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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02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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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나눔 프로젝트] (89) 행동장애로 일상생활이 힘든 하민이

“평범하게 학교 다니는 것, 바라는 건 그뿐인데…” 행동장애 손자에 할머니 ‘눈물’

  • 기사입력 : 2023-06-12 20:1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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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족한 살림에도 조부모가 정성껏 키웠지만
    학교생활 적응 못해 행동·주의력장애 진단
    1년 넘게 치료·입원 반복에도 완치 불가능


    일용직 할아버지 수입만으로 생계 이어가
    아빠도 경제적 어려움에 치료 도움 못줘
    “잘못된 말·행동 자각못해…보호·지원 절실”



    “다른 아이들처럼 착실하게 학교 다니고 평범하면 좋겠어요. 내가 바라는 건 그것뿐인데….”

    하민(16·가명)이는 환갑이 훌쩍 넘은 할아버지(68), 할머니(62)와 함께 살고 있다. 엄마는 하민이를 낳자마자 떠났고, 아빠(38) 역시 타지에서 생활을 해 사실상 하민이는 조부모의 손에서 컸다.

    부족한 살림이지만 정성껏 키우던 하민이가 여느 아이와 다르다고 느낀 건 학교에 입학하면서부터다. 그저 주의가 산만한 정도인 줄 알았는데 선생님으로부터 단체생활에 어려움을 겪는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할머니는 하민이가 수업이 듣기 싫다고 옆 반 교실에 가서 태연스럽게 앉아 있다거나 가만히 있는 친구를 때렸다는 이야기를 듣고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할머니는 “중학교 2학년 때 친구들과 어울려 다니면서 사고를 많이 쳤어요. 다른 친구를 때려서 학교폭력위원회가 열리고, 택시에서 현금을 훔치기도 했다는 거예요. 정말 기가 차고 믿을 수가 없었어요. 훈육을 하고 엄하게 다스리기도 했는데 도저히 고쳐지지 않더라고요. 화가 나면 주체를 못하고 욕설을 하고 몸을 밀치기도 하고요. 병일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병원을 찾았는데, 상세 불명의 행동장애, 활동성 및 주의력 장애, 경도 정신지체(IQ 59)가 있다는 진단을 받았어요. 그때부터 병원을 오가며 치료를 받고 있는데 어려운 점이 정말 많습니다”라고 말했다.

    종합심리검사 후 1년이 넘게 치료와 입원을 반복하고 있다. 병원에서는 완치는 불가능하고 현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최종 목표라고 보호자들에게 전달했다. 문제는 하민이가 장애 진단을 창피하게 생각하면서 치료 받는 것을 꺼리고 있어 설득하는 것부터 쉽지 않은 상태다.

    하민이네는 치료비와 생활비 걱정이 가장 크다. 할머니는 해산물을 관리하는 아르바이트를 하기도 했는데 현재는 일거리가 전혀 없다. 천식을 앓고 있는 데다 심장이 좋지 않고 손발이 붓는 등 통풍으로 인한 어려움도 호소하고 있다.

    생계는 할아버지의 비정기적인 수입으로 이어가고 있다. 할아버지는 새벽 4시에 출근해 오후 5시에 퇴근하며 배에서 조개를 고르는 일을 한다. 그나마도 일거리가 많지 않아 일용직도 찾아서 하지만 힘에 부쳐 언제까지 일을 할 수 있을지 걱정이다. 하민이가 학교폭력과 절도 등 여러 사건에 휘말리면서 여러 조치가 필요해져 할머니가 하민이 아빠를 수소문했다. 하민이 아빠는 지난해 초 아이가 아프다는 이야기를 듣고 아빠의 주거지에 데려가 직접 양육하며 보살피기도 했다. 이때부터 아빠는 하민이가 학업과 치료를 병행할 수 있는 병원을 찾아 애쓰고 있지만 아빠 역시 일용직으로 매달 손에 쥐는 돈이 100만원 남짓이어서 경제적인 어려움 때문에 적극적인 치료가 어려운 상황이다.

    아동보호전담요원은 “겉보기엔 아무 문제가 없어 보이지만 본인의 키를 190㎝라고 자연스럽게 거짓말을 하고, 할머니가 사준 점퍼를 아르바이트해서 구입했다고 말하는 등 본인이 하는 말과 행동이 잘못됐음을 자각하지 못해요. 1년 동안 상담을 진행했지만 저를 기억하지 못하기도 하고요. 하민이의 상태가 더 나빠지지 않도록 치료를 병행하려면 지역사회 내 보호와 경제적 지원이 절실합니다”라고 말했다.

    정민주 기자 joo@knnews.co.kr

    ※도움 주실 분 계좌= 경남은행 207-0099-5182-02(사회복지공동모금회 경남지회)

    △5월 9일 16면 (88)글쓰기로 세상과 소통하는 하얀이 경남은행 후원액 300만원 일반 모금액 33만7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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