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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02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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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피할 수 없는 디지털 스마트 학교- 박성수(경남교육청 부교육감)

  • 기사입력 : 2023-06-14 19:5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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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2년 만에 미국 학교를 돌아보았다. 커네티컷 주의 두 개 교육청의 초중고등학교 여러 곳의 수업을 참관하였다. 교과전담교실, 학급 문고, 넓은 교실 공간, 학습자료 준비 공간, 적절한 학급당 학생 수, 교복을 입지 않는 자유로운 복장과 같은 교실의 분위기는 바뀐 게 없었다. 수업은 토론과 참여를 통한 활발한 분위기였고 카펫에 앉아서 책을 읽는 모습도 여전하였다.

    그러나 크게 달라진 세 가지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첫째, 모든 학생이 노트북을 갖고 수업하고 있었다. 두 개 교육청 모두 재학생 전체에게 노트북을 지급하였다. 10여년 전부터 보급을 시작하였다고 한다. 수업 활동의 상당 부분은 인터넷 사이트의 학습지원 프로그램을 활용하고 있었다.

    둘째, 미국 교실에서 칠판 대신에 화이트보드를 사용한 것은 이미 오래전 일이지만, 이번에는 모든 교실에서 전자칠판을 사용하고 있었다. 전자칠판이 화이트보드를 대체한 것이다. 전자칠판은 판서 기능뿐 아니라 디지털 학습자료의 디스플레이 기능으로도 활용된다.

    셋째, 가장 놀라웠던 것은 학생들이 수업 시간에 휴대폰을 휴대하고 있다는 것이다. 책상 위에 놓고 수업에 참여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미래교육을 여러 관점에서 정의할 수 있지만 적어도 디지털 테크놀로지의 활용은 미래교육의 한 축을 이루고 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왜냐하면 학교 밖 삶의 현장은, 즉 일터는 이미 디지털 세상이기 때문이다. 디지털 기기의 활용 자체가 미래의 직업세계를 준비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디지털 기기의 활용은 교실 수업의 변화를 가져온다. 학생 한 명 한 명에 초점을 두는 맞춤형 학습이 가능해진다. 지금까지 대량생산체제의 획일적인 공교육의 한계를 극복하는 희망을 걸어볼 수 있는 것이다.

    우리는 어디까지 와 있는가? 학생에게 노트북 또는 스마트 단말기를 지급하는 것을 교육예산 낭비의 사례로 드는 왜곡된 시각도 있다. 전자칠판은 아직 초기 보급 단계이다. 교실에서 휴대폰 휴대와 사용은 꿈도 꾸지 못한다.

    왜 그럴까? 교사는 교과서를 설명하고 학생은 이를 암기하여 시험을 보고 등급을 산출하는 것을 학교교육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그런 교육에서 자라난 기성세대는 더욱 그러하다. ‘공부만 잘하면 그만’이라는 뿌리 깊은 성적주의 교육관의 관점에서는 현재 우리의 학교 시설이나 기자재 등은 완벽할 뿐이다.

    사회는 빠르게 변하고 있다. 디지털 신기술의 발전은 더욱 그러하다. 학교가 모든 기술 발전과 사회 변화를 따라갈 수는 없지만, 학교를 마치고 진출하는 사회에 대한 최소한의 준비는 시켜야 할 교육적 책무는 있다. 4차 산업혁명기에 디지털 기기의 활용은 우리의 일상이 되고 있다. 챗GPT의 등장은 또 다른 변화를 일으킬 것이다. 이런 변화를 뒤늦게라도 따라가려면 인식의 변화, 디지털 기기의 보급, 수업의 변화, 지속적인 교육재정 투자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아날로그 학교에서 디지털 스마트 학교로의 혁신은 피할 수 없다. 떠밀리는 추종이냐, 선도적인 혁신이냐의 선택일 뿐이다. 도민의 성원 속에 경남교육은 선도적인 혁신의 길을 가고 있다.

    박성수(경남교육청 부교육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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