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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이야기] 비행기 비상구 안전장치- 한승전(한국재료연구원 특수합금연구실 책임연구원)

  • 기사입력 : 2023-06-15 20: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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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비행기를 타 본 사람은 안다. 비상구 열에 배정을 받았을 때, 좌석 간 거리가 넓어 다리를 뻗을 수 있어 다른 일반석에 비해 편하다. 모든 일이 그렇듯 양지가 있으면 음지가 있는 법. 비상구 승객들은 승무원으로부터 비상구 사용에 대한 교육을 받고, 모든 짐은 객석에 놔두지 못한다. 만에 하나 무슨 일이 생겼을 때, 비상구 열은 승객들의 탈출로로 사용되기 때문이다. 비행기 사고는 절대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일이지만, 일어날 필요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생각보다 큰 사고가 일어난다. 뉴스 및 신문 등에 종종 보도되곤 하는데, 비행기 운항 중 비상구를 여는 승객들이 바로 그것이다.

    외부 시각에서는 비행 중 절대 열리지 않고 사고 시에만 작동되도록 안전장치를 만들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사고 상황을 감지하고 자동으로 열리는 비상구는 정말 좋은 아이디어이다. 사고 승용차의 문이 열리지 않아 생존해있던 사람이 구출되지 못해 숨지는 상황이 종종 영화에서 연출되기도 하고, 실제 대중매체에서 그러한 현실이 가끔 보도되어 가슴이 저밀 때가 있다. 평소 안전하게 닫혀있다가 위급한 상황에 빨리 탈출할 수 있는 비상구 안전장치가 갖춰지면 정말 좋을 것이다.

    그런데, 몇 가지 생각해 볼 일이 있다. 도대체 비행기의 비상 상황은 얼마나 많은 경우의 수가 있을까? 빨리 탈출해야 할 찰나, 혹시라도 안전장치가 작동하지 않는다면 엄청난 참사가 일어날 수 있다. 사실 인간이 밀접하게 사용하는 수송기기는 너무나 많은 위험 요소가 있고, 이를 완전히 커버하는 안전장치를 만들기에는 막대한 양의 경험데이터가 필요하다. 비상 상황을 감지하는 센서도 많은 종류가 갖춰져야 한다. 충돌이나 화재 시 온도, 냄새, 기압 심지어 소리까지, 그리고 비상 상황인지 아닌지 구분하는 기준도 필요하다. 아마도 수백 개 이상의 센서가 비상구에 장착돼야 하고 그것을 제어하는 장치 역시 비행기 안에 거치돼야 할 것이다.

    이래서는 비행기도 무거워지고 특히 우리가 지급해야 하는 항공요금도 함께 상승할 것이다. 물론 앞으로는 다양한 센서가 초소형으로 개발될 것이고, 빅데이터 처리와 인공지능을 통해 다양한 비상 상황에 대처할 수 있도록 재료와 장치 기술이 차례차례 개발될 것이다. 그래서 아직은 간단하게 열리는 비상구가 필요하다. 설령 거의 완벽한 안전장치가 개발되더라도, 비상구는 간단하게 열리는 것이 좋다. 정말 다양한 인간들이 이루는 사회일수록, 게다가 과학이 발달할수록, 개개인의 의식 수준이 높아야만 한다. 승무원이 비상시 외에는 절대 열지 말 것을 교육했음에도 불구하고, 무엇 때문에 비행기의 비상구 레버를 당기는 것일까? 개인적인 재미와 호기심은 승무원과 다른 승객들의 안락함, 그리고 안전과 절대 바꿀 수 없다.

    한승전(한국재료연구원 특수합금연구실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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