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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우리가 모르는 일본 나가사키시- 박금석(전 하동부군수)

  • 기사입력 : 2023-06-14 19:5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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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리는 보통 나가사키 하면 원폭 피해지와 나가사키 항에서 조금 떨어진 하시마(군함도) 정도 떠올리지 않을까. 나아가 나가사키 짬뽕, 나가사키 카스텔라 등이다. 필자가 지난해 말 홋카이도를 여행하면서 일본 지도를 보고 미군이 나가사키에 왜 원폭을 투하했으며, 카스텔라가 왜 유명한지 궁금증을 가졌다. 그래서 지난 5월 초에 3박 4일 일정으로 나가사키를 자유여행으로 탐방하였다.

    사무라이 통일 토대를 마련한 오다 노부나가가 적들을 제압하게 된 무기가 바로 조총(일본말 댓뽀)이었다. 우리가 알고 있는 ‘무대포’가 칼로써 조총에 맞서 싸운다는 일본말 무댓뽀(무모함)에서 나온 것이다. 조총이 일본 내 최초로 1543년 항구도시 나가사키에 포르투갈 상인에 의해 들어왔다.

    1570년 나가사키를 통해 천주교가 들어와 일본 내 신자가 급속히 늘어난다. 오다 노부나가의 후계자였던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나가사키의 상권을 유지하기 위해 현지의 기독교인은 살리고 본토의 기독교인을 죽였다고 한다. 1638년 포르투갈 선교사 페레이라 신부가 운젠온천의 유황수를 뒤집어쓰는 고문을 당한다. 결국 페레이라 신부가 고문을 이기지 못하고 배교하였다는 소식을 들은 그의 제자 가루페, 로드리게스 신부 두 사람은 이를 확인하기 위해 일본으로 향한다. 에도막부는 나가사키에서 선교활동을 펼치던 로드리게스 신부를 배교시키기 위해 신자들 앞에서 신자를 하나둘씩 죽인다. 로드리게스 신부는 마침내 예수 석판에 서게 되고 침을 뱉어야 할지 괴로워하는 순간 예수의 현신이 보이면서 “너의 고통을 안다. 괜찮다. 기꺼이 밟아라”라는 예수의 음성이 들려 온다. 이 내용은 일본 엔도 슈사쿠가 실화를 바탕으로 한 소설 ‘침묵’을 일본인 마틴 스코세이지가 2016년 영화화한 ‘사일런스’의 줄거리이다. 19세 후반 미국 해군 장교와 결혼한 일본 게이샤가 남편이 변절하자 ‘명예롭게 살 수 없다면 명예롭게 죽으리라’라고 쓰여 있는 아버지의 칼로 자결하는 비극적인 러브스토리를 잘 알 것이다. 푸치니의 3대 오페라 중의 하나인 ‘나비부인’의 내용이다. 이 작품의 배경이 바로 나가사키이다. 당시 나가사키는 개항으로 서양인과 많은 문물이 들어오는 과정에서 이 작품도 탄생하게 된 것이 아닌가 본다.

    나가사키 카스텔라와 나가사키 짬뽕은 어떻게 생겨났을까. 일본은 메이지유신으로 전면 개항하자 외국인이 물밀 듯이 들어오게 된다. 당시 포르투갈 상인의 주식이었던 빵의 재료인 치즈와 우유가 일본에는 없었다. 대용으로 설탕과 계란을 가지고 만든 빵이 카스텔라가 되었다. 짬뽕은 중국말로 ‘차오마미엔’으로 당시 나가사키에 거주하던 중국 유학생과 화교들의 배를 채워주었던 음식이 일본에 자리잡게 된 것이다.

    일본에서 유럽의 선진문물과 중국, 조선의 우수한 문화를 받아들인 곳이 나가사키이다. 이처럼 나가사키는 일본의 근대화를 앞당긴 교두보 역할을 했다. 최근 한·일 간 정상 셔틀 외교 정상화로 건전한 미래지향적인 면이 있지만 뼈아픈 과거의 역사문제도 잘 해결되기를 바란다.

    박금석(전 하동부군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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