 2분의 1에서 3분의 1에 해당하는 용량을 사용해야 하며 치료 효과가 있은 후에도 적어도 6~9개월 동안 계속 투여해야만 한다.

    우울증은 우리 삶에 밀착되어 있으며, 특히 노인 우울증은 급속한 노인 인구의 증가와 더불어 삶의 질을 좌우하는 중요한 질병으로 나타나고 있다. 노인 우울증의 진단과 치료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조기 진단이다. 약물 치료가 필수적이고 더불어 지지정신요법 또한 병행해야 한다. 환자들은 인지치료 및 행동 치료를 통해서 자기조절을 배우고 주위 환경을 조절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된다.

    최근 국내의 한 연구팀이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코로나19 이후 노인 우울증 위험이 증가했다고 한다. 전체 노인 우울증의 발병 위험은 전보다 2배가량 증가했고, 우울증 병력이 전혀 없던 노인의 경우에도 이전과 비교해 우울증 발병 위험이 2.4배 증가했다고 한다. 가족 모임 빈도가 주 1시간 미만으로 줄어든 노인들의 경우, 주 1시간 이상 가족 모임을 유지하는 노인들에 비해 우울증 발병 위험이 2.2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이로 미루어 가족 간의 교류 감소가 노인 우울증의 위험을 높이는 걸로 보인다. 또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65세 이상 연구 참여자의 50% 이상이 코로나19 이후 ‘자신의 행복이 감소했다’고 응답했다. 코로나19로 외부 활동이 제한되면서 사회적 네트워크가 축소되면서 외로움이나 사회적 고립감이 높아짐에 따른 결과로 보인다.

    이제 코로나19가 풍토병화되면서 사회의 시스템이나 일상의 많은 부분이 코로나19 이전으로 돌아가고 있다. 코로나19 동안 중단되었던 노인들의 복지 및 사회적 관계 형성의 기반이 되던 경로당이나 복지관, 주간보호센터, 노인들을 위한 체육시설 등이 다시 가동되면서 코로나19 이전의 일상으로 되돌아가고 있다. 코로나19에 취약해서 다른 인구 계층보다 더 고립되었던 노인들이 그간의 우울감을 떨치고 다시 즐겁고 활기찬 노년 생활을 즐길 수 있게 되길 바란다.

    이준희 기자

    도움말= 김근숙 희연재활병원 내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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